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2.0 디젤 엔진을 주요 차종에 적용하고 있다.
S80, S60, V60, C30 등 XC와 C를 제외한 거의 모든 차종에 2.0 디젤 엔진이 포진하고 있다. 2.0 디젤 엔진은 이제 볼보의 주력 엔진으로 자리 잡고 있다. 2.4 D5 엔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어서 다운사이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추세에 발맞춘 라인업 보강이란느 의미에서 볼보의 2.0 디젤 엔진은 주목받기에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볼보 S60 2.0 디젤 모델을 타고 볼보의 새 심장을 느껴봤다.

볼보의 디자인은 대체로 단정한 편이다. 세단, 컨버터블, 왜건, SUV 등이 하나같이 단정하고 절제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쿠페 C30이 예쁜 엉덩이를 뽐내며 그중 튀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볼보하면 떠오르는 디자인 이미지는 차분하고 안정된 느낌이다.
S60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길이 4,630mm. BMW3시리즈, 벤츠 C 클래스와 비슷한 콤팩트 세단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사선을 배경으로 자리한 볼보의 엠블럼, 그 양옆에 자리한 드라이빙 램프와 곡선과 직선이 섞인 헤드램프가 S60이 얼굴을 구성하고 있다.
엠블럼이 재미있다. 사선을 배경으로 위로 치켜 올라가는 화살을 보고 있으면 자꾸 콘돔이 떠오른다. 뭉툭한 헤드램프는 그릴 방향으로 날카로운 직선으로 마무리했다. 자칫 지루할 수 도 있는 모습을 날 선 직선으로 마무리하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아치형태를 이루는 리어램프가 리어뷰의 포인트. 역시 단정한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는 부분이다.

인테리어는 볼보답다. 고급 인테리어의 정석, 가죽과 나무를 택해 실내를 꾸몄다. 센터페시아의 나무와 이를 둘러싼 크롬 라인, 밝은 브라운 계열의 시트, 검정 계열의 대시보드, 도어패널에 손잡이와 어우러진 라인이 실내를 밝고 고급스럽게 만든다.
인체를 형상화한 송풍구 스위치는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다. 나무를 사용해서일까, 센터페시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가구를 들여놓은 듯하다.

공간은 여유가 있는 편으로 뒷좌석도 좁지 않았다. 다만 뒷좌석 가운데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올랐다. 앞바퀴굴림인데다 사륜구동 버전도 없어 센터 터널을 낮출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통해 차의 전후 시야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룸미러에 리어 시트의 헤드레스트가 살짝 걸리지만 시야를 가리진 않는다. 게다가 볼보에는 BLIS가 있다. 사이드 미러가 보여주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정보를 체크하고 다른 차가 있을 때 빨간 램프를 점등시켜 알려주는 안전장치다. 볼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시스템을 적용해 차의 안전을 도모해왔다. 이 시스템을 조금 더 발전시키면 사이드미러를 아예 없앨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적당한 반발력을 가진 핸들은 2.7 회전한다. 느낌이 좋다. 가볍게 첫 발을 뗀다. 디젤 특유의 굵고 낮은 엔진 소리가 들린다. 엔진 사운드가 듬직하다. 가속과 감소를 이어가며 도심을 빠져나갔다.

간간이 노면 충격을 받을 땐 조금 거친 반응이 나온다. 오히려 속도를 높이면서 차는 차분해졌다. 적당히 가라앉는 느낌, 덜 흔들리는 안정감이 시속 120km 이상의 속도에서 더 도드라진다. 저속보다 고속에서 차가 돋보인다. 단단한 하체와 강한 차제강성이 밑받침된 안정감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킥다운 버튼을 터치하면서 본격적인 고속주행에 돌입하면 엔진 소리가 먼저 커진다. 3,000rpm에서 엔진 사운드가 본격적으로 커지고 4,000rpm에서 사운드의 본색을 드러낸다. 다이내믹하고 힘찬 디젤 사운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은 채 있으면 점점 커지던 엔진소리는 어느새 바람소리에 파묻혀버린다. 체감속도는 그리 높지 않고 핸들을 잡은 운전자가의 불안감도 크지 않았다. 잔뜩 긴장한 채 핸들을 쥐고 있는 게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질주를 즐길 수 있다. 고속에서도 강한 힘이 살아있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700 수준으로 편안하게 순항한다. 2.0 디젤엔진의 파워는 163마력에 40.8kgm. BMW 320d와 비교한다면 출력은 조금 낮고 토크는 조금 강하다. 대부분의 속도 구간에서 가속페달에 여유가 있으니 힘 부족을 걱정할 일은 없다. 게다가 고속 안정감이 뛰어나 자꾸 밟고 싶어진다.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것.

브레이크 반응은 중간 정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노멀한 브레이킹 성능이다. 조금 예민한 핸들, 유럽차답게 하드한 서스펜션은 차의 흔들림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을 잘 매치시키고 있다.

볼보 S60에는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가 있어 코너링에도 강한 면보를 보인다. 앞바퀴굴림의 코너링 특성인 언더스티어를 적절하게 잡아줘 바깥으로 밀리지 않는다.

안전의 볼보답게 이 차에는 획기적인 안전장비가 탑재돼 있다.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다. 시속 30km 이하로 움직일 때 추돌 위험이 있으면 운전자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속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완전 정지도 가능하다. 사고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한 보험회사는 이 기능을 인정해 보험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안전에 관한한 볼보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신연비기준 복합연비가 14.0km다. 성능 테스트를 위해 가감속, 고속주행, 제동 등 연료를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 운전을 했는데도 140km 구간을 평균 속도 43km, 평균연비는 10.6km/L를 기록했다. 일반적인 주행상황을 감안하면 일반 운전자도 쉽게 공인연비를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잘나가는 친환경 디젤엔진들이 많아서 돋보이기는 힘든 수준이다.

판매가격 4,480만원. 매력 있는 가격이지만 새로 나온 아우디 A4 2.0 TDI가 4,430만원이니 볼보로서는 아우디가 얄미울 법도 하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천정 마무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끝 부분이 거칠고 공간도 뜬다. 볼보의 단골 지적사항이지만 개선될 기미는 없어 보인다. 전동시트를 조작하면 가죽이 끼어서 밀리는 소리가 안타깝다. 변속레버 조작감도 거칠다. 크지 않은 사소한 부분들.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차의 이미지가 갈린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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