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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오르지 못할 것 같은 험한 고갯길을 랜드로버가 오른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스커버리가 꼬리를 물고 오른다. 가가 멈추고, 다시 오르고 장난치듯, 즐기듯, 여유롭게 움직인다. 랜드로버니까 가능한 일이다.
한 무리의 랜드로버가 경주 인근의 오프로드에서 봄소풍을 즐겼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지인 경주 암곡. 황량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조금씩 더해지는 곳이었다.

아스팔트가 끝나고 시멘트 도로는 다시 폭이 좁은 산길로 바뀐다. 경사도 심하다. 험로라고는 하지만 랜드로버에겐 전혀 문제될 게 없는 가벼운 산책길에 불과했다. 일부러 구덩이를 만들고 가장 험한 곳으로만 핸들을 돌려가며 전진을 거듭했다. 타이어 한두 개가 노면을 놓쳐도 차가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 문제없다. 도저히 차가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랜드로버는 슬슬슬슬 전진해 나갔다.

한번 멈추면 다시 출발 할 수 없을 것 같은 급경사 지역.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등 차종을 불문하고 겁 없이 올라간다. 차종 불문. 랜드로버의 피가 흐른다면 거침없이 움직인다. 정지했다 다시 오른다. 오르다 후진도 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HDC 기능이 있어 차가 알아서 동력을 조절한다.

베테랑 운전자가 아니어도 랜드로버를 타면 누구나 최고의 드라이빙을 경험하게 된다. 단 차를 믿어야 한다.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수 있어야 하고, 심지어 가속페달까지 밟을 수 있어야 한다. 차를 믿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차를 믿으면 신기한 세상이 열린다.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차의 높이를 높인다. 스위치를 누르고 있으면 차가 높아진다. 그 다음엔 전자동지형반응시스템2를 도로 상황에 맞게 세팅 한다.  HDC도 있다. 급경사에서 움직일 때 반드시 필요한 장치. 믿고 사용하면 훨씬 자신 있게 급경사를 공략하고 즐길 수 있다. 일반 4WD의 로 레인지를 생각하면 된다. 저속으로 엔진 브레이크 상태를 유지하며 언덕을 내려갈 수 있는 것.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는 가속이 붙지 않고 속도를 제어하며 천천히 급경사를 내려가게 된다. 후진으로 급경사를 내려갈 때에도 HDC는 작동한다.

필요한 장치들을 세팅한 다음엔 핸들을 두 손으로 정확하게 쥐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적절히 조작하기만 하면 된다. 쉽다. 베테랑이 아니어도 랜드로버를 타고 있다면 쉽게 오프로드를 공략할 수 있다. 지옥 같은 험한 길을 쉽게 이동한 것, 그게 랜드로버의 매력이다. 봄소풍 나온 아이들의 신나는 발길처럼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유린한다. 아수라장이 벌어지는 전쟁터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핸들을 쥔 운전자는 즐거운 봄소풍일 뿐이었다.  그 모습, 참 아름다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