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모터쇼는 아수라장 속에서 열렸지만 착실하게 성장해가는 중국의 자동차산업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북경모터쇼 프레스데이가 열리는 4월 23일 전시장 모습은 시작부터 아수라장이었다. 모터쇼 공식 일정은 아침 9시부터지만 그 시각 전시장 인근 도로는 꼼짝달싹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정체를 빚었다. 전시장으로 향하는 자동차 행렬이 꼬리를 물어 제때 입장하지 못한 행사 관계자들이 속을 태웠다. 실제로 한 메이커의 사장이 제때 입장하지 못해 기자회견이 10분 가까이 지체되기도 했을 정도.

인산인해를 이루며 전시장으로 몰려든 인파들 중 몇몇이 2m는 됨직한 철제 담벼락을 넘어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수많은 공안과 경비원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눈을 피해 전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이들은 많았다.

프레스데이에 몰려든 인파는 3만여 명. 취재 기자들을 위한 자리지만 기자들보다 일반인들이 더 많았다. 심지어 어린이 손을 잡고 전시장을 구경하는 이들도 간간이 눈에 뜨일 정도. 프레스데이에 일반인이 입장하는 경우는 중국 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모터쇼에서도 있는 일이지만 북경에서는 정도가 심해 보였다. 이 때문에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는 소매치기들도 섞여 있어서 도난 사태가 속출했다. 한국에서 건너간 한 메이커 관계자는 카메라 렌즈를 잃어버려 망연자실하는 일도 있었다. 공안에 신고하러 갔더니 그때까지 분실신고된 카메라만 10여대가 되더라고 그는 전했다. 어떤 기자는 카메라에서 렌즈가 벗겨진 것을 알아채고 도난을 면하는 일도 있었다.

현장에서 소매치기가 체포되기도 했다. 전시장 한 곳에서 공안들이 한 사내를 갑자기 덮치더니 손을 뒤로 꺾은 채 체포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소매치기를 현장에서 잡은 것이다.

국제모터쇼라고는 하지만 북경모터쇼에서 외국인은 이방인이었다. 전시차를 설명해주는 자료는 대부분 중국어 자료뿐이었다. 한글 자료는 기대조차 할 수 없었고 영문 자료조차 제대로 준비해놓은 곳은 많지 않았다.

프레스데이 첫날을 마치고 전시장을 나서는 길에는 주최측이 발행해준 기자용 출입증을 팔라는 이들이 수 백 명은 족히 돼 보였다. 대회 기간 내내 출입이 가능한 기자용 출입증을 일반인들에게 되팔려는 이들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300위안, 한국 돈으로 6만 원 정도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수준이 해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터쇼임은 분명했다. ‘짝퉁 모터쇼’로 악명이 높은 북경모터쇼지만 올해에는 드러내놓고 카피한 차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거 짝퉁차로 지목받았던 모델들도 이번 모터쇼에서는 조금씩 자신의 디자인을 가미하고 아이디어를 더해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자동차산업이 그만큼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들이다.

조금 뒤떨어진듯한 디자인과 기술을 보여주는 게 대부분인 중국 업체들 중에서 수준급의 컨셉트카를 내놓아 주목을 받는 곳도 있었다. 체리 자동차가 선보인 ant가 대표적이다. 두 대의 차를 하나로 합치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ant는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주목받은 컨셉트카중 하였다. 해외 유명 메이커의 컨셉트카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차였다.

체리는 과거 대우 마티즈의 짝퉁차 QQ를 만들었던 메이커. 체리는 이번 모터쇼에서도 QQ의 신형 모델을 출품했다. 아직 구태를 완전히 벗어버리지는 못했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앞서 지적한 여러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동차는 분명히 발전하고 있었다. 북경모터쇼에서 만나는 일부 중국차들이 이를 웅변하고 있었다. 오늘 그들이 조금 뒤떨어져 있지만 빠른 시간 안에 세계자동차 산업의 주류에 편입할 가능성은 높아보였다. 진흙탕에서 피어나는 연꽃. 중국 자동차가 딱 그래 보인다.

북경=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