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차종도 다양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세단을 중심으로 덩치를 키워온 수입차 시장은 중저가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한편 고급 스포츠카, 초대형세단으로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폭스바겐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지금까지가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도한 시장이라면 앞으로는 폭스바겐을 필두로 하는 대중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볼륨을 키워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폭스바겐이 새로 투입한 모델 ‘티구안 R 라인’을 시승했다. 티구안 2.0 TDI R 라인은 티구안 라인업에서 정상에 자리한 모델이다. 티구안 R 라인에는 19인치 알로이 휠, 스포츠 서스펜션, R 스타일의 앞뒤 범퍼와 리어 스포일러, R 라인 로고가 새겨진 비엔나 가죽시트 등의 R라인 패키지가 더해졌다. 파크 어시스트도 더해졌다. 리어뷰 카메라로 주차를 돕는 장치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티구안과 동일하다. 2.0 TDI 엔진에 7단 DSG 변속기, 4모션 4륜구동 시스템을 갖췄다. 최고출력은 140마력(140PS@4,200 rpm), 최대토크는 32.6kg?m (1,750~2,500rpm),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10.2초, 최고 속도는 188km/h다.핸들 아래쪽을 살짝 깎아 직선으로 만들어 원형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이른바 D컷 스티어링 휠이다. 스티어링 휠에 패들시프트는 없다. 핸들에도, 시트에도 R 마크가 선명하게 박혀있다. 다른 티구안과 다름을 알리는 징표다. 센터페시아에는 수납공간이 여유 있게 배치됐다. 상하로 구분된 수납공간이 중간에, 그리고 상단에 별도의 공간이 있다. 뒷공간 바닥은 공간을 정확하게 좌우로 나누는 센터 터널이 솟아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옆창이 넓게 다가온다. 시트를 가장 낮춰도 차창이 어깨 아래까지 내려온다. 넓은 창으로 시원한 시야가 확보된다. 선루프까지 넓어 확 트인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선루프는 원터치로 완전 개방된다. 선루프가 열리는 동안 스위치에 손을 대고 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선루프 아래 있는 가림막을 가릴 땐 원터치 조작이 안 된다. 가림막이 닫히는 동안 버튼에 손을 대고 있어야 했다.
핸들은 2.8 회전으로 일반적인 수준인 3회전에 못 미친다. 패들 시프트가 없어 변속은 변속레버만으로 할 수 있다. 변속레버에는 수동변속모드가 있어 시프트 업, 다운을 시도할 수 있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7단 DSG다. 이른바 듀얼 클러치. 두 개의 클러치를 이용해 변속 타이밍을 극단적으로 짧게 해 성능과 효율을 함께 높이는 변속기다. 일반적으로 성능과 효율은 반대로 간다. 성능을 높이면 효율이 떨어지게 마련. DSG는 이 같은 상식을 뒤집는 기술이다. 기어와 기어가 물리는 사이의 그 짧은 시간, 힘의 공백을 DSG가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로 연료를 소모하지 않고도 힘의 손실을 줄여 성능을 높이는 효과를 얻는다.
실제 주행에서도 DSG의 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치고 나가는 힘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 숨 쉴 틈이 없이 엔진 배기음이 이어진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600수준으로 안정적이다. 2.0 디젤에 140마력의 힘을 가진 엔진치고는 매우 낮은 수준. 7단 DSG 변속기가 제한된 힘의 효율을 증폭시키는 까닭이다.
제법 빠른 가속감을 보인다. 140마력의 출력보다 32.6kgm의 토크와 DSG의 빠른 변속감이 빚어내는 가속감이다. 고속주행을 시도하면 시속 100km 전후의 안락감은 줄어들고 약간의 흔들림이 전해진다. 빨리 달릴 수는 있지만 조금 흔들리는 것. SUV인만큼 무게 중심이 높은데서 오는 체형적 한계다. 엔진소리는 잘 제어됐다. 시속 100km에서 윈드실드의 바람소리가 약하게 들리는 정도다. 이 상태에서 엔진소리도 높지 않아 편안한 실내를 만든다.
엔진음과 바람소리가 뒤섞이기 시작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엔진소리는 사라지고 바람소리가 도드라진다. 이때부터 운전자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이 커진다. 가속에 여유가 있지만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기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 상태에선 이미 충분한 속도에 이른 만큼 더 이상의 가속은 의미가 없다. 4모션.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춰 고속에서도 코너에서도 운전자의 불안함을 어느 정도 줄여준다. 같은 속도에서 두바퀴굴림차보다 안정감이 우수하다. 코너 역시 마찬가지다. 차고가 높은 SUV지만 사륜구동에 힘입어 조금 과한 핸들링도 여유 있게 따라준다. 변속순간의 반응은 재미있다. 치고 올라가던 rpm 게이지가 빠르게 내려왔다가 다시 치고 올라간다.
스타트 스톱 시스템은 차가 멈추면 어김없이 시동을 꺼지게 한다. 둘이 모여야 성냥 하나를 켜서 담뱃불을 붙였다는 독일 사람들의 짠돌이 정신이 만든 장치다. 단 한 방울의 연료도 쓸데없이는 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게 바로 스타트 스톱 시스템. 연비는 15.4km/L다. 올해부터 강화된 기준에 따른 연비다. 사륜구동 SUV의 연비로 우수한 수준이다. 폭스바겐이라면, 게다가 디젤엔진이라면 연비에 대한 걱정은 접어둬도 될 터다. 이미 많은 모델들이 이를 증명해 왔다.
파크 어시스트 기능은 접할 때마다 새롭다. 평행주차 뿐 아니라 직각 주차도 가능하다. 간혹 거리나 방향을 제대로 못맞추면 자동주차를 실패하기도 하지만 이럴때도 다시 시도하면 제대로 작동한다. 핸들이 알아서 돌아가며 주차할 곳을 찾아들어가는 경험은 늘 신기하고 새롭다.
판매가격은 4,790만원. R라인이 붙은 티구안인 만큼 티구안 중 가장 비싼 가격이다. R라인을 포기한다면 3,790만원에 살 수 있는 티구안도 물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오토홀드와 스타트 스톱 시스템은 모순이다. 오토홀드는 차가 멈출 때 굳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아도 스스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장치다. 스타트 스톱 시스템은 차가 멈출 때 시동이 꺼지게 해주는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시동이 걸린다. 즉 오토 홀드와 스타트 스톱 시스템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없다는 말이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오토홀드 기능은 없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