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가 새로 선보인 M클래스를 부산에서 만났다. 워낙 쟁쟁한 모델들이 버티고 있는 벤츠의 화려한 라인업에서 존재감이 덜 부각되는 모델이다. 7년 만에 풀체인지한 3세대 모델로 97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120만대 이상 팔린 모델이다.

“상시 4륜 구동의 주행 성능과 함께 세단의 편안함, 민첩한 핸들링, 안전성 등의 장점이 조화를 이룬 프리미엄 SUV 모델”이라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소개했다. 새로 출시된 M 클래스는 ML 250 블루텍 4매틱, ML 350 블루텍 4매틱, ML 63 AMG 등 총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ML 250 블루텍 4매틱을 배정받고 시승에 나섰다.

튼튼해 보이는 외모는 SUV의 미덕이다. 풀체인지라고는 하지만 이전 디자인벤츠 삼각별이 자리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당당한 자신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릴 아래로는 크롬 가드를 더해 포인트를 줬다. 단정한 헤드램프 아래로 LED 드라이빙 램프가 자리했다.

휠베이스는 최대한 길게 만들어 앞 뒤 오버행을 줄였다. 조금 더 세려된 디자인을 적용한 휠이 눈길을 끈다. 루프는 뒤를 조금 낮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흐르는 루프라인을 형성한다. 지붕 끝에 이어붙인 리어 스포일러는 단조로움을 피하면서 주행 중 자연스러운 공기 흐름을 유도한다. 측면 도어 아래에 옆 발판을 만들었다. 발판을 이용하면 승하차가 쉽다. 특히 치마를 입은 여성에겐 발판이 유용한 소품이다. 뭉툭했던 리어램프는 가로로 길게 측면을 파고드는 모습으로 변했다. 옆에서 보면 예각을 이루는 리어 램프의 끝이 눈에 들어온다. 리어범퍼 아래로도 번쩍이는 크롬 재질로 가드를 만들어 시각적 포인트를 줬다.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뒷모습이다. 길이 4,815mm에 휠베이스는 2,915mm. 안정감 있는 비례로 측면 모습을 완성했다.

익스테리어가 SUV의 강인함에 포인트를 줬다면 인테리어 포인트는 프리미엄 SUV의 섬세함이다. 질 좋은 가죽으로 만든 시트는 탑승객의 몸을 잘 지지해준다. 전동식 시트는 헤드레스트까지 전동식으로 움직였다. 뒷좌석도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할 때 편하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적재공간은 2,010리터까지 확대된다.

앞 뒤 모두 여유 있는 공간을 확보해 답답하지 않다. 지붕에는 日 자형 대형 선루프가 시원한 하늘을 보여준다. 뒷좌석 중앙을 가로지르는 센터터널은 높은 편이 아니다. 거슬리지 않는다.

4 스포크 핸들을 쥐면 차와의 일체감이 전해진다. 7단 변속기를 움직이는 시프트레버를 핸들 아래에 배치해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7인치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한국형 3D 내비게이션은 깔끔하다. 벤츠가 자랑하는 커맨드 시스템에는 내비게이션 외에 블루투스 기능, DVD, CD, MP3를 재생할 수 있는 CD/DVD가 포함된다. 10G 용량의 하드가 내장돼 있어 1,000 곡 이상의 MP3 파일을 저장 할 수 있다. SD 카드, USB 등의 외부 저장매체도 사용할 수 있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닳았지만 USB 단자에 연결해 충전할 수 있었다.

부산 시내를 출발해 울산 인근 해안까지 왕복하는 시승에 올랐다. ML 250은 버튼 시동키가 아니다. 키를 넣어 돌려 시동을 걸었다. 잔잔한 디젤 엔진의 느낌이 전해진다.

안전띠를 장착하면 몸을 살짝 조였다가 알맞게 풀린다. 이 느낌이 매우 좋았다. “준비됐어?”하고 부드럽게 묻는 것 같다. 차와 살짝 포옹하는 느낌, 차와 인간의 교감이다. 차가 승객을 보호할 준비를 하는 것. 이 같은 안전띠의 작동이 차에 신뢰를 심어준다.

가속페달을 밟아 잔잔한 엔진 소리를 들으며 부산 시내를 빠져 나갔다. 센터 페시아에 있는 에코 버튼을 누르면 엔진 스타트 스톱 기능이 작동한다. 도심에서 잦은 멈춤과 출발이 일어날 때마다 어김없이 시동이 꺼졌다 다시 살아났다. 달리다가 멈췄을 때 시동이 꺼지면 실내는 순간적으로 정적에 휩싸인다. 경험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적막함이 때론 어색하다.

벤츠가 자랑하는 블루텍 기술의 핵심은 배출가스를 제어하는 데 있다. 요소성분의 액상화합물을 이용해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유해성분인 질소산화물(NOx)를 제거하는 것. 대형 트럭 등에 주로 적용하던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블루텍 엔진을 적용한 ML 250은 2014년부터 국내 적용 예정인 유로6 기준을 이미 충족시킨다.

중저속 구간에서 엔진은 부드럽고 조용했다.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엔진 사운드가 잔잔하게 들린다. 노면 요철을 지날 때 차의 반응은 거친 편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4500rpm까지 치솟고 변속이 이뤄진다. ML250의 엔진은 직렬 4기통으로 2,143cc의 배기량을 가졌다. 이전 ML 300 CDI에 탑재됐던 3.0리터 V6 엔진을 대신하는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최대토크가 51.0kgm. 저속에서 강한 토크가 빠르게 속도를 높여준다. 인상적인 파워다. 최고출력은 204마력. 연료 분사 압력이 2,000bar 에 이르는 커머레일 디젤을 적용했다.

7단 자동변속기는 전진 7단 후진 2단으로 구성됐다. 부드럽게 운전하면 변속쇼크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알아챌 수 있다. 부드러운 변속은 벤츠 특유의 안락한 승차감을 완성시킨다. 핸들 아래에 달린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적극적인 수동조작을 통해 다이내믹한 주행느낌을 즐길 수 있다.

속도를 올려 고속주행을 시도했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중저속에서보다 오히려 더 안정감 있는 자세를 보인다. 바람소리도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고 차의 흔들림도 안정감이 있어 체감속도가 실제속도보다 많이 낮다. 풀타임 사륜구동시스템인 4매틱에 힘입어 고속에서 안정감이 더 돋보인다. 상대적으로 저속에서 거친 느낌이다. 특히 도로의 요철, 노면 장애물을 넘을 때 반응이 그렇다.

차체가 높지만 사륜구동시스템인 4매틱에 힘입어 코너도 안정적으로 공략한다. 조금 빠르다 싶은 속도에서도 차체는 균형을 잃지 않고 코너를 빠져나간다. 운전자의 느낌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코너링을 보인다. 최적의 접지력으로 차가 안정감 있게 움직이는데 필요한 구동력을 확보해 준다. 사륜구동은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하지만 비포장도로를 달릴 일이 많지 않다. 8천만원 하는 이 차를 끌고 산 속을 달리는 오프로드에 도전할 일은 없어 보인다. M 클래스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험로용이라기보다는 눈길이나 빗길 등 도심의 악천후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라고 봐야한다.

ML250의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11.9km/L, 3등급에 해당한다. ML 350은 10.1km/L로 4등급이다. 이전에 비해 연비가 안 좋아 보이는 건 강화된 연비 규정 때문이다. ML250이 2,255kg, ML350이 2,340kg에 이르는 거구임을 감안하면 괜찮은 연비다.

신형 M클래스는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된다. 덕분에 한미 FTA 효과를 봐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 신형 M클래스의 가격은 ML250 블루텍 4매틱 7,990만원, ML350 블루텍 4매틱 9,240만원, ML 63 AMG 1억5,090만원이다. 특히 가격이 돋보이는 건 ML250이다. 기존 ML300 CDI(8,800만원)보다 동력성능이 향상됐지만, 가격은 1000만원 가까이 내려갔다. 신형 M 클래스의 선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고속주행에 비해 중저속 구간에서의 거동이 거칠다. 노면 요철, 장애물을 지날 때 생각보다 거친 반응을 보인다. 프리미엄 SUV에 어울리지 않는 반응이다. 7인치 모니터는 후진할 때 화면의 주사선이 깨지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SUV로서 약한 존재감도 넘어야할 숙제다. 벤츠를 좋아하는 고객이라면 M 클래스에 호감을 갖겠지만 SUV를 선호하는 고객이 벤츠 M클래스를 선택하기엔 존재감이 약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