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인으로 얼굴이 달라지는 것처럼 자동차 역시 라인 몇 개로 확 달라 보인다. 피아트가 봄을 맞아 선보인 ‘친퀘첸토 이탈리아’가 그랬다. 밋밋한 표면에 그려 넣은 3색 라인이 경쾌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탈리아 3색 국기에서 따온 라인이다. 라인이 있고 없고에 따라 확 다른 분위기다.
한-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됐다는 스페셜 에디션이다. 차를 파는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새 모델을 만들어내 소비자들을 자극하고 꼬드겨야 한다. 그들에겐 세상의 모든 일이 새 모델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작다. 그냥 작은 게 아니다. 아주 작다. 길이 3,550mm. 3,595mm인 국산 경차 모닝보다 짧다. 대신 더 넓고 높다. 작아서 4인승. 뒷좌석에 앉으려면 무릎을 바짝 세워 앉아야 한다.
작지만 예쁘다. 아니다. 작아서 예쁘다. 3.5m 남짓한 작은 체구는 깜찍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디 컬러였던 주유구 캡은 크롬 캡으로 변경했고, 중앙 후드 크롬 액센트, 전면 양쪽 펜더에 부착된 이탈리아 삼색 배지, 친퀘첸토를 의미하는 500과 이탈리아 삼색기가 조화를 이룬 양 측면의 사이드 몰딩 인서트 등이 기념 모델만의 특징적인 부분들이다. 블랙 무광 처리된 15인치 휠은 단단하고 야무진 이미지를 완성한다.
동글동글. 실내에서 눈이 닿는 곳마다 동그라미가 자리했다. 핸들, 그 너머 계기판, 헤드레스트, 도어 손잡이, 센터페시아의 많은 버튼들이 원형이거나 변형된 원이다. 시트 포지션은 높은 편이다. 승차차가 편하고 시야 확보에도 유리한 시트다. 인테리어의 조립 품질은 기대보다 우수했다. 작은 차라고 우습게 볼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가솔린 1.4리터 엔진은 전자제어식 6단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102마력, 최대 토크 12.8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은 1,110kg으로 1마력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인 마력당 무게비 10.9kg 수준이다.
힘을 좀 쓰려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이 용쓰는 소리가 들린다. rpm 레드존은 6,750이다. 치고 올라가는 rpm은 레드존을 터치하기 직전인 6,500에서 변속이 일어나면서 5,000으로 떨어진 뒤 다시 오른다.
동력계통은 거칠다. 힘은 거칠고, 변속 쇼크는 컸다. 소리? 당연히 크다. 고급차의 편안한 승차감은 기대해선 안 된다. 작은 차의 흔들림에 익숙해야 이 차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운전은 즐겁다. 짧은 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쾌함이 있다. 뒤를 신경 쓸 일은 거의 없다. 앞이 빠져나가면 뒤도 따라간다. 좁은 골목길은 물로 고속도로에서도 발놀림이 경쾌하다. 작은 차임을 인정하고 기대수준을 조금 낮춰주면 소소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3회전하는 핸들은 작은 몸을 경쾌하게 돌려준다. 빠르게 회전한다. 타이어는 차의 성능에 비해 호화롭다. 185/55R15 사이즈의 피렐리타이어다.
6단 변속기지만 시속 100km에서 rpm은 2,500을 마크한다. 배기량이 낮아 rpm을 조금 더 올려야 100km/h에 맞출 수 있는 것.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시속 40, 70, 11, 150km에서 각각 윗단으로 변속이 일어난다. 탁 트인 길을 한 참을 달려도 시속 160km를 터치하기가 어렵다. 친퀘첸토에게 고속주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계기판은 100km/h라고 말하지만 몸은 130~140km/h로 느낀다. 실제속도보다 체감속도가 훨씬 높다.
복합연비는 12.4km/ℓ로 2등급에 해당한다. 경차 모닝보다 좋다. 이산화탄소배출량은 140g/km.
이 작은 차에 에어백이 7개가 적용됐다. 알파인 스피커 6개를 통해 듣는 음악은 음질이 기대 이상이다. 리어오버행이 거의 없다시피 뒷타이어가 뒤로 바짝 붙었고 스페어 타이어는 없다.
힘 세고 빠른 차가 최고라는 이들에겐 친퀘첸토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공부가 최고라는 이에게 공부 말고 이런 저런 장점을 가진 아이들이 안 보이는 것과 같은 이유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게 세상이다.
작고 예쁜 디자인, 우수한 연비 등 살펴보면 이런저런 장점이 있는 차가 친퀘첸토다. 미녀는 고시 3관왕과 같다. 예쁘다는 건 이런 저런 단점들을 덮어버리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래서 예쁘고 볼 일이다. 자동차야 말로 그렇다.
판매 가격은 피아트 친퀘첸토 이탈리아 팝은 2,400 만원, 피아트 친퀘첸토 이탈리아 라운지는 2,70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볼록 렌즈가 함께 적용된 좌측 사이드미러는 최악이다. 사각을 줄여준다며 거울 하나에 볼록렌즈를 같이 붙였는데 한눈에 안 들어온다. 눈이 불편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시야확보에 지장이 생기는 것. 게다가 대시보드가 거울에 반사돼는 정도가 심해 사이드미러를 보기가 매우 부담스러웠다. 인체공학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볼록렌즈는 없애는 게 낫겠다.
시승/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