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체들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온 엔진오일 정량 속이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정비 업체에서는 엔진 오일을 벌크로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드럼통에 담긴 엔진 오일을 필요한 양만큼 자동차에 주입하는 형태다. 문제는 주입된 양보다 많은 양을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것. 예를 들어 아반떼 XD 1.5의 경우 엔진오일 정량은 3.3리터지만 정비업체에서는 4리터를 주입한 것으로 소비자에게 청구한다. 다른 차량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3리터를 넣고 5리터를 청구하고, 7.4리터를 넣고 8리터를 청구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
이는 정비업체들이 오랫동안 해왔던 관행이고 한편으로는 수긍할만한 부분이 있었다. 과거에는 정비업체들이 엔진 오일을 4리터나 6리터로 포장된 캔으로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4리터 캔을 뜯어 소비자에게 3.3 리터를 제공하고 남은 오일은 폐기했다. 따라서 3.3.리터의 엔진오일을 공급받은 소비자에게 4리터의 비용을 청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비업체들이 엔진오일을 벌크로 공급받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드럼통에 담긴 오일을 벌크형태로 공급받으면서 정확한 양을 주입할 수 있게 됐고 폐기되는 오일은 없다. 벌크 오일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정비업소에서는 디지털 모니터가 있는 주입기를 사용해서 오일을 주입한다. 주입된 오일양은 소숫점 이하까지 표시된다. 정확한 주입량을 알 수 있는 것. 그럼에도 정비업체들은 그동안의 관례를 핑계로 오일 사용량을 속여 소비자들에게 청구하고 있다.
정비업체가 정비를 마친 뒤 소비자에게 반드시 제공해야하는 정비점검 내역서를 보면 소수점 이하는 반올림해서 청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주입된 오일보다 많은 양을 청구하고 있는 것. 이 같은 시비를 피하기 위해 오일량을 표기하지 않고 금액만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견적서나 명세서를 작성할 때에는 수량과 단위 가격을 모두 표시해야하는 규칙을 어기는 것이다.
자동차 보급대수 1,800만대 시대다. 이 차들이 연간 1회만 엔진오일을 교환한다고 해도 엄청난 돈이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잘못 빠져나가고 있다.
엔진오일 정량을 주입하고 정확히 그 만큼의 댓가를 지불 할 수 있도록 업계의 각성이 필요하다. 소비자들 역시 자신의 차에 얼마만큼의 엔진오일이 필요한지 알아보고 정비업체의 정량 속이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