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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2014 올해의 차’가 발표됐다. BMW i3, 테슬라 모델 S,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등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올해의 차에 선정된 차는 푸조 뉴 308. 22개국 58명의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거친 결과다. 제네바모터쇼는 자동차 메이커가 없는 스위스에서 열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 제네바모터쇼 ‘올해의 차’가 권위를 인정받는 이유다.

그 주인공 푸조 308이 드디어 한국 시장에 투입됐다. 2008년 처음 출시한 308의 풀체인지 모델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첫 무대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단단히 벼르고 있다. 308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여보겠다는 의지다.

디자인부터 예사롭지 않다. 단단한 모습에는 여유가 묻어있다. 풀 LED 헤드램프는 모두 62개의 LED 램프로 구성됐다. 터널진입 순간 같은 조도변화에 0.2초 이내에 반응한다. 과감하게 마무리한 C 필러 모습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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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글래스 루프는 반투명 재질로 덮어 은은한 조명이 켜진 것 같은 조금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렌치 키스처럼 달콤한 실내다.

운전자가 늘 마주하게 되는 인테리어는 혁신적이다. 센터페시아가 그랬다. 단순 그 자체다. 뭔가 빠진 듯 허전할 만큼 눈에 보이는 게 없다. 9.7인치 터치스크린 말고는 CD 플레이어, 볼륨 스위치, 비상등, 잠금 버튼, 열선 스위치 정도다. 오디오 버튼도, 공조 스위치도, 기타 다른 어떤 버튼도 없다. 시각적으로는 뭔가 허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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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없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아니, 그 안에 더 많이 있었다. 9.7 인치 터치스크린이 마술상자다. 그 안에 멀티미디어, 내비게이션, 전화, 기타 차량 설정 기능 등이 다 담겨 있다. 그뿐 아니라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 많은 기능을 쉽게 다룰 수 있다. 9.7 인치 모니터 안에 모든 기능을 다 쓸어 담은 셈이다. 덕분에 단순한, 그래서 깔끔한 인테리어가 가능해졌다.

스티어링 휠을 쥐어보면 깜짝 놀란다. 작아서다. 작아도 너무 작다. D컷 핸들의 직경이 가로가 351mm, 세로가 329mm에 불과하다.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재미있게 핸들을 조작할 수 있다. 작은 핸들이 주는 즐거움이다. 하나 더 있다. 계기판이 핸들 위로 보이는 것. 작은 핸들을 아래로 내리고 계기판을 그 위로 올린 구조다. 독특하면서 기능적인 구조다. 푸조는 이를 ‘아이 콕픽’으로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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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은 좌측에 속도계, 우측에 rpm 게이지가 위치했다. rpm 게이지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늘이 움직인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속도계와 rpm 게이지가 좌우에서 움직이기 시작해 속도를 높이면 가운데로 모아진다.

뉴 308은 PSA그룹의 새로운 플랫폼인 EMP2(Efficient Modular Platform 2)를 적용했다. 경량화와 구조혁신을 위해 만든 플랫폼이다. 이를 적용해 New 푸조 308은 기존 모델 대비 최대 140Kg까지 무게를 줄였다. 길이는 20mm 짧아지고 높이는 30mm 낮아졌고 너비와 휠베이스를 10mm씩 넓혔다. 크기는 줄었지만 공간 효율은 높이는 공식을 적용한 것. 실제로 뒷좌석에 앉아보면 생각만큼 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졌다. 어떤 순간에도 차가 멈추면 어김없이 엔진도 따라 멈춘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0.4초 이내에 다시 시동이 걸린다. 시동이 걸릴 때도 소리가 크지 않다.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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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레버는 계단식 게이트를 가진 형태다. 변속하는 손맛이 있다. 수동 변속모드는 위로 밀면 시프트 다운, 아래로 당기면 시프트 업으로 기존 방식과 다르다.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는 데에는 위로 밀며 시프트다운을 하는 게 훨씬 어울린다는 게 많은 이들의 평가다.

2.0 리터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7.8kgm의 힘을 낸다. 신형 블루HDi 엔진이다. 엔진은 부드럽고 굵은 소리를 토해낸다. 최대토크가 2,000rpm에서 발휘되는 구조여서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강한 토크를 바탕으로 시원한 가속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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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정확하고 재미있는 핸들링. 스티어링 휠과 차 크기가 작아 조금만 움직여도 차가 크게 반응한다. 펀 앤 다이내믹 핸들링이다. 과감한 코너링을 시도할 땐 짜릿함까지도 느낄 수 있다. 푸조의 핸들링을 이 차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크루즈컨트롤은 한 단계 더 진화해 크루즈 컨트롤이 됐다. 레이더를 이용해 앞 차와의 차량 거리 및 속도를 계산해 차량 간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차간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며 필요할 땐 속도를 줄이고, 상황이 되면 정해진 속도로 달린다. 차간 거리가 필요이상으로 가까워져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경고 신호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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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하드한 편이지만 승객이 느끼는 승차감은 부드럽다. 하드하게 차체를 제어하지만 실내의 승객은 딱딱하지 않은 승차감을 전하는 것. 한 번 더 손을 본, 그래서 완성도가 조금 더 좋아진 승차감이다.

차체가 작지만 고속주행에도 강했다. 빠르게 달리면 차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게 작은 차의 한계지만 308은 그 한계를 넘어선 듯 보인다. 고속에서도 차체는 안정감을 잃지 않았고 덕분에 운전자나 탑승객이 고속주행시 느끼는 불안감도 덜한 편이다.

고속도로 연비 16.4km/L, 도심연비 13.4km/L, 복합연비 14.6km/L다. 유럽에서는 20km/L를 넘기는 연비로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연비가 크게 낮아졌다. 좀 더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최소한 이보다는 연비가 더 나올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있겠다.

국내 시장에는 2.0 블루 HDi 악티브와 펠린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풀 LED 헤드램프,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후방 카메라, 전방 센서 및 내비게이션은 펠린 모델의 기본 사양이다. 사각지대 정보시스템, 주차 보조 시스템은 딜러를 통한 개별 오더로 탑재할 수 있다. 펠린 3,740만원, 악티브 3,3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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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앞 공간에 컵 홀더가 하나뿐이다. 둘이 앞에 커피 잔을 들고 타면 한 사람은 들고 있어야 한다. 1열의 탑승자 공간에 총 24 리터 크기의 수납공간이 제공된다고는 하지만 정작 컵 두 개 놓아둘 공간은 안 된다.
시트를 누이려면 원형 레버를 열심히 돌려야 한다. 한 번에 쫙 넘어가는 시트가 아니라 열심히 돌려야 조금씩 넘어가는 방식. 불편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