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동차를 사랑한다. 하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자동차를 사랑한다고 말하기까지 과정은 평탄치 않았다”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은 업계가 인정하는 자동차 마니아다. 테스트 드라이브에도 나서고 자동차 경주에도 레이서로 직접 경주차의 핸들을 잡는다. 토요타의 모터스포츠를 관장하는 가주(GAZOO) 레이싱팀 레이서 명단에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을 정도. 자동차 경주를 할 때에는 ‘모리조’라는 닉네임을 사용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는 “나는 자동차를 사랑한다. (I Love Cars)”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그의 커리커쳐가 들어간 스티커에도 이 말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가 이 말을 꺼내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그가 이 말을 애용하게 된 사연을 강연회를 통해 꺼냈다. 지난 1월 24일 막을 올린 후쿠오카모터쇼에서였다. 일본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토요타자동차의 수장이 메이저 모터쇼도 아닌 지방 모터쇼를 찾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서 허심탄회한 얘기를 꺼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일본 현지 언론들이 전한 강연회 내용을 정리했다. 
토요타 회장은 모터쇼 개최 2일차인 1월 25일 열린 ‘자동차 포럼’에서 “자동차를 말하자, I Love Cars!”를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섰다. “I Love Cars!”는 토요타 회장이 즐겨 사용하는 말로 이번 강연회에서 그 말을 하게 된 배경을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후쿠오카 지역 자동차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한 토요타 회장은 “나는 자동차를 사랑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말한 뒤 약 15분가량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회장 취임 이후 연속된 리먼 쇼크, 품질문제로 인한 리콜 사태,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 등의 상황을 편집해 만든 다큐멘터리 영상이었다. 
동영상 상영이 끝난 뒤 토요타 회장은 “I Love Cars”란 말에 담긴 특별한 의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품질 문제로 인한 리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때였다. 토요타 최대의 위기였다. 청문회에까지 나가야 했다”고 2010년 2월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는 “청문회 후 출연했던 (CNN 방송의) 래리킹 인터뷰 프로그램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3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계속 품질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래리 킹은 마지막 질문으로 “당신은 어떤 차를 타는가?”하고 물었다. 토요타 회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일 년에 약 200종류의 차를 탄다. 그래서 어떤 차를 탄다고 말하기 어렵다. 나는 자동차를 사랑하니까” 
그의 대답을 들은 래리 킹이 피식 웃는 순간 토요타 회장은 “아, (진심이) 전해졌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이날 밝혔다. “나도 토요타라는 회사도 구원받는 순간” 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가혹한 추궁이 이어진 뒤 나온 웃음에서 안도의 느낌을 받은 것. 일본어로 대답한 토요타의 답변을 통역사가 전하는 인터뷰에서 통역의 마지막 말이 “I Love Cars!” 였다고 토요타 회장은 기억했다. 
 
토요타 회장은 래리 킹이 은퇴한 이후 2013년 미국에서 그를 만난 자리에서 “왜 마지막에 그 질문을 했는가?”라고 물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래리 킹은 “수십 년간 선입견을 갖지 않고 인터뷰를 해왔다. 30분간 차분히 얘기를 나누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본질 같은 것을 알게 된다. 그런 본질이 시청자들에게 직접 전해지도록 마지막 질문을 생각한다. 당신의 경우 그 질문이었다. 당신의 대답은 내 예상대로였다”고 대답했다.  
“이 인터뷰 덕분에 나 자신도 거듭날 수 있었다. 나는 차를 사랑하고 그것은 분명히 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사 후 수십 년간 그것을 말할 수 없었던 것도 현실이었다.”고 토요타 회장은 토로했다. 토요타자동차 창업가 가문의 경영자라는 사실이 차를 좋아하는 그의 본질을 가리고 있었던 것. 입사 후 30년간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창업자 가문의 한 사람으로 행동해야했고 주위 사람들도 그런 그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말하고 싶어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말을 래리 킹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해줬다”고 토요타 회장은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그 말을 하고 난 뒤 해방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 이후 나는 다양한 상황에서 ‘나는 자동차를 사랑해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