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이 중형 세단 알티마의 신형 모델 뉴 알티마를 투입했다. 5세대 모델이다. 알티마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93년 6월. 이후 네 번의 풀체인지를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5세대 뉴 알티마는 지난 4월 뉴욕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하는 닛산이 주력 차종이다. 출발은 좋다. 6월 26일 판매를 시작해 9월말까지 7만7천대를 팔았다. 미국 시장에서 몸을 푼 뉴 알티마는 11월, 한국 전선에 투입됐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옹색할 정도로 무너진 닛산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그 선두에 알티마를 배치한 것이다. 알티마가 포진한 수입 중형세단은 쟁쟁한 경쟁모델들이 버틴 치열한 전쟁터다. 토요타의 캠리, 혼다의 어코드가 직접 경쟁상대다. 한 다리 건너면 현대차의 쏘나타와 그랜저, 독일산 중형세단들과의 시장 다툼도 피할 수 없다. 각 브랜드의 대표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최대 격전지다. 어지간한 경쟁력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힘든 시장에 닛산의 기대주 뉴 알티마가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도 가평 일대에서 뉴 알티마를 타고 100km를 달렸다. 충분한 거리는 아니지만 아쉬운 대로 새차의 면면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뉴 알티마는 잘 다듬어진 모습으로 단정한 이미지를 가졌다. 패밀리세단을 지향하는 중형세단에서는 무난함이 생명이다. 강한 개성을 드러내며 튀는 디자인은 중형 세단에선 피해야 한다. 다양한 성향의 대다수 소비자들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무난한 디자인이어야 한다. 알티마도 그렇다. 차폭이 1,800mm에서 1,830mm로 넓어져 당당한 정면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차 길이도 15mm가 길어져 4,860mm에 달한다. 차 높이와 휠베이스는 종전 그대로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370Z의 부메랑 디자인을 계승했다. 날렵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는 디자인인데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택했다.

고급스럽게 꾸며진 인테리어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계기판 중앙에 배치된 4인치 컬러 디스플레이에는 3D 그래픽으로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보여준다. 선명한 그래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닛산이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저중력 시트’는 시트의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인체의 굴곡에 따라 시트의 요철을 만들어 몸을 편안하게 받쳐준다는 시트다. 시트와 몸이 밀착된다는 느낌은 있지만 중력의 차이를 느낄 만큼은 아니다. 과장이 심하지만 애교로 봐줄만한 표현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옆 창이 어깨 아래까지 내려온다. 시야가 확 트여 좋다. 늦가을 진한 단풍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공간은 여유롭다. 뒷좌석 중앙 바닥이 손가락만큼 솟아있기는 했지만 승객이 불편을 느낄 정도로 공간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무릎 공간도 머리 윗 공간도 충분하다.

때마침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알티마 2.5를 타고 본격 시승에 나섰다. 배기량 2.5리터의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에 최대토크는 24.5kgm다. 최고출력은 6,000rpm에서, 최대토크는 4,000rpm에서 터진다. 엔진 회전수를 올려야 힘이 제대로 발휘된다.

닛산이 자랑하는 무단변속기는 알티마의 특징이다. 출발해서 최고속에 이르기까지 변속충격 없이 부드럽게 끌고 올라가는 가속감이 압권이다. 기존 CVT의 부품 70%를 다시 설계했고 내부 마찰을 줄이는 한편 기어비 범위를 넓혔다고 한다. 강한 가속감과 함께 연비 개선까지 노린 변화다.

가속할 때의 엔진 소리는 제법 듣기 좋았다. 엔진으로 빨아들인 공기가 몸을 태워 다시 배기구를 통해 배출되는 일련의 과정이 굵은 톤의 엔진음으로 전해진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은 일상주행상태에서는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한 존재감이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서 살아나는 것. 매력 있는 엔진 사운드다.

뉴 알티마에는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과 결합된 멀티링크 리어서스펜션이 적용됐다. 타이어가 노면에 확실하게 접지할 수 있는 구조다. 코너를 돌 때에는 안쪽 타이어에 적절한 제동을 가해 언더스티어 현상을 막아준다. 포르쉐나 포드가 적용하는 토크 벡터링과 유사한 장치다. 또한 뒷 타이어가 미세하게 방향을 조정하도록 해 회전 안정성을 높였다. 쉽게 알아채기 힘든 부분에 세심한 기술들이 적용돼 부드럽고 안정된 코너링이 가능하다.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코스에서 뉴 알티마는 깔끔한 코너링을 보여줬다.

스티어링 휠은 정확하게 3회전한다. 중형세단으로 당연한 세팅이다. 핸들을 돌릴 때 반발력이 강한 편이다. 휙휙 돌아가는 가벼운 핸들을 좋아하는 노약자나 여성에겐 불편할 수 있겠다.

변속레버는 일자형이다. 팁트로닉 방식이 아니고 패들 시프트도 2.5엔 없다. 수동 변속은 변속레버를 D에서 한 단 내려 DS로 움직이는 것만 가능하다. 시속 100km에서 정속주행에 맞추면 rpm은 1,500으로 매우 낮고 안정적이다. DS으로 옮기면 3,750rpm으로 뛰어 오른다. 잔잔하게 움직이던 차가 DS로 옮기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예민해진다.

최고속도까지 가속은 어렵지 않았다. 중저속에서의 편안함, 고속구간에서의 적당한 풍절음을 동반하는 긴장감은 달리는 즐거움을 주는 요소다.

연비는 복합연비기준 12.8km/L. 판매가격은 3,350만원.

뉴 알티마는 정확하게 토요타 캠리를 조준하고 있다. 2.5 모델의 판매가격 연비가 동일하고 최고출력도 의미 없는 1마력 차이에 불과하다. 일본산 중형세단 3총사중 하나인 혼다 어코드가 12월중에 등장하면 제대로 된 경쟁구도가 짜여진다.
그동안 침체돼 있던 일본차들의 부활이 한국시장에서 가능할지 기대된다. 경쟁은 모두 이기는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내며 모두가 약진하는 일본차의 전성시대를 기대해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휠스핀이 심했다. 비가 내려 젖은 경사로에서 정지후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출발했을 때 앞바퀴가 한동안 헛돌았다. 트랙션 컨트롤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바로 스핀을 제어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TCS의 개입 시점이 너무 늦은 탓이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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