“티구안의 질주를 막겠다”

현대차가 투산 3세대 모델 올 뉴 투싼을 선보이면서 경쟁모델로 티구안을 정조준 했다. 6년 만에 풀체인지를 단행한 투싼을 앞세워 컴팩트 SUV 시장에서 수입차에 대한 방어선을 견고하게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장에서 티구안은 가장 강력한 수입차다. 현대차가 티구안을 콕 집어 지목한 이유다.

지난해 수입차 전 차종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차가 티구안이다. 2007년 글로벌 데뷔한 이후 이듬해 한국 시장에 론칭한 티구안은 지난해 2.0 TDI 블루텍 한 차종으로만 8,000대 넘게 팔렸다. 이에 힘입어 폭스바겐은 연간 3만대 벽을 가뿐히 넘을 수 있었다. 가문에 톡톡히 효도를 한 셈이다. 덕분에 티구안은 컴팩트 SUV 시장에서 모든 브랜드의 타깃이 됐다. 너도 나도 티구안이 경쟁상대라고 말하고 있다. ‘모두의 적’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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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싼은 국산 컴팩트 SUV의 맏형이다. 투싼은 형제차인 기아차 스포티지와 더불어 국내 컴팩트 SUV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국가대표 차종이다. 올해 3세대 모델로 풀체인지를 단행해 본격적인 수입 SUV 저지에 나섰다.

컴팩트 SUV 시장에서 국산차와 수입차의 대표격인 투싼과 티구안은 여러 면에서 비교 대상이다. 영역을 넓히려는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제원표에 나타난 몇 가지 숫자들을 중심으로 투싼과 티구안을 비교했다. 숫자는 가장 객관적인 비교 수단이다. 숫자 이외에 브랜드 이미지, 디자인, AS 편의성, 유지비, 정비비용, 개개인의 취향 등으로 우열을 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주관적 요소가 강해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제원표상의 숫자들을 뜯어보면 의외로 많은 사실들을 파악할 수 있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숫자만큼 많은 것들을 ‘분명하게’ 말해주는 기준도 없다.

투싼은 길이 4,475mm로 티구안보다 45mm가 길다. 너비는 투싼이 40mm 넓고 높이는 60mm가 낮다. 투싼의 휠베이스는 2,670mm로 티구안보다 66mm가 길다. 투싼은 티구안보다 높이만 낮을 뿐 길이 너비 높이 휠베이스가 모두 길다. 그만큼 실내 공간이 넓다고 볼 수 있다. 높이가 낮으면 무게중심이 낮아져 주행성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성능 비교는 2.0 디젤 엔진을 기준으로 했다. 투산 1.7 디젤에 맞대응하는 모델이 티구안에는 없기 때문이다. 최고출력이 투싼은 186마력/4,000rpm으로 티구안(140마력/4,200rpm)보다 46마력이 높다. 심지어 투싼 1.7 디젤 엔진의 출력이 141마력으로 티구안 2.0보다 1마력 높다.

최대토크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투싼 2.0의 최대토크는 41.0kgm/1,750~2,750rpm으로 티구안 32.6kgm/1,750~2,500 보다 훨씬 강하다.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rpm 구간도 투싼이 더 넓다. 참고로 투산 1.7 디젤 엔진의 최대토크는 34.7kgm/1,750~2,500rpm이다. 엔진의 동력특성으로만 본다면 투싼의 1.7 엔진이 티구안의 2.0 엔진을 넘어선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가 후발주자의 이점을 잘 살려 선발이자 선두주자인 티구안을 공략할 수 있는 장점들을 잘 살려낸 것으로 보인다.

연비는 티구안이 한 발 앞선다. 티구안의 연비는 13.8km/L로 2등급에 해당한다. 티구안과 같은 조건인 투싼 2.0 디젤 4WD 모델은 12.8km/L로 3등급이다. 4WD 모델에 19인치 타이어를 올리면 12.4km/L로 조금 더 떨어진다.
하지만 투싼은 티구안보다 연비가 좋은 2WD 모델이 있다. 투싼 2.0 디젤 2WD의 경우 14.4km/L로 사륜구동이 기본인 티구안보다 좋은 연비를 보인다. 같은 조건이면 티구안이 우수하지만 투싼은 우수한 연비를 가진 모델을 택할 수 있게 선택 폭이 넓다. 티구안이 연비면에서 완벽하게 투싼을 이긴다고 보기 힘든 지점이다. 참고로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투싼 2WD모델은 13.8km/L로 티구안과 같은 수준이다.

현대차가 타이어 사이즈에 따라 연비를 달리 표시한데 반해 폭스바겐은 각기 다른 17~19인치 타이어를 사용하는 3개 모델을 동일한 연비로 표시하고 있는 점도 짚어봐야 한다.

타이어 크기가 각기 다른 3개 차종의 연비가 같을 수는 없다. 연비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보수적인 연비를 적용했다면 17인치 타이어를 사용하는 기본 모델인 2.0 TDI 블루모션의 실제 연비는 발표된 연비보다 더 좋게 나올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투싼의 연비가 모델 별로 좀 더 상세하게 표기됐다는 것.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가 타는 차의 정확한 연비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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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차중량에서도 마찬가지다. 티구안은 1,769kg으로 2.0엔진의 3개 모델이 동일하다. 투싼은 엔진과 변속기에 따라 1,615kg부터 1,720kg까지 6개 조합으로 세분화해서 공개하고 있다. 4WD에 6단 자동변속기를 올리고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가장 무거운 모델도 티구안보다 49kg이 가볍다.

엔진의 힘과 차체 무게와의 상관관계는 중요한 변수다. 같은 힘이어도 무게가 가벼우면 실제 성능은 앞서기 때문이다. 출력은 강하고 무게가 가볍다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할 수 있다. 두 차종을 비교해 보면 투싼이 출력은 강하고 무게는 가볍다. 제원표의 숫자가 이를 말하고 있다.
마력당 무게비(1마력이 감당해야하는 무게)를 계산해 보면 쉽게 판가름 난다. 투싼은 가장 무거운 모델 기준으로 마력당 무게비 9.2kg, 티구안은 12.6kg이 된다. 1마력이 감당해야하는 무게가 티구안이 더 무겁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마지막 순간 소비자들의 마음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투싼은 1.7과 2.0 디젤 엔진에 모두 5개 트림을 운영한다. 2.0 디젤 엔진에 6단자동변속기, 4WD 구성을 적용하면 2,600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장 비싼 트림에 풀 옵션을 얹으면 3,745만원까지 올라간다.

티구안은 기본 모델인 2.0 TDI가 3,900만원이다. 2.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은 4,570만원, 2.0 TDI 블루모션 R 라인은 4,930만원이다. 가장 비싼 투싼이 가장 낮은 가격의 티구안보다 155만원 저렴한 것. 가장 비싼 투싼과 가장 비싼 티구안과의 가격 차이는 1,185만원이 된다. 엑센트 한 대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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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