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이 소형 프리미엄 세단 ATS를 한국에 출시했다. BMW3 시리즈와의 경쟁을 드러내놓고 강조하는 캐딜락의 야심작이다. 캐딜락의 본향 미국에서도 최근 가장 큰 이슈를 몰고 다니는 차중 하나. 생존의 위기를 모면하고 재기한 지엠 가문이 명운을 걸로 투입한 킬러다. 국내 출시를 알리는 보도자료에 경쟁모델로 BMW3시리즈를 분명하게 밝혔다. 너를 잡으러 내가 왔다는 선전 포고인 셈이다.
최고의 라이벌을 겨냥해 도전장을 던지는 자신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자칫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다. 경쟁자는 나의 우수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신경도 쓰지 않는데 나는 경쟁자의 우수함을 인정한다는 말이 될 수 있어서다.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혹한이 지난 어느 날, 캐딜락 ATS를 만나기로 한 날에는 겨울비가 내렸다. 그 빗속을 뚫고 ATS를 타고 달렸다.
캐딜락의 디자인은 분명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좋다. 수직으로 배치한 램프는 이제 캐딜락의 확실한 DNA로 자리 잡았다. 비슷비슷한 모습들이 많은 시장에서 다른 어떤 차들과도 닮지 않은 캐딜락 만의 모습이어서 좋다.
BMW 3 시리즈와 비슷한 사이즈다. 길이 너비 높이가 큰 차이 없다. 컴팩트 사이즈라고는 하지만 뒷좌석이 생각만큼 좁은 건 아니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앞으로 약간의 여유가 있다. 뒷좌석을 좁게 하는 건 센터 터널이다. 좌우를 정확하게 가르는 한가운데 치솟은 센터 터널이 뒷좌석의 공간 효율을 갉아 먹는다. 하지만 뒷바퀴굴림 방식인만큼 어쩔 수 없다.
센터페시아에는 누르는 버튼이 아니라 터치로 작동하는 버튼들이 배치됐다. 센터페시아 안쪽으로는 널찍하게 숨은 공간도 있다. 센터페시아를 감싸는 가죽의 바느질 자국이 고급스럽다.
풀 컬러로 표현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각종 운행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운전자의 시선 처리를 훨씬 더 여유롭게 해준다.
인테리어 마무리는 매우 훌륭한 수준이다. 지붕과 윈드실드가 만나는 부분의 마무리도 훌륭했고 대시보드의 각 부분의 맞물림 상태로 치밀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하는 메이커들조차 트렁크 윗부분은 맨철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캐딜락 ATS는 철판이 드러나지 않게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다. 칭찬 받아 마땅한 수준이다.
내비게이션 해상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아이패드의 레티나 모니터처럼 선명한 컬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기 편할 뿐 아니라 선명한 화면이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준다. 수입차 내비게이션 중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가졌다. 놀랍다.
또 있다. 엔진이다. 2.0 가솔린 엔진이 만들어내는 최고출력이 272마력이다. 직분사 방식에 터보를 올려 힘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엔진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렸고 차의 무게는 설계 단계부터 그램(g) 단위로 관리하며 감량했다. 그 결과 캐딜락 ATS의 마력당 무게비는 5.9kg이다. 마력당 무게비를 계산해보면 제로백 타임을 추산해볼 수 있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0-60마일(96km/h) 가속 시간은 5.7초다.
움직임은 경쾌했다. 무게감을 느낄 새 없이 캐딜락 ATS는 경쾌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3회전에 못 미치는 약 2.8 회전하는 핸들은 차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종하는데 안성맞춤이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으로 핸들조작에 차의 반응이 빠르고 정확한 편이다.
가속페달은 아무런 저항 없이 끝까지 밟힌다. 가속페달의 마직막 단계에 작동하는 킥다운 버튼이 생략된 것이다. 발이 느끼는 즐거움 하나가 사라진 셈이어서 아쉽다.
터보까지 장착한 직분사 엔진은 오버하는 법이 없었다. 속도를 올려 극한적인 상황에 이르러서도 엔진 사운드는 잔잔했다. 좀처럼 화내는 법이 없는 힘 센 순둥이다. 여기에 맞춰 차체의 반응도 안정적이었다. 고속에서 빛나는 안정감이 의외였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속도를 높이면서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가속감은 편안했고 주행안정감은 탁월했다. 캐딜락 ATS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서스펜션에는 마크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됐다. 쇼크업소버 안에 오일이나 가스가 아니라 미세한 금속분말을 넣고 전류의 흐름을 이용해 감쇠력을 순간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노면 상태를 1,000분의 1초 단위로 감지해 각 휠의 댐핑력을 조절한다.
브렘보 브레이크는 확실한 제동력을 선보였다.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노즈 다이브가 심하지 않았다. 빳빳하게 고개를 쳐드는 자존심 센 여자를 닮은 브레이킹 성능이다.
차선이탈 방지장치의 반응은 시트를 통해 전달된다. 넘어가는 차선 방향에 맞춰 시트의 왼쪽 혹은 오른쪽이 떨리는 것. 이른바 햅틱 시트다. 반응이 재미있다. 시트의 떨림을 느끼고 싶어 일부터 차선 이탈을 시도하게 된다.
자동 6단 변속기는 엔진 파워를 잘 뒷받침했다. 움직이는 모든 속도에서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럽게 작동했다. 수동 변속모드에서는 자동변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운전자가 직접 변속레버를 조절해야 변속이 된다. 스스로 알아서 변속하지 않고 운전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충실한 변속기다. 운전 좀 한다는 입장에선 이런 변속기가 좋다.
주행모드는 모두 3가지다. 투어링, 스포츠, 윈터 모드다. 각 모드에서 차의 반응이 미세하게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취향에 맞게, 혹은 주행 상황에 맞게 세팅해 달리면 된다. 운전자가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서 달려야 한다는 것은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 같다. 조금 불편하고 성가실 수 있지만 잘 이용하면 입맛에 맞는 제대로 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그게 바로 ‘고급’이다.
국내에 출시되는 캐딜락 ATS의 가격은 럭셔리 4,750만원, 프리미엄 5,200만원, AWD 5,550만 원 등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핸들에 달린 패들 시프트는 이질감이 크다. 핸들에 착 올려붙여 손에 착 감기는 패들 시프트를 기대했지만 ATS의 패들은 핸들과 거리감이 있어 핸들과 함께 쥐기가 어색했다.
뒷창이 많이 기울어 있어 후방 시야를 확보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다. 룸미러를 통해 보는 후방 시야가 제한적이다.
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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