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보다 정부가 문제다. 한심한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자동차연비와 관련해 서로 다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문제가 된 두 개 차종,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의 연비에 대해 교통부와 산업부가 부적합과 적합으로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린 것.

국토부는 현대차의 싼타페와 쌍용차의 코란도스포츠가 부적합하다고 판정했다. 싼타페는 8.3%, 코란도는 10.7%가 낮아 복합연비 허용오차 5%를 넘겼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표시연비가 오차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오히려 아우디 A4 2.0 TDI,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크라이슬러 지프 그랜드체로키, BMW 미니 쿠퍼 D 컨트리맨 등 4개차종이 연비표시가 부적합하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부 부처의 상이한 결론 발표에 매우 혼란스러우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26일 내놨다. 그동안 산업부의 연비인증을 받아왔고 국토부는 산업부의 연비 인증을 준용해왔는데 국토부가 2013년 연비조사에 나서 혼란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산업부와 국토부간 연비 조사 조건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부와 국토부의 조사결과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입장도 밝혔다.

크라이슬러는 27일 이와 관련해 “억울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 조치에 업계가 억울하다며 반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크라이슬러는 “연비 측정 시험을 산업부에서 지정한 시험 기관에서 진행하고 그 결과치를 연비 표시에 적용한 것뿐”이라며 “정해진 규정과 절차를 충실히 지켜 정부에서 지정한 시험기관의 시험 결과를 받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임에도 고의로 연비를 과장한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매우 당혹스럽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부처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의견과 판단이 사후조정과정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발표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은 극도의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산업부와 국토부의 갈등이 부른 혼란이다. 결국 정부의 책임이다. 현대차나 쌍용차 이전에 국토부와 산업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혼란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환경부까지 가세해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창조경제의 대안으로 갑자기 조명받기 시작한 ‘자동차튜닝’과 관련해서도 국토부와 산업부는 제각각이다.

두 부처의 싸움(?)을 지켜보면 물 좋은 ‘나와바리’를 자기 구역으로 하려는 조폭들의 전쟁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게 정부의 모습이어서는 곤란하다. 부처 사이의 이견을 토론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나온 정부의 판단과 결정은 ‘하나’여야 한다. 그렇지 못한 정부를 가진 국가를 우리는 3류 국가라 부른다.

오늘 대한민국은 삼류국가다. 국토부와 산업부 때문에…….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