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2013년형 올 뉴 퓨전을 새로 선보였다. 2012 퓨전에 이은 신형 모델이지만 들여다 보면 좀 더 큰 의미를 담은 차다. 포드는 그동안 유럽에서 몬데오, 미국에서 퓨전 등 서로 다른 중형세단을 판매해 왔다. 이 두개의 모델이 2013년형 퓨전부터 하나로 합쳐졌다. 이름은 퓨전과 몬데오로 유지하지만 동일한 차로 판매하는 것. 포드의 수장 앨런 머랠리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원 포드’ 정책에 따른 결과다. 미국 포드와 유럽 포드가 하나의 중형차로 모델을 통일한 것이다. 2013년형 신형 퓨전이 중요한 이유다. 연식변경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로 탈바꿈한 것이다.
2013년형 올 뉴 퓨전은 두 개 모델이 국내 판매된다. 2.0과 1.6 모델이다. 시승차는 2.0 에코부스트.
앞모습은 애스턴 마틴을 닮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름대로 개성있는 모습을 완성했다. 육각형 그릴, 그 옆에 얇게 배치한 헤드램프, 보닛 위의 주름 등이 앞 모습을 이루는 주요 요소들이다.
뒷모습에서도 육각형의 형상, 비교적 얇은 램프 등으로 디자인을 완성해 앞모습과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리어램프는 유럽 포드의 패밀리룩을 따랐다. 트렁크 리드는 날을 세워 스포이러 역할을 기대해도 좋겠다. 범퍼 아랫부분에 두 개의 배기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하지 않은 라인들이 보디를 장식하면서 포드가 자랑하는 키네틱 디자인을 완성하고 있다. 서 있어도 움직이는 듯한 역동성을 표현하는 포드 유럽의 디자인 DNA가 바로 키네틱 디자인이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이미지다. 연료주입구는 차의 왼편에 있어 의외다.
실내에 들어가 앉으면 넓다는 느낌이 확 다가온다. 길이가 4870mm로 쏘나타보다 길고 그랜저보다는 짧은 사이즈다. 휠베이스는 2,850mm로 그랜저보다 길다. 보다 안정감 있는 자세를 기대할 수 있는 비례다.
차폭은 1,850mm로 여유있지만 그랜저나 BMW 5시리즈보다 10mm 좁다. 높이는 1,485mm로 동급 중형세단들보다 다소 높은 편. 중형세단으로 여유있는 크기를 확보하고 있다.
인테리어의 키워드는 ‘터치’다. 센터페시아에 배치된 주요 버튼들을 누르는 게 아니라 살짝 건드려주는 방식으로 조작한다. 오디오의 볼륨 버튼만 좌우로 돌리는 원형 버튼일 뿐 나머지는 모두 터치하면 작동한다. 포드만의 색깔을 가진 방식이다.
대시보드는 승객쪽으로 기울게 배치했다. 승객을 감싸는 형상으로 포근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포인트. 다만 경사진 부분에 빛이 비추면 옆창에 반사될 때가 있어 아주 가끔은 신경쓰인다.
뒷좌석은 좁지 않다. 앞좌석과의 거리도 충분하고 승객의 머리가 위치하는 부분에는 지붕을 파내서 조금이라도 더 여유있는 공간을 확보하려고 했다. 뒷좌석에 기대앉아 있으면 나른한 편안함이 몰려온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문을 여닫을 때의 느낌이었다. 중후한 울림과 여윤을 남기는 소리가 차의 품격을 높여준다. 그 소리가 마음에 들어 일 없이 자꾸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들을수록 마음에 드는 소리다. 가볍게 울리는 깡통 소리가 나는 도어와는 격이 다르다.
트렁크는 깊다. 바깥에서보면 C필러를 지나 트렁크 리드까지 짧게 떨어지는 형상이어서 트렁크 공간이 좁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트렁크를 열면 동굴처럼 깊은 공간이 드러난다.
스마트키는 편하다. 요즘처럼 추울 때 키를 주머니에 넣고 있기만 하면 다른 조작을 할 필요도 없이 문을 열 수 있고 버튼을 눌러 바로 시동도 켤 수 있다. 리모트키를 조작하면 바깥에서 미리 시동을 걸수도 있어 미리 차 안을 따뜻하게 해 둘 수 있다. 별 게 아닌 것 같은 기능이지만 강추위가 닥칠 때 새삼스럽게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기능이다.
시동을 켰다. 가솔린 엔진의 경쾌함이 전해진다. 조용함이 주는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다. 퓨전은 1.6과 2.0 에코부스트 엔진으로 무장했다. 길이 4.8m에 공차중량 1,645kg의 차체를 2.0 터보 엔진이 끌고가기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에코부스트 기술이 적용된 2.0 터보 엔진의 출력은 234마력. 토크는 37.3kgm를 낸다. 기존 3.5 엔진의 267마력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다. 토크는 더 강하다. 2.0 엔진이 3.5 엔진을 대체할 만큼 힘과 효율이 좋아졌다는 말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게 에코부스트 기술이다. 가솔린 직분사 시스템과 터보의 결합이 에코부스트의 핵심이다.
차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깔끔하다. 이면도로에 산재해있는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턱을 넘고 나서 마지막 순간에 반발력이 느껴지며 차의 흔들림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앞은 맥퍼슨 스트럿, 뒤는 멀티 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가속은 여유 있다. 마력당 무게비 7kg으로 스포츠 세단 수준이다. 발걸음이 가뿐하다. 일자형 변속레버는 D와 S모드를 갖추고 있고 핸들에는 패들 시프트가 있다. 패들 시프트로 수동 변속을 즐길 수 있어 좋다.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무리없이 타이어로 전한다. 변속충격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가속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잠깐 힘을 모은 뒤 탄력을 받는다. 토크 스티어 현상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앞바퀴굴림차를 가속할 때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다. 구동축의 좌우 길이가 달라 나타나는 특성.
시속 100km로 정속주행하면 rpm은 2,000부근에서 안정되면서 가장 편안한 주행상태를 유지한다. rpm을 올리며 속도를 끌어올렸다.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듯 운전자 지시대로 차는 충실하게 따라온다. 의외로 바람소리는 크지 않았다. 공기저항을 잘 소화하는 보디 디자인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차체의 반응과 더불어 엔진 사운드도 돋보인다. 고속주행중에 퓨전의 숨소리는 파워를 드러내면서도 여유가 느껴진다. 사운드 튜닝에 신경을 쓴 결과물이다.
작정하고 달릴 때에는 힘찬 파워가, 정속주행할 때에는 여유있는 편안함이 다가온다.
하체는 단단했다. 미국 세단의 특징인 소프트한 하체로 인한 물렁거림을 염려하지는 않아도 되겠다. 편안한 승차감과 단단한 주행성능을 잘 매치시켰다.
복합연비는 10.3km/L다. 도심연비 8.9, 고속도로 연비는 12.7km/L로 4등급에 해당한다.
퓨전 2.0 은 3,715만원, 1.6은 3,645만원이다. 수입 중형세단으로서 무겁지 않은 가격이다.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 국산 준대형세단과 가격으로 경쟁할만큼 수입차의 벽이 낮아졌음을 퓨전이 보여주고 있다.
2013 올 뉴 퓨전은 ‘원포드’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기대작이 아닐까 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세심한 마무리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실내 지붕은 마치 도배가 잘못된 것 처럼 울어있다. 추운 날씨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장이 매끄럽지 못하고 군데군데 울퉁불퉁하게 울어있어 보기 안타깝다. 앞선 기술로 잘 만들어 놓은 차인데 사소한 부분에서 완성도를 깎아먹고 있다.
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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