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양산을 일 년 앞둔 BMW의 컨셉트카 i3와 i8이 서울을 찾았다. BMW코리아는 두 대의 차를 통해 미래의 이동수단을 제안하는 ‘BMW i이노베이션데이’를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에서 열었다.

이 행사를 위해 i3, i8과 함께 서울을 찾은 BMW 본사의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우베 드레아 BMW i 브랜드 매니저와 본 프랑켄버그 BMW 그룹 테크놀로지 커뮤니케이션 담당 매니저, 마니엘 자티그 BMW i 테크니컬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등이 함께 자리했다.


눈앞에 서 있는 미래의 차를 두고 계속된 저널리스트들과 개발자 간의 질문과 답변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BMW i는 BMW의 새로운 서브 브랜드다. BMW M처럼 또 다른 서브 브랜드가 탄생한 것. 이와 관련한 설명이 재미있다. “500만 달러나 하는 미국 대저택 앞에 프리우스가 세워져 있더라. BMW는 새로운 브랜드로 새로운 고객과 타깃에 접근할 것이다. 넥스트 프리미엄 브랜드가 바로 i다.” BMW i의 중요한 가치는 ‘혁신과 효율’이라는 설명이다. 오피니언 리더와 얼리 어댑터들이 주요 고객들이 될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컨셉트카와 양산차는 크게 다르다. 지금까지 그랬다.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한 컨셉트카로 무대에 올랐지만 정작 양산차로 판매될 때에는 그저 그런 수수한 모습으로 변하는 경우를 그동안 많이 봐 왔다. BMW i는 지금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80% 이상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아마도 컨셉트카와 양산차가 거의 차이가 없어 놀랄 것”이라는 답이다.

그들이 거듭 강조한 것은 “BMW는 약속을 지킨다”는 말이었다. 특히 i브랜드의 양산 시점을 두고 거듭 확인하는 질문이 나올 때 이들은 어김없이 이 말을 했다. 양산에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미래형 전기차라는 사실 외에도 i3와 i8은 주목할 만한 기술적 특징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카본파이버 즉 탄소섬유다. 정확하게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 플라스틱 수지에 둘러싸인 탄소섬유다. 동일한 강도를 가진 강철보다 50% 이상 무게가 가볍다. 충격 흡수도 뛰어나 차체의 안전성을 담보하기에도 최적의 소재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지금까지 양산차에 이를 적용하는 경우는 없었다. BMW i가 첫 사례가 되는 셈이다. 양산에 나서면 탄소섬유의 가격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BMW는 기대하고 있다.

i8의 대형 도어는 가벼운 탄소섬유가 있어서 가능했다. 강철을 이용했다면 그렇게까지 크게 도어를 만들 수는 없었다는 것. 또한 탄소섬유가 충격흡수 능력이 뛰어나 테스트카를 재활용할 수도 있었다고 BMW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면충돌 테스트를 한 차를 다시 이용해 후면 충돌에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 탄소섬유를 적용한 차체의 충격흡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재활용’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i3와 i8에 사용된 탄소섬유를 폐기할 경우 이를 다시 재활용할 수 있다. 특수한 정재과정을 거치면 기초섬유 대체품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의 25%, 알루미늄은 80%가 재활용을 통해 얻어진 재료들이다. 시트는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들어진다.

i3와 i8 자체의 친환경뿐 아니라 생산시설 전반에 걸쳐 재생 에너지, 친환경을 염두에 뒀다. 생산 공장 바로 옆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고 공장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수소에너지로 이용한다고.

BMW는 i 브랜드를 통해 본격적인 전기차 판매에 나선 이후에 대한 여러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공공 인프라가 갖춰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정용 충전 패키지를 준비했고, 공공 주차장 등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충전 시스템도 구상하고 있다. 완전 방전을 방지하는 ‘레인지 익스텐더’도 옵션으로 제공할 계획.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는 곧 유럽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의 대형 렌터카 업체와 손을 잡고 차를 소유하는 대신 i3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카 쉐어링 서비스’에 나선다는 것. 유럽 주요 3개 도시에서 먼저 사업에 나선 뒤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이들은 밝혔다.



기존 자동차에 비해 차가 간단해 정비나 수리는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고전압과 탄소섬유를 다뤄야 하는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소비자들을 대하는 일선 정비 인력들에 대한 교육도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BMW측은 밝혔다.


BMW i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폐쇄형이다. 방전됐을 때 충전하는 대신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 고압 배터리는 탄소섬유로 싸서 안전하게 보호한다.

배터리 공급업체는 SB리모티브다. 삼성SDI와 보쉬가 합작해 만든 SB리모티브를 통해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 “SB 리모티브는 매우 강력한 파트너로 교체되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SB리모티브에 대해서는 몇 차례에 걸쳐 강한 신뢰를 표했다. 최근 보도된 삼성과 보쉬의 결별설과 상관없이 SB리모티브를 신뢰한다는 의미다.


전기차는 운전이 재미없지 않냐는 질문이 나가자 인터뷰 자리에 함께 했던 본사 관계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저으며 “노”를 외쳤다. “BMW가 만드는 차는 재미있다. i도 예외는 아니다”라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최적의 무게비, 낮은 무게중심, 강한 토크, 후륜구동 등의 특징들이 BMW i를 여전히 운전하기 재미있는 차로 만들 것”이라는 게 이들의 대답이었다.


2013년 양산될 i3와 i8은 그 이듬해인 2014년 한국에서 판매된다. 미래의 얘기로만 여겨지던 전기차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