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캡쳐가 르노삼성 QM3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등장했다. 드디어. 캡처의 한국 출시가 알려진 이후 큰 관심을 받았던 차다. 이역만리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 르노가 스페인에서 만들어 한국의 르노삼성자동차를 통해 파는 차다. 외국서 만들어 수입하는 차지만 르노삼성차가 파니 국산차 대접을 받는다. 다국적 메이커의 잇점을 최대한 활용한 자리매김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QM3의 행보는 현란하다. 2,000만 원대의 수입차지만 국내 르노삼성차의 서비스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국산차와 진배없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분명한 매력 포인트를 가진 차다.

디자인부터 색다르다. 지붕과 보디 컬러를 다르게 만들어 젊은 느낌을 한껏 풍긴다. 영계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 주변을 감싸는 라인이 톡톡 튄다. 보디 측면 아래에도 선 하나를 그려 넣어 깜찍함을 더했다. 콧소리 앙앙 거리는 딸내미가 있다면 한 대 지르고 싶다.

조금 과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지붕에 데칼 무늬를 넣은 모델이 그렇다. 눈에 띄지도 않는 부분에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C 필러 주변은 선들이 어지럽게 교차한다. 지붕과 C 필러, 그리고 보디 측면 라인이 이곳으로 몰려오면서 계속되는 도심의 네거리처럼 선들이 교차한다.

센터페시아에도 테두리에 라인을 넣어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QM3는 옷도 갈아입는다. 시트 얘기다. 시트에 달린 지퍼를 내리면 시트커버가 벗겨진다. 더러워진 시트를 빨 수도 있고 다른 커버로 교체해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여성적인 아기자기한 아이템이다. 

핸들을 돌리면 회전하는 방향에 있는 안개등이 켜진다. 안개등이 회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점등되는 수준이지만 유용한 기능이다.

도어를 열고 엉덩이를 갖다 대면 바로 시트다. 차에 오르내리기가 편한 높이다. 길이 4,125mm로 짧다. 뒷좌석은 생각보다 좁지 않았다. 운전석 시트 뒤로는 고무줄 몇 개를 걸쳐놓고 수납공간의 역할을 하게 했다. 창의적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글로브박스는 서랍처럼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린다. 다른 글로브박스와 다른 방식이라 눈길이 간다.

시트 조절레버는 동그란 손잡이를 한참 돌리는 방식이다. 한 방에 시트를 누일 수 없다. 플레이보이들이 무척 싫어하는, 그래서 딸 가진 부모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런 방식이다. 콧소리 앙앙대는 딸 가진 부모라면 이 차, 진지하게 고민해볼만 하다.

차 안은 그리 고급스럽지 않다. 깜찍한 디자인에서 잠깐 눈을 돌려 인테리어에 사용된 재질을 보면 더 그렇다. 플라스틱과 반짝이는 광택에서 고급스러움을 느낄 사람은 없다. 또한 이 차의 인테리어가 그렇다고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이 차, 고급차는 아니니까.

보닛은 지지대가 아니라 두 개의 가스 힌지로 지지한다. 의외다. 트렁크 바닥은 바닥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홈을 따라 바닥 판을 옮기면 높아지거나 낮아진다. 푸조 3008에서 봤던 그런 방식. 스페어타이어는 없고 응급 키트가 마련돼 있다.

타이어는 205/55R17 사이즈의 금호타이어 솔루스 시리즈가 장착됐다. 회전저항 4등급, 젖은 노면 제동력 3등급으로 중간 정도 성능을 가졌다. 회전저항은 5등급이 가장 낮은 등급으로 1등급에 가까울수록 연비가 좋다. 젖은 노면 제동력 역시 1등급이 최고다.

르노삼성이 자랑하는 이 차의 장점중 하나는 연비. 복합연비 18.5km/L로 도심 17.0km/L, 고속도로 20.6km/L다. 두 사람이 타서 막힘없는 고속도로 위주로 50km 정도를 시속 70~80km 전후로 달린 결과 26km/L 정도의 연비를 얻을 수 있었다. 자랑할 만한 수준의 연비다.

1.5리터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90마력으로 제원표 상의 수치만 보면 허약해 보인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000rpm에서 터지는 최대토크 22.4kgm의 토크가 공차중량 1,300kg의 차를 무리 없이 끌고 간다.

1.5 디젤 엔진에 듀얼클러치 6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시속 100km에서 2,000rpm 수준의 반응을 보인다. 시속 100km를 넘지 않고 얌전히 운전한다면 2,000rpm을 넘기지 않아도 된다. 이 상태에서 차는 무난하고 조용하게 움직였다.

크지 않은 엔진 배기량을 감안하면 rpm이 매우 안정적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은 조금 더 큰 소리를 낸다. 소리가 앞서도 차체 반응이 뒤를 따른다. 소리만 들으면 시속 150km 정도는 될 것 같은데 계기판은 120km/h 정도를 알리는 식이다. 4,000rpm까지 올라간 뒤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40, 60, 90, 120km/h에서 각각 변속을 느낄 수 있었다.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차는 거칠다. 이런 저런 소리들, 차체의 반응, 안정감 등이 치밀하게 잘 조율된 느낌이 아니라 거칠게 드러난다.

핸들을 완전히 감으면 2.6 회전한다. 일반적인 회전수 3.0 에 비해 조금 더 예민한 핸들인 셈이다. 차체가 크지 않아 예민한 스티어링 성능도 나쁘지 않다. 잽싸게 머리를 돌리는 반응은 제법 야무지다.

판매가격은 2,250만원~2,450만원이다. 유럽에서 만든 차가 이 가격이라는 건 르노가 르노삼성차를 확실하게 밀고 있다는 증거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QM3는 디자인이 성능을 한참 앞서고 있다. 예쁜 모습에 반해 차를 샀다면 다른 욕심은 내지 않는 게 좋겠다. 딸이 있어 차를 사줘야 한다면 구매 리스트에 올려볼만한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교체 가능한 시트는 지퍼 부분이 매끈하지 처리되지 않고 울퉁불퉁 울어있다. 특히 뒷좌석 모서리가 심했다. 좋은 아이디어인데 마무리는 거칠다. 크루즈컨트롤을 조작하려면 오른손으로 변속레버 아래 있는 버튼을 누른 뒤 왼손으로 핸들에 있는 버튼을 조작해야 한다. 복잡하다. 디젤엔진의 공회전 소리는 최근 시승했던 많은 디젤엔진차중 가장 큰 듯하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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