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을 화두로 내세우고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자랑하던 흐름은 잦아들었고 소형차들은 부지런히 새 모델들을 내놓고 있었다. 2013년 제네바 모터쇼를 둘러본 결론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모터쇼 현장에는 차 옆면에 연비를 표시하고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자랑스럽게 표기하던 차들이 많았다. 어느 모터쇼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모터쇼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그런데 제네바모터쇼에서는 그런 모습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연비 경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 XL1이나 아우디 A3 e트론 등이 경이로운 수준의 연비를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고 많은 친환경 차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었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 보디에 문신 새기듯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어넣는 일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친환경과 우수한 연비가 이제 생활 속으로 젖어든 결과로 보인다. 이제 연비와 친환경은 당연한 부분으로 억지스럽게 자랑할 일이 아니라는 것. 연비가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연비 좋은 것만으로는 큰 매력이 안되는 시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컨셉트 카지만 리터당 111km를 달리는 경이로운 수준의 연비가 아니라면 도토리 키재기 수준의 연비자랑은 눈길을 끌지 못하는 시대라는 말이다.

소형차의 강세는 제네바모터쇼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현상이었다. BMW가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를 이번 모터쇼의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벤츠 역시 CLA와 A 45 AMG 등 작은 차들을 앞줄에 세웠다. 푸조도 소형 SUV인 2008을 전면에 세워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포드도 소형차인 토르네오를 메인 무대 위에 올렸다. 워낙에 작은 차가 강세인 유럽이지만 올해 제네바에서는 소형차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럽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메이커들이 하나같이 소형차에 중심을 두고 올해 제네바모터쇼를 운용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원인은 불경기다. 유럽의 경제 불안이 완전히 걷히기 전까지 소형차 강세의 흐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 전망해 본다.

제네바 =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