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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가 SUV 엔트리 모델인 NX에 200t AWD 모델을 추가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NX300h에 이어 가솔린 터보에 4WD 기능을 더한 200t AWD를 라인업에 추가한 것. 친환경 모델과 고성능 모델, 서로 상반된 성격의 두 차종이 NX라는 한 이름으로 묶였다.

3개의 렌즈로 구성된 풀 LED 헤드램프는 로빔과 하이빔을 하나의 유닛으로 구성했다. 나이키 마크를 닮은 주간주행등은 헤드램프와 분리 배치돼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스마트키를 주머니에 넣고 차에 접근하면 차가 먼저 알아보고 은은한 빛을 밝힌다.

인테리어는 색다르다. 선명한 스티치는 시트는 물론 대시보드에까지 이어지고, 센터페시아는 잘 만든 건축물처럼 입체감을 자랑한다. 인테리어 재질의 우수함은 손끝이 먼저 느낀다. 만져보고 두르려보면 싸구려 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고급스러운 질감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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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패드식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는 손가락으로 누르고 움직이고 더블 클릭하며 사용할 수 있다.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도 충전할 수 있는 휴대폰 무선 충전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숨겨진 거울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다. NX 300h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떻게 차별화하고 고객에 감동을 줄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실내 구석구석에 숨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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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너비, 높이가 4,630, 1,845, 1,645mm다. 컴팩트 SUV라고는 하지만 작다고 할 수 없는 크기다. 실내 공간도 차급에 비해 넓다. 운전석 시트 뒤를 깊게 파 뒷좌석 승객의 무릎이 닿지 않게 했고 사륜구동이지만 뒷좌석 바닥에는 센터터널이 아예 없다. 그만큼 공간을 효과적으로 구성했다. 뒷좌석을 눕히지 않고도 9.5인치 골프백을 최대 4개까지 수납할 수 있다고 렉서스는 설명했다. 접이식 뒷좌석에는 파워폴딩 기능을 적용해 운전석에서 버튼을 눌러 조작할 수 있다.

핸들은 2.5회전하면 유격이 느껴진다. 끝까지 잡아 돌려도 2.7회전이다. 작은 차체에 어울리는 민첩함을 확보하는 조향비다. SUV인만큼 시트 포지션이 높아 시야는 넓지만 코너에서는 심리적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70~80km/h의 속도로 좁은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었다. 225/60R18 사이즈의 미쉐린 타이어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맞물려 기대 이상의 코너링 성능을 보여준다. NX200t에는 토크 컨트롤 AWD를 적용해 뒷바퀴에 최대 50%까지 구동력을 배분한다. 도로 상황, 주행환경을 감안해 앞뒤 바퀴로 전해지는 토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것. 일반 주행 시에는 연료 소비를 줄이는 전륜 구동으로 달리고 출발할 때나 미끄러운 길에서는 토크를 자동으로 뒤쪽으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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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 200t는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트윈터보가 포인트다. 다운사이징한 엔진은 엣킨슨 사이클방식으로 최고출력 238마력의 힘을 낸다. 마력당 무게비가 7.8kg로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그만큼 고성능이라는 의미다. 컴팩트 SUV지만 고성능으로 무장한 셈이다. 최대토크 35.7kgm는 1,650~4,000 rpm 구간에서 고르게 터진다. 비교적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충분한 토크를 확보하는 세팅이다.

터보를 얹은 고성능 엔진이지만 소리만으로는 엔진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 빠르게 달리는 중에도 엔진 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바람소리와 바닥에서 올라오는 잡음이 크게 들린다. 엔진 소리는 일본 사람을 닮았고, 바람소리와 노면 잡음은 중국사람 닮았다.

엔진의 존재감은 퍼포먼스 넘치는 차체를 통해 전해진다. 초반 가속부터 기대치를 넘긴다. 스키를 타고 미끄러지는 느낌이다. 변속감은 부드럽고 가속할 때 터보랙은 아주 잠깐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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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의 엔진은 배기 매니폴드가 엔진의 실린더 헤드 안으로 들어가 있는 형태다. 4개의 배기구를 2개로 통합해 실린더 헤드안으로 집어넣은 ‘일체형 배기 매니폴드’에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를 조합했다. 저속과 고속에서 모두 터보 차저가 작동하는 방식으로 터보랙을 줄였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핵심 기술이다.

컴팩트 SUV에 고성능 엔진은 생소한 조합이다.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면 굳이 고성능이 아니어도 된다는 게 컴팩트 SUV를 대하는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고성능을 원하는 비주류도 있는 법이다. NX 300h가 주류를 커버한다면 NX200t는 개성 강한 소수파들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를 앞세우는 렉서스 라인업에서 고성능 터보 모델은 비주류일수밖에 없다. 팡팡, 가볍고 경쾌하게 터지는 파워와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가속감이 때론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렉서스의 정체성은 잘 지키고 있다. 터보치고는 얌전한 편인 엔진 사운드, 편안한 실내, 수준있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등이 그렇다. 비주류지만 렉서스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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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에 맞추면 rpm은 에코 모드, 스포츠 모드 차이 없이 1,800을 유지한다. 잔잔하다.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순항하면 rpm이 안정되고 차의 거동도 편안해진다. 변속레버를 수동 모드로 옮기면 크루즈컨트롤은 해제된다.
속도를 높이면 호쾌한 주행이 이어진다. 극한적인 고속에서도 불안감은 크지 않았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과 미세한 흔들림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복합연비는 9.5km/L로 4등급. 고성능을 택한 대가다. 비주류를 겨냥한 모델인 만큼 이를 탓할 이유는 없다. 대신 달리고 도는 재미는 훨씬 크다. 판매가격은 슈프림이 5,480만원, F 스포츠 6,100만원, 이그제큐티브 6,1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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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소음.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고 바람소리와 노면 잡소리는 도드라진다. 속도를 높이면 시끄러울 정도다. 사운드 튜닝이 필요해 보인다. 터보 모델인 만큼 엔진 소리를 좀 더 키우고 잡소리를 잡아서 전체적으로 소리의 균형을 잡아야 하겠다. 조용한 렉서스가 엔진만 조용하게 만들고 다른 소리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