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불과 한 시간 10분 거리. 인제는 가까웠다. “인제가면 언제 오나” 하던 인제가 아니었다. 그곳에 레이싱서킷이 곧 완공된다. 내년 4월이면 번듯하게 지어진 레이싱서킷 ‘인제오토피아’를 만날 수 있다. 완공전인 올 가을부터 서킷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기다리던 ‘서울에서 가까운’ 서킷이 인제에 지어지는 것이다. 반가운 일이다. 활용 가능한 자동차 경주장이 영암 F1 서킷과 태백서킷 밖에 없던 한국에 또 하나의 자동차 경주장이, 그것도 서울 가까운 곳에 생겼으니 좀 더 다양한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수도권의 자동차 마니아들이 좀 더 편하게 자동차 경주장을 찾게 된 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은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다. 벌써 몇 년째 문을 닫아걸고 있다. 확장공사를 마쳤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새 단장한 서킷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오리무중,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은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개인 서킷으로만 사용하기엔 너무 아까운 시설이다. 그나마 요즘엔 이 회장이 서킷을 찾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한다. 그냥 방치된 서킷이다. 서울 바로 옆 그 좋은 위치에, F1 경기장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그 좋은 시설이 문을 꼭꼭 닫아걸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안타깝기는 안산 스피드웨이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국제 자동차경주인 챔프카 대회 유치를 목적으로 서킷 건설에 나섰지만 대회 유치에 실패하면서 방치된 시설이 돼버렸다. 도심의 흉물로 방치돼 있다. 다행히 트랙은 남아 있어 간간이 자동차 관련 이벤트와 TV 프로그램 제작에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시설을 조금 더 보완하면 정상적인 레이싱 서킷으로 충분히 활용가능한 곳이다. 안산시와 채권단의 입장 차이,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민원 등이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안산서킷을 그냥 이 상태로 버려두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없던 시설을 새로 만들자는 게 아니다. 이왕 만들어진 시설이니 보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수도권에 활용할 수 있는 두 개의 서킷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너무 큰 낭비다. 어느 새 우리나라의 모터스포츠도 번듯하게 성장하고 있다. 슈퍼레이스, 스피드페스티벌, DDGT, 넥센 스피드 레이싱 등의 경기가 이미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직 흡족하지는 않지만 스폰서십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자동차 경주가 하나의 산업으로 온전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용인과 안산 두 개의 서킷을 사용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레이싱 산업이 대중화되고 확대되는데 큰 힘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서킷의 수익성을 갖추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용인과 안산 스피드웨이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이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