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를 받아 출발하던 앞 차가 급정거를 했다. 운전을 하던 이가 급제동을 한다고 했지만 추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신기하게도 차는 앞차와의 추돌을 피하고 정지했다. 안전띠를 풀고 뒷좌석 오너석에 앉아 이것저것 만지던 기자는 몸이 쏠리며 무릎이 부딪히고 말았지만 어쨌든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운전자의 능력을 벗어난 상황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완벽하게 제동을 해냈다. 일부러 시험해볼 수 없는 돌발 상황을 제대로 체험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을 제대로 증명했다.

누가 뭐래도 벤츠는 좋은 차의 대명사라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입에 거품을 물고 그렇지 않은 이유를 들이대도 “벤츠는 좋은 차”라는 견고한 대중의 인식을 깨지는 못한다. 오랜 세월을 거쳐 쌓아온 명성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법이다.벤츠가 좋은 차의 대명사라면, 벤츠의 대명사는 S 클래스다. 오늘의 벤츠를 있게 한 가장 벤츠다운 차가 S 클래스다. 그 S 클래스가 완전히 변한 새 모델을 출시했다. 6세대다.

주차장에 준비된 시승차는 하얀색 S500L 에디션1이다. 한국 출시를 기념해 100대만 만들었다는 바로 그 모델이다.

익스테리어는 이렇다 할 장식이 없다. 보닛 위의 삼각별, 단정하게 흐르는 몇 개의 유려한 선,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리어램프 정도가 눈길을 끄는 디자인 요소들이다. 화려할 것도 없고 유난히 튀는 것도 아니다. 주차장에 세워두면 그냥 많은 고급차들 중 하나일 뿐. 눈이 예리한 이들은 완벽에 가까운 비례, 품격을 담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도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감탄이 터져 나온다. 은은한 조명, 몸을 받쳐주는 시트, 글로브 박스 안의 향수, 선명하고 시원한 계기판, 호화스러운 오너석 등. 차를 설명해주는 이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흘러 넘쳤고 그 설명을 듣는 기자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흐른다. 이제 이 차를 타보는 거다.

전구가 완전히 사라졌다. LED 램프가 전구를 몰아내고 완전히 차를 점령했다. S 클래스에서다. S 클래스에는 모두 500개 이상의 LED 램프가 사용됐다. 에디슨 이후 오랜 시절 자동차에 사용되던 전구는 이제 한 시대를 마감하고 LED에 그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S 클래스는 최초의 전구 없는 차로도 기록된다.

쭉 뻗은 제2자유로를 탔다. 전 좌석에는 열선 및 통풍 기능이 있다. 스티어링 휠, 도어의 팔걸이, 앞좌석 센터 콘솔과 뒷좌석 가운데 팔걸이에까지 열선이 내장돼 손과 팔이 닿는 부분을 따뜻하게 해준다.텔레매틱스 시스템은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포함하여 블루투스 전화, 오디오, 비디오, 그리고 인터넷까지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동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의 테더링을 통해 인터넷 사용도 가능하다. 시트는 핫 스톤 방식의 에너자이징 마사지 기능이 있다. 시트에 14개의 에어쿠션이 내장되어 온열 기능을 포함한 6가지 마사지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주차장을 빠져나가 도로 위로 올라섰다. 미끄러지는 듯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부드럽다고 물렁거리는 건 아니다. 액티브 보디 컨트롤이 마술 같은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액티브 보디 컨트롤은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사용해 차체의 흔들림을 완화해준다.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물론 출발과 제동시에 차의 앞뒤 방향 흔들림도 잡아준다. 유난히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는 비결이다. 마술같은 기술이다. 마술과 기술 사이에 S 클래스가 서 있는 셈이다.

핸들은 2.3회전한다. 대형 세단의 조향비 치고는 예민하다. 마냥 편안함에만 초점을 맞춘 차는 아님을 스티어링 휠이 말해주고 있다. 필요하다면 날카로운 조향감을 보여줄 수도 있는 조건을 갖췄다.

4,663cc V8 엔진은 최고출력 455마력을 뿜어낸다. 최대토크는 71.4kgm로 1,800~3,500rpm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발휘한다. 7단 자동변속기가 엔진과 궁합을 맞춘다.시속 100km에서 rpm은 1,400 전후로 안정적이다. 거의 모든 운행 구간에서 엔진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순간 가속을 할 때 rpm이 치솟으면서 잠깐 엔진 소리를 만날 수 있다. 아주 멀리서 들리는 아련한 엔진 소리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이런 저런 소음도 거의 완벽하게 차단했다. 실내는 소리의 진공상태다. 지우지 못한 건 바람소리뿐이다. 고속주행중 차체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만이 유일하게 들린다. 소리가 사라진 실내에서는 큰 소리를 낼 필요가 없다. 소근 거리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 수준이 다른 정숙함이다.

고속주행의 안정감은 탁월했다. 체감속도는 실제 주행 속도보다 시속 40~50km 정도 낮다고 보면 된다. 편안함에 취해 있다 계기판을 통해 실제 속도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란다.

차선이탈 방지장치를 작동시키면 차선을 지날 때 통통거리는 진동이 핸들을 통해 전해진다. 때로는 그 맛을 즐기기 위해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지 않고 차선을 넘게 된다.

아이들 스톱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서면 엔진도 멈춘다. 차가 멈춘 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는 정지상태를 유지하고 엔진도 움직이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터치해야 비로소 엔진이 참았던 숨을 쉬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정해진 속도 이내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달린다. 앞차가 멈추면 완전 정지까지 해낸다. 조절레버를 작동하는 게 복잡하다. 익숙하지 않아서 크루즈컨트롤을 작동한다는 게 자꾸 속도제한 장치를 작동시키게 된다.타이어는 굿이어 런플랫 타이어를 신었다. 앞에는 245 45R19, 뒤에는 275 45R19 사이즈다.

가속 반응은 재미있다. 크게 힘을 쓰는 것 같지 않은데 속도계는 가파르게 치솟는다. 레드존 직전인 6,200rpm까지 치고 올라간 뒤 시프트업이 일어나면 엔진회전수는 분당 4,000까지 후퇴한 뒤 다시 힘을 쓴다. 승객의 느낌은 부드럽기 짝이 없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파워트레인은 강하고 다이내믹하게 차를 끌고 달린다.

복합연비는 8.5km/L로 5등급에 해당한다. 판매가격은 S500L이 1억9,700만원, S500L 에디션1이 2억2,200만원이다.
S 클래스는 확실히 달랐다. 성능, 편의장비, 안전장비, 고급스러움 면에서 그랬다. 차원이 다르다. 고급차는 이래야 한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뒷좌석 오너석을 비행기 일등석처럼 누일 수 있다. 뒷좌석을 완전히 누이면 조수석 시트가 접히면서 운전자의 우측 시야를 가려버린다. 운전석에서 우측 사이드 미러가 안 보이는 것. 위험한 일이다. 결국 시야가 확보되는 범위 안에서 시트 조절을 해야한다. 회장님께서 편히 쉬시겠다고 자세잡는데 운전기사가 “안됩니다” 라고 할 수 있을까. 편안함이 안전을 해쳐서는 안 된다.
좌석이 완전히 펴질 때 까지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는 것도 불편하다. 힘을 주고 누르고 있으면 쥐가 날 정도다. 벤츠의 얼굴인 S 클래스인데 트렁크 천장에는 철판이 드러난다. 최고급 럭셔리 세단에 민망한 모습이다. 그거 좀 덮어주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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