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 교체주기는 말하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정비업체에서는 3,000km, 혹은 5,000km를 얘기한다. 늦어도 7,000km 마다는 교체하라는 이가 있는가하면 1만km나 1만5,000km에서는 교체해야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대체로 엔진오일 업체나 정비업체에서는 교체시기를 짧게 권한다. 안전하게 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금 일찍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자들이 오일 교체를 자주하면 정비업체와 오일업체의 수입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심리도 있다. 과잉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석유관리원이 지난 2012년 실시한 엔진오일 관련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7개 모델의 14 차종을 각각 5000km, 1만km 주행한 뒤 엔진오일의 상태를 점검해 본 것. 엔진오일의 점도, 유동점, 동점도(動粘度, 오일이 균일하게 흐르는 정도) 등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5,000km를 달린 차나 1만km를 달린 차나 오일상태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7,000km도 채 안달리고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말한 두 기관이 운전자 1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엔진오일 교체주기는 6350㎞로 나타난 것. 너무 자주 엔진오일을 교체한 것이다.

엔진오일을 빨리 교체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그때마다 드는 돈과 환경에 부담을 주는 점등을 고려한다면 너무 자주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 엔진오일을 교체했는지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다가는 엔진 트러블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엔진 오일이 바닥나 엔진에 무리를 주면 차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엔진이 심각한 손상을 얻게 된다.

엔진오일은 일종의 윤활유다. 엔진의 피스톤이 실린더 안에서 부드럽게 작동하도록 해준다. 윤활유가 하는 일은 그 뿐 아니다. 뜨거워진 엔진을 어느 정도 식혀주는 냉각 기능도 있다. 이물질을 씻어내는 세척, 녹이 스는 것을 막아주는 방청 기능을 할 뿐 아니라 연소실에서 가스가 누출되는 것을 막아주는 밀폐기능도 있다. 엔진오일은 이 같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그 기능이 약해진다. 이물질이 많이 섞이고 점도가 낮아져 윤활과 밀폐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때문에 적정한 시기에 이를 교체해줘야 하는데 그 적정 시기가 언제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정답은 자동차 사용설명서에 나와 있다. 국산차를 기준으로 하면 대부분의 차들은 1만km~ 1만5,000km에서 오일을 교체해주면 된다.

연간 2만km 정도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1만~1만5,000km 정도 달리고 난 뒤 오일을 교체하면 된다. 그 이하를 달리는 경우라면 주행거리와 상관없이 연 1회는 교환하는 게 좋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여름과 겨울철 기온 차이가 커 엔진오일의 성질이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과거에는 겨울철용 엔진오일을 따로 사용하기도 했었지만 요즘엔 그냥 사계절용 엔진오일이면 충분하다.

엔진오일은 사실, 교체보다 보충이 중요하다.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엔진오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부 수입차들은 아예 1리터 용기에 보충용 엔진오일을 제공하기도 한다.

엔진오일 게이지의 허용치 안에 오일이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그때그때 보충을 해줘야 한다. 단 이 경우 오일이 어디에선가 새는 것은 아닌지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 오래 차를 세워둔 자리에 오일이 떨어져 얼룩져 있거나 엔진오일이 너무 자주 부족하다면 어디선가 오일이 새는 것으로 보고 점검해야 한다.

자동차의 주행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면 엔진오일 교체주기를 조금 짧게 가져가는 게 좋다. 먼지가 많이 날리는 비포장도로에서 주로 달리는 차라면 좀 더 자주 오일을 갈아주는게 좋다. 평소에 운전을 거칠게 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엔진회전수를 높게 쓰고 고속주행을 즐긴다면 엔진오일도 혹사를 당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경우라면 7,000~1만 km 사이에서 엔진오일을 교체해줘야 한다.

엔진오일 교체 작업이 어렵지 않다고 집에서 직접 이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 쓰고 남은 폐오일을 결국 어딘가에 버려야 하는데 개인이 이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폐오일 수거 체계를 갖춘 정비업체를 찾아가서 엔진오일을 교체해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