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달라졌어요.
볼보가 달라졌다. 안전에 대한 유난한 편집증은 더해졌고, 그동안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일부 디테일을 야무지게 마무리하며 이전과는 수준이 다름을 증명해보였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올라가는 브랜드의 얼굴, 앰블럼이 그냥 달라진 게 아니었다.
모터쇼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은 하나같이 첨단 기술을 외치고 최고의 연비와 안전을 주장한다. 하지만 동원 가능한 그 기술들을 차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접목을 하고 마무리를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어쩌면 프리미엄 브랜드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것은 첨단 기술이라기보다 그 기술을 차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의 문제인지 모른다. 디테일까지 신경쓰면서 완성도 높게 만들어내는 게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준일 수 있다.
볼보는 늘 그 기준에 걸렸다. 안전에 관한한 최고 수준의 기술을 구체화 시키면서 앞서 나가지만 완성도 높게 차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인테리어의 이음새 하나만 봐도 그랬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었다. 파리의 XC90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볼보는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XC90 한 대에 올인했다. 차를 론칭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다시 론칭한다는 관계자의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볼보 XC90에 직접 앉아보고 난 뒤의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XC90을 살피고 있었다. 주목받는 차임은 분명해 보였다.
XC90에는 볼보가 가진 모든 안전기술이 적용됐다. 포괄적이고 정교해진 안전장비들은 이제 사고로 목숨을 잃을 확률을 더 낮추고 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기능과 장치들, 거기에 더해 귀를 호강시키는 고급 오디오까지.
하지만 감동은 오감이 차와 교감하는 인테리어에서 느낀다. 작아서 손에 쏙들어오는 변속레버, 질 좋은 가죽, 아이패드를 붙여놓은 것같은 센터페시아, 귀에 착 감기는 소리를 들여주는 고급 오디오 등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각 부분이 뚜렷하게 존재감을 나타내면서도 서로 잘 어울렸다. 구석구석 틈새에 손을 집어넣어보아도 틈새는 균일했고 거친 느낌이 없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소비자가 감동을 받는 부분은 사실 신기술이라기 보다 세심한 디테일에서다. 어쩌다 한 번, 혹은 차를 타는 동안 단 한번도 쓰지 못하는 최첨단 안전기술보다는 완성도가 높아서 잔고장이 없고 일상에서 쓰는 기능이 완벽할 때 소비자는 이 차가 대단하구나 느끼게 마련이다.
실제 볼보가 그런 수준에까지 이를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서 있는 차를 살펴본 느낌은 좋다.
그동안 디테일에 약하다며 볼보에 쓴소리를 적지 않게 했다. 신형 XC90은 달랐다. 그런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되겠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그들의 마음자세가 읽힌다.
볼보의 인테리어는 감동이었다. 볼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파리=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