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블루 e 모션이 한국을 찾아 인천 송도에서 로드쇼를 펼쳤다.
폭스바겐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8개국을 전기차 전략국가로 선정하고 로드쇼에 나선 것. 인천 송도에서 영종도를 왕복하는 구간에서 골프 블루 e모션을 타고 달렸다. 시승차는 6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다. 양산형은 7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만든다. 7세대 골프는 최근 독일에서 발표됐다.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를 만들어 2014년에는 한국 판매를 시작한다는 게 폭스바겐의 계획이다.

골프 블루 e 모션은 엔진을 완전히 들어내고 256kw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와 85kw의 모터를 장착해 150km를 달릴 수 있다. 도심 출퇴근, 근교 여행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성능을 확보했다. 가정용 전기로 완속충전을 하면 충전시간은 4~8시간이 걸린다. 220V는 8시간이 필요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135km로 내리막길을 만나면 140km/h까지도 달린다.

보닛을 열면 엔진 대신 모터와 트랜스미션, 디퍼렌셜, 고압 전자장비 등이 자리했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배선에는 오렌지색으로 표시했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부분인 만큼 만지면 안된다.

전기차의 시동키는 스위치다. 이그니션 키를 돌렸지만 차는 미동도 없고 계기판에 ‘ready’라는 표시만 뜬다. 이제 가속페달을 밟으면 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가속페달을 밟아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속 40km 까지는 일부러 약간의 소리를 발생시킨다. 소리 없이 움직이면 보행자들이 차를 인식할 수 없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소리는 차창을 닫으면 실내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을 해치지 않는다. 40km/h를 넘기면 굳이 다른 소리를 만들지 않아도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커지면서 차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골프 블루 e모션은 유령처럼 소리 없이 미끄러지며 도로를 달렸다. 부릉거리는 내연기관차와는 확실하게 다른 정숙함이 돋보인다. 속도를 올릴수록 점차 바람소리와 노면 소음이 올라온다. 전기차는 저속에서도 순간적으로 최대토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만큼 강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변속레버가 아닌 셀렉터 레버는 일반적인 변속레버와 달리 D 아래로 B 모드가 더 있다.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면서 브레이크 재생에너지를 최대로 만들 때 B를 이용하면 된다.

주행모드는 노멀, 에코, 레인지 3개 모드가 있다. 노멀 모드에선 모터 출력이 85kW까지 발휘되고 최고속도는 135km/h까지 낼 수 있다. 주행 느낌이 가볍다. 에코모드를 택하면 출력이 70kW, 최고속도는 120km/h로 제한되고 에어컨도 50% 정도로 줄어든다. 레인지 모드에선 최고속도가 95km/h를 넘지 않는다. 에어컨은 비활성화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킥다운을 걸면 최대출력을 모두 끌어 쓸 수 있다.
레인지 모드를 택하면 차는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주행 느낌이 조금 무거워 지는 것. 엔진 출력을 제한해 가속감은 더디지만 더 멀리 달릴 수 있도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핸들에는 패들 시프트가 있다. 패들 시프트는 회생제동 에너지를 4단계로 나눠 조절한다. 좀 더 강한 제동력을 걸어 회생제동에너지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가하면 회생제동을 포기하고 일상주행 느낌을 달릴 수 있게도 해준다.
선루프에는 솔라셀이 내장돼 있어 태양열을 전기로 만들어 쓸 수 있게 했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주차 중에도 공조시스템에 전기를 공급해 환기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좀 더 쾌적한 실내를 만들어 주는 것.

송도 신시가지를 한 바퀴 돌고 인천대교에 올라섰다. 어렵지 않게 최고속도를 낼 수 있었다. 언덕길에서도 경쾌한 가속은 이어졌고 내리막에서는 변속 레인지를 B로 택해 회생제동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차의 안정감은 골프보다 우수했다. 해치백 스타일은 속도를 올릴수록 차의 거동이 불안해지고 뒷부분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세진다. 골프 블루 e 모션은 조금 더 안정감이 좋았다. 차의 구조상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차의 바닥에 모터가 자리하고 뒷부분에는 배터리 팩이 있어 앞 뒤 무게 배분이 이상적인 형태가 된 것. 또한 배터리가 차 바닥에 가깝게 배치돼 있어 무게 중심이 훨씬 더 아래로 위치한다. 그만큼 주행안정감은 뛰어날 수밖에 없다.
코너에서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조금 과하다 싶은 속도로 코너를 시도했지만 차는 무리 없이 굽은 길을 타고 달렸다.

출발 할 때의 배터리 잔량은 약 70%, 주행은 마친 뒤의 잔량은 약 20%였다. 주행거리는 약 40km. 인천대교와 영종도 일대에서 빠른 속도로 달렸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는 과한 편. 과속을 피하고 레인지 모드를 이용해 경제속도도 달렸다면 배터리 잔량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폭스바겐 골프 블루 e모션은 전기차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일반차에 뒤지지 않는 가속감, 훨씬 더 우수한 안정감은 일상 주행에서 사용하기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다. 달리는 즐거움은 오히려 전기차가 더 좋다. 다만 배터리 용량의 한계 때문에 주행거리가 150km로 제한된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결국 배터리 기술이 전기차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결론에 이른다. 배터리 기술은 이미 일반인들이 전기차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고 앞으로 개선하기에 따라서 항속거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악천후다. 강추위가 닥쳤을 때 배터리 성능 저하는 피할 수 없다. 한 겨울에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한 여름 에어컨을 가동해도 배터리 소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열선 시트, 각종 전기장치, 편의장치들이 더해질수록 배터리 부담은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정부다. 전기차 시대가 코앞에 닥쳤지만 충전소는 부족하다. 누진세가 적용되는 가정용 전기를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전기요금은 얼마로 할지, 전기차에 보조금은 얼마나 지급할 것인지 정해진 게 없다. 이런 상태로 전기차가 제대로 운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 부처의 전기차 담당 공직자는 “충전소 보급은 충분하다”는 소리만 자랑스럽게 외치고 다닌다. 심히 걱정스럽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에너지 회생 시스템은 D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B모드를 택하거나 패들 시프트를 작동해야 회생제동시스템을 통해 에너지가 회수된다. 일반적인 회생제동시스템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부터 작동한다. 폭스바겐은 에너지를 회생하는 수준을 4단계로 세분화했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D 모드에선 작동하지 않게 했다. 아직 양산형 차가 아닌 만큼 더 완벽하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전기차로 다시 만나길 기대해 본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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