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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선 20.8, 한국에선 14.6. 어느 숫자가 맞는지 소비자는 헷갈린다. 푸조 308의 연비 문제다.

유럽에서 20.8km/L로 인증받은 이 차가 한국에서는 14.6km/L로 연비가 확 떨어졌다. 측정방법의 차이, 측정과정에서의 오차, 혹시 있을지 모를 사소한 옵션의 차이 등등을 감안하더라도 유럽과 한국에서의 연비 차이는 너무 크다. ‘어느 한쪽은 거짓’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오토다이어리는 칼럼 “유럽과 40% 차이나는 푸조 308의 연비, 어느 쪽이 거짓인가”를 통해 이미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오토다이어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연비를 측정해 보기로 했다. 실제 운전조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표준연비를 측정하는 방식 그대로 재현하는 건 불가능한 만큼 실제 도로 위를 달리며 연비를 체크했다. 어느 정도 오차는 있겠지만 운전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연비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해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어차피 정부 산하기관이 측정하는 표준연비도 실제 도로를 달리는 운전조건과 가깝게 설계해 측정하는 만큼 이를 실제도로에서 검증하는 의미는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테스트 구간은 고속도로 연비와 도심 연비를 측정하기 위해 자동차전용도로와 도심구간 2개 구간으로 나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행속도와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로 영국의 레이스로직사에서 만든 ‘비디오 V박스’를 장착했다. GPS와 연동해 다양한 자동차 주행기록을 측정하고 수집하는 장치로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는 검증된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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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속도로 연비다. 표준연비는 16.4km를 765초간 평균속도 78.2km 속도로 달려 고속도로 연비를 구한다. 이때 최고속도는 96.5km를 넘지 않는다. 실측 테스트를 위해 자유로를 택했다. 총 주행거리 53km를 평균 속도 74.0km로 달렸다. 최고속도는 100km/h를 넘기지 않았다. 소요 시간은 2,430초로 40분이 걸렸다.

고속도로 연비 측정결과는 25.0km/L로 발표된 고속도로 연비 16.4km보다 훨씬 우수하게 나왔다. 주행하는 동안 에어컨은 1~2단 정도로 가동했다. 만일 에어컨을 끄고 측정했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표준연비를 측정할 때의 측정 시간과 거리는 많이 다르지만 평균속도는 비슷한 수준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차이가 큰 것은 연비 측정 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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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주행그래프

다음은 도심연비. 부천시내에서 경인고속도로를 잠깐 이용해 남부순환도로로 바꿔 탄 뒤 서초동까지 이동하는 구간에서 측정했다. 이동거리는 33.0km, 주행시간은 3,700초로 약 1시간이 걸렸다. 평균속도는 31.0km/h였다. 이렇게 해서 나온 도심연비는 18.5km/L다.

표준연비를 구할 때 도심구간 연비값은 17.85km 거리를 2,477초(약 41분)간 평균속도 34.1km/h로 측정해 구한다. 발표된 푸조 308의 도심연비는 13.4km/L. 직접 테스트한 결과 얻어진 연비 18.5km/L와는 무려 5.1km/L나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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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주행그래프

고속도로 구간과 도심 구간을 측정하는 동안을 합해 자동차 정보 표시창에 나오는 연비는 21.2km/L였다. 총주행거리 145km를 평균속도 45km/h로 달린 결과다. 복합연비 14.6km/L와는 크게 차이나는 수준이다. 이 둘을 단순비교 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 커 표준연비 측정과정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의심을 할 만한 근거로는 충분하다.

푸조308연비비교그래프

본격적인 테스트에 앞서 트립미터를 초기화해야 했다. 트립1과 트립2에도 의미있는 숫자들이 있었다. 트립 1에는 주행거리 585km, 평균주행속도 34km/h, 평균연비 17.5km/L라는 정보가 있었다. 트립 2에는 주행거리 753km, 평균주행속도 33km/h, 평균연비 17.5km/L로 표기돼 있다. 빅데이터에 정확한 정보가 숨어있듯, 자동차 연비는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실제연비에 가까워지게 마련이다. 750km를 달리며 얻어진 연비야말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연비가 아닐까. 그 연비조차 표준연비를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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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다이어리의 연비 측정이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많은 문제가 있다. 일반도로에서 주먹구구식 측정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운전자의 주행 능력도 그렇다. 또한 자동차 자체에 내장된 연비 측정 프로그램의 신뢰성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당연하다. 오토다이어리는 정확한 연비를 측정할 능력도, 장비도 없다. 그러나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연비를 검증해보고 문제점을 지적할 수는 있다. 이번 연비측정의 기획의도가 여기에 있다. 정확한 연비를 구하는 게 아니라 연비값이 정확하지 않음을 입증하고 그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다.

어떻게 측정을 했길래 똑같은 차의 유럽 연비와 그렇게 차이가 나고, 평균 속도가 비슷하게 달린 일반 도로에서의 연비값과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걸까. 오차라고하기엔 너무 큰 차이다. 정부기관의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아무래도 푸조 308의 표준연비는 신뢰하기 힘들다는 게 오토다이어리의 결론이다. 이 차의 표준연비는 다시 측정하는 게 맞다. 소비자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하기 때문이다. 푸조 308의 표준연비는 잘못된 정보다.

연비

에너지관리공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연비측정 방법.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