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DS5를 만났다. 프랑스 대통령도 탄다는 그 차다. 그런데 대통령도 탄다는 그 차가 정통 세단 스타일이 아니다. 쿠페 스타일이다. 배기량도 2.0에 불과하다. 점잖지 못하게. 대통령과 쿠페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3리터급 이상의 격식을 갖춘 리무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DS5를 탄다. 프랑스니까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격식에 얽메이지 않는 그들의 자유분방함이 쿠페 타는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하지만 대통령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 아니, 없다. 시트로엥, 푸조, 르노 등 프랑스 자동차 3사를 통틀어도 배기량 3.0이 넘는 차를 찾기가 어렵다. 거의 모든 차들이 엔진 배기량 3.0이 안 되는 중소형 대중차들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패션의 본고장으로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포진한 프랑스지만 자동차에선 얘기가 다르다. 

프랑스 대통령이 탄다는 그 차, DS5를 탔다. 2011년 상하이모터쇼에서 첫 베일을 벗은 시트로엥의 플레그십 모델이다. 시트로엥의 자유분방함은 이 차의 스타일을 딱히 이거다라고 정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세단은 분명 아니다. 쿠페와 해치백 사이 어디쯤이다. 2도어가 아니니 엄밀히 말하면 쿠페라고하기 어렵고 해치백으로 단정하기에도 애매하다. 

4도어 쿠페, 혹은 쿠페 스타일 정도로 정리하는 게 맞겠다. 

시트로엥 DS 라인의 디자인은 예쁘다. 3, 4, 5로 이어지는 DS 모델들은 하나같이 그렇다. 디자이너의 의욕이 적절하게 드러나는 모습들이다. DS5도 예외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모나지 않은 스타일이지만 디테일에는 강한 직선을 배치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보닛에 그어진 두 개의 선, 보닛 측면을 따라 A 필러로 이어지다 위로 꺾이는 라인, 보디 측면에 배치한 라인 등이 범상치 않다. 헤드램프 역시 직선을 사용한 곡선 형태로 이 차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볼륨감 있는 뒷모습은 심플하게 마무리했다. 범퍼 아래도 크롬 처리한 두 개의 배기구가 샤프하게 마침표를 찍고 있다.  
엔진은 낮게 배치했다.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와 함께 보행자 안전을 좀 더 배려한다는 의미가 있는 레이아웃이다. 엔진 위로 여유 공간이 있어 보행자가 보닛에 부딪힐 때 완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테리어는 디자이너의 의욕이 조금 더 강하게 드러난다. 사각의 주름을 잔뜩 잡아놓은 시트, 좌우로 쪼개놓은 선루프, 그 가운데에 자리한 버튼들, 센터 콘솔 앞에 있는 버튼들이 서로 자기를 봐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처럼 초롱초롱 빛을 내고 있다. 자동차 운전석이 아니라 비행기 조종석 같다. 거창해서 하는 말이다. 
비행기 콕픽처럼 화려해 보이는데 내비게이션은 없다. 정작 필요한 건 빠졌다. 어중간한 차량용 내비게이션보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다만 이럴 경우 스마트폰을 제대로 올려놓을 수 있는 거치대를 마련해 주는 게 훨씬 센스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운전자는 쓸데없이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아도 된다. 계기판 위로 마련된 헤드업 디스플레이 덕분이다. 좌우측 후방 시야를 확인하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곳을 볼 필요는 없겠다.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만 봐도 주행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이런 저런 프레임들이 눈에 들어온다. A 필러는 끝 부분이 갈려 나가 조그만 조각 창을 만들었고 선루프도 좌우로 조각났다. 조각난 창들을 프레임이 둘러싸고 있다. 프레임 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이들은 착한 사람이다. 프레임이 먼저 보여 감옥에 들어앉은 느낌을 받는 이도 있다. 나쁜 사람이다. 내가 그랬다. 감옥에 앉아 탈출을 꿈꾸는 느낌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뒷좌석은 머리 위가 아슬아슬하다. 가운데 자리는 머리가 닿을 지경이다. 뭉툭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더 걸린다. 대통령이 타기엔 좁고 옹색한 뒷좌석이다. 그나마 뒷공간 바닥이 평평한 편이어서 제한된 공간의 효율을 높여준다.   

푸조와 마찬가지로 시트로엥의 엔진은 죄다 3.0 미만이다. 그나마 3.0 엔진은 C5에만 있다. DS5에는 1.6 가솔린 터보, 1.6 디젤, 2.0 디젤, 디젤 하이브리드 등이 적용된다. 국내에는 2.0 직렬 4기통 디젤 엔진 모델이 팔린다. 최고 출력 163마력/3,750 rpm, 최대 토크 34.6kg.m/2,000rpm의 힘을 낸다. 

D컷 핸들은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다. 핸들을 완전히 감아 돌리면 3회전한다. 조금 무겁다. 

시동을 걸면, “나 디젤 엔진”이라고 말하는 듯 낮고 굵은 소리를 토해낸다. 초반 가속이 시원했다. 디젤의 토크감을 제대로 살렸다. 2,000rpm에서 최대토크가 터지는 만큼 초반가속이나 시내주행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속도를 80~100km/h로 끌어 올리면 최적의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미끄러지듯 달리는 구간이다. 바람소리도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다.  

235 45R18 사이즈의 타이어는 노면을 잘 움켜쥐고 달렸다. 적당한 수준으로 걸러진 노면 충격이 느껴졌다. 운전자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는 코너링은 운전자를 흐뭇하게 한다. ‘푸조의 핸들링’이라는 말을 새삼 느껴본다. 

속도를 150km/h 이상으로 올리면 바람소리가 다른 소리를 덮어버린다. 엔진 소리조차 점차 멀어지며 바람소리에 묻혀버린다. 바람소리 때문에 체감속도가 높다. 한계속도로 차를 다그쳐보지만 좀처럼 시원하게 반응해주지 않는다. 가속은 더디고 바람소리는 커져 불안감이 증폭된다.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모든 속도에서 엔진의 힘을 잘 조율해 낸다. 변속충격은 거의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수준이다. 

훨씬 까다로워진 신 연비기준으로 이 차의 복합연비는 14.5km/L. 시트로엥 DS5 2.0 Hui는 트림에 따라 Chic, So Chic 그리고 Executive 모델로 나뉘며 가격은 각각 4,350만원, 4,750만원, 5,19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지붕과 앞 유리창이 만나는 지점의 마무리가 아쉽다. 손가락이 드나들 정도로 떠있고 단면의 마무리도 거칠다. 그래도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좀 더 세심하고 야무진 마무리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뒷좌석은 머리 윗 공간이 좁은 편이다. 대통령이 타는 차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뒷좌석에 앉아 가기엔 조금 옹색한 공간이다. 멋진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쿠페 스타일을 택한 댓가다. 
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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