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7791

닛산이 소형 SUV 카테고리에서 로그를 빼고 캐시카이를 교체 투입했다. 가솔린 엔진을 쓰는 로그 대신 디젤 엔진을 장착한 캐시카이를 전격 발탁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유럽산 디젤차가 장악한 시장에서 가솔린 모델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닛산으로선 당연한 선택이다.

캐시카이는 유럽 시장에서 인정받은 차종이다. 유럽 SU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DSC07967

캐시카이는 지금의 이란, 과거 페르시아 지역의 부족이름이다. 초원을 떠도는 유목민이자, 역사적으로는 징기스칸과 영국 러시아 등의 침략에 맞서 싸운 용맹한 부족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이 만든 카펫은 최고의 제품으로 지금도 사랑받는다고 한다.

어쨌든 화제의 그 차, 닛산 캐시카이를 파주 일대에서 120km를 달리며 시승했다. 시승차는 캐시카이 SL모델이다.

단정한 모습이 눈길을 붙든다. 길이 4,380mm에 너비 1,805mm, 높이 1,590mm의 사이즈다. 있는 듯 없는 듯 살짝 드러나는 라인이 보디를 감싸고 있다. 헤드램프에 걸쳐있는 LED 드라이빙 램프는 부메랑을 닮았다. 닛산 370Z에서 온 디자인 요소다. 리어램프 역시 마찬가지.

범퍼 하단부와 앞 뒤 휠 하우스를 잇는 보디 아랫부분으로 테두리를 두른 듯 굵은 검정 라인이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차급에 비해 인테리어는 알차고 공간은 넓다. 저중력 시트라 이름붙인 시트는 몸에 맞춘 듯 느슨하지도, 조이지도 않는다. 편하다. 시트 패키징을 최적화해 제한된 공간을 넓게 만들었다. 뒷좌석에 앉아도 좁다는 느낌이 없다. 적당히 굵은 핸들은 가죽으로 마감해 손에 밀착된다.

DSC07979

트렁크 공간은 재미있다. 앞뒤, 상하로 각각 2단으로 구성돼 2개의 칸막이를 이용해 모두 16개의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트렁크다.

1.6 dCi 디젤 엔진은 닛산이 자랑하는 X 트로닉 CVT(무단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최고출력 131마력. 숫자만으로 보면 그리 넉넉하지 않은 힘인데 실제 주행 중 터지는 힘은 숫자 이상의 느낌을 준다. 1,750rpm에서 터지는 32.6kgm의 토크 덕이다.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로 최대토크를 뽑아낸다고 보면 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쭉 뻗는 가속감이 살아난다. 1.6 엔진이라고 믿기 힘든 반응이다. 치고 나가는 가속감은 고속구간에서 다소 더뎌지는 감이 있지만 일상적인 주행영역에서라면 ‘토크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DSC07993

엔진은 보어 80,0mm 스트로크 79.5mm다. 스퀘어에 가까운 쇼트 스트로크 엔진. 승차감과 성능을 모두 겨냥하는 세팅이다. 편안하게 순항하다 폭발하는 가속감을 살려내기에 어울리는 엔진이다.

벨트 풀리를 이용한 무단변속기는 7단으로 나뉘어 수동변속을 할 수 있다. 기어비는 2.413-0.383까지를 커버한다. 저단에서 강한 구동력을, 고단에서는 우수한 연비를 확보할 수 있다. 2, 3단에서는 강한 구동력을, 6, 7단에서는 여유 있고 조금 느슨한, 그래서 편한 느낌을 받으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신의 한 수로 공격과 수비를 함께 하는 변속기다.

안전장비는 차급에 어울리지 않게 호화롭다. 6개의 에어백이 장착됐고 섀시컨트롤 시스템이 안정된 주행을 돕는다. 섀시 컨트롤 시스템은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 등으로 구성된다.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이용해 부드럽고 안정감 있게 코너를 돌아나가게 돕고(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 노면이 불규칙한 도로에서 상하 흔들림을 줄여주고(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엔진 브레이크가 함께 작동하는(액티브 엔진 브레이크) 기능이다.

DSC08088

코너링은 부드럽다. 노면의 자잘한 쇼크도 잘 걸러주는 편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뒷좌석에서는 충격이 컸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 해도 마술이 아닌 이상 큰 충격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첨단 기술도 물리력을 온전히 거스를 수는 없다.

전방 비상 브레이크도 있다. 충돌 위험시, 경고음, 1차 제동, 2차 제동으로 이어지는 3단계 대응을 한다. 운전자가 방심을 하지 말아야 하지만 최악의 경우 차가 스스로 제동을 해 피해를 줄여주는 것. 하지만 이를 믿고 무모한 운전을 하는 건 바보다. 이런 장치 없다 생각하고 안전운전 하는 게 최상책이다. 그럴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어쩌다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했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해야 한다. SL과 플레티넘 트림에 기본적용된다.

디젤 엔진은 조용한 편이다. rpm을 2,000 전후로만 사용해도 도로 흐름을 따라 달리기에 무리가 없다. 그 상태에서 실내는 편안했고 조용했다. 자잘한 로드 노이즈가 거슬리지 않게 들릴 뿐이다.

DSC07996

복합연비는 15.3km/L로 2등급이다. 도심연비 14.4km/L, 고속도로 연비 16.6km/L로 인증을 받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으면 도로 흐름에 맞춰 달리면서도 인증 연비 이상을 경험할 수 있다.

캐시카이는 S, SL, 플래티넘 3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S가 3,050만원, SL이 3,390만원, 플래티넘이 3,790만원이다. 경쟁모델로 삼고 있는 폭스바겐 티구안과는 가격차가 크다. 붙어볼만 하겠다. 국산 중형 SUV와는 가격대가 겹친다. 역시 해볼만 하다. 2,650만원부터 시작하는 푸조 2008 보다는 비싸다. 컴팩트 SUV 시장이 이래저래 뜨거워지고 있다.

캐시카이로서는 해볼만한 싸움이다. 국산과 수입 SUV 강자들과 한 판 제대로 붙어볼만하겠다. 이 또한 양수겸장이다. 뭘 살까.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고민도 깊어진다.

한국닛산의 캐시카이 판매 목표는 월 200대 수준. 캐시카이가 캐시카우가 되려면 목표를 좀 더 높게 잡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DSC08132

오종훈의 단도직입
저중력 시트는 좀 더 매끈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앞좌석 시트의 모서리 부분 이음새가 깔끔하지 못하다. 뒷좌석에 앉아 눈길이 그곳에 머물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공들여 만든 시트라면 마무리까지 공을 들이는 게 맞다. 아깝다.
캐시카이를 둘러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글로벌 전략은 한국에서 다소 혼란스러워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QM3를 유럽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부산공장에서는 로그를 생산해 북미시장에 내보낸다. 닛산은 로그 판매를 중단하고 캐시카이를 들여왔다. QM3는 국산차로 위장한 수입차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로그는 국내 판매가 중단됐다. 하나 하나가 다 이유가 있지만 전체를 보면 어수선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