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우려 반”
르노삼성차의 전기차 SM3 ZE를 바라보는 택시업계의 시선이다. 르노삼성 SM3 ZE는 택시로 성공할 수 있을까. 르노삼성차가 전기차 SM3를 내세워 택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이처럼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모습이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중 SM3 ZE 2,000대 이상을 택시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차는 SM3 ZE가 다른 회사의 전기차들보다 차체가 큰 준중형이어서 택시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레이 EV와 스파크 EV는 경차 베이스의 전기차로 택시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파고든 전략이다. 택시를 통해 전기차를 간접체험하게 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전기차를 구매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LPG 택시와 비교할 때 200km를 주행하는 경우 하루 연료비로만 3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르노삼성은 분석했다. 연료비에 민감한 택시 기사들에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연간 600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과거 삼성자동차의 SM5가 택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판매에 크게 성공했던 점도 르노삼성차가 택시 시장을 노리는 이유 중 하나다. 
급속 충전을 해도 30분 정도 걸리는 충전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를 빼내서 교체하는 ‘퀵드롭’ 방식을 도입한 것도 택시 업계에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휴대폰 배터리처럼 빼낸 뒤 80% 가량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르노삼성차는 이 같은 장점을 앞세워 내년에 생산하는 전기차 SM3 ZE 4,000대중 절반인 2,000대를 택시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르노삼성차의 계획에 대해 택시 업계는 우려가 앞서는 반응이다. SM3 ZE가 다른 전기차에 비해 택시로 사용하기에 가장 근접하기는 했지만 택시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트렁크 용량. 르노삼성차가 SM3 ZE의 트렁크 용량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 차의 트렁크는 골프백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다. 뒷좌석 뒤편으로 배터리를 집어넣는 공간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크게 줄어든 것. 이 때문에 짐을 든 승객이 탈 경우 큰 짐은 뒷좌석에 싣고 가야할 형편이다. 짐을 든 승객이 서너 명이면 한 차에 모두 태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짐을 든 승객이 많지 않은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도 좁은 트렁크는 문제지만 전기차 보급을 도정과제로 밀고 있는 제주도와 같은 관광지에서 트렁크 좁은 택시는 생각할 수 없다. 치명적 결함인 셈이다. “연료비가 아무리 싸도 짐을 싣지 못하는 택시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게 택시 기사들의 반응이다. 
퀵드롭 방식을 적용해 긴 충전 시간을 대폭 줄였다고는 하지만 매일 같이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도 기사들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다. 한번 충전으로 135km를 달린다고 계산해도 매일 200km 전후를 달리는 택시라면 하루 한 차례는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바로 바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면 낫겠지만 두세대만 줄 서 있어도 교체작업을 기다리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이 같은 반응으로 볼 때 SM3 ZE 택시는 짐 없는 승객이 많은 대도시,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개인택시를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의 개인택시 기사들이 SM3 ZE를 얼마나 선택하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목표로 잡은 2,000대 판매가 가능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