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도 아닌 20 대에 2700원하는 람보르기니가 나왔다. 이름은 토니노 람보르기니. L6와 L8 두 종류가 있다. 자동차가 아니다. 담배다.
담배회사 KT&G가 18일, 새 담배 ‘토니노 람보르기니’를 새로 출시했다. KT&G가 이탈리아의 ‘토니노 람보르기니’와 함께 개발했다는 담배다. 토니노 람보르기니는 자동차를 만드는 ‘Automobili Lamborghini S.p.A.’와는 다른 회사다.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으로 시계, 향수, 지갑, 액세서리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별도 회사다. 서로 다른 회사라고는 해도 ‘람보르기니’라는 브랜드를 공유하는 관계인만큼 아무런 상관없는 회사라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KT&G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토니노 람보르기니와 KT&G가 함께 담배를 만들었고 국내 판매를 시작으로 해외 판매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것.
스포츠카 람보르기니를 동경하는 입장에서 담배 람보르기니를 마주하는 기분은 매우 당혹스럽다. 하필 담배인가. 생명을 갉아먹는 백해무익한 제품에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이 가당키나한 것인가. 담배 ‘토니노 람보르기니’는 람보르기니라는 걸출한 스포츠카 브랜드의 명성과 역사에 먹칠을 하는 상품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람보르기니가 어떤 브랜드인가. 페라리와 쌍벽을 이루며 이탈리안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당당한 역사를 써 내려오고 있는 최고의 이름이 바로 람보르기니다. 최고속도 350km를 달리며 남성적인 자태를 뽐내는 람보르기니의 최신작 아벤타도르와 ‘토니노 람보르기니’ 담배가 공존하는 세상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 대에 수억 원을 호가하는 람보르기니의 이름을 일반 담배보다 겨우 200원 비싼 2700원짜리 상품에 붙였다는 점이다.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이 겨우 그 정도 가치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
담배는 이미 세계적으로 퇴치되어야할 상품으로 비난받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물론 한국에서조차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자유롭지 않은 공공의 적으로 지탄받는 상품이다. 광고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죽음의 상품’이다. 뭇 남성들의 로망이자 많은 청소년들의 드림카인 람보르기니의 이름을 담배에 허용했다는데 분노와 서글픔을 느낀다. 람보르기니와 담배의 만남은 죽음의 조합이다. 브랜드의 죽음이고 이를 즐기는 소비자의 죽음이다.
돈이 된다면 어떤 상품이든 만들겠다는 천박한 자본의 단면을 본다. 철학도 없고 소비자에 대한 배려도 없다.
엔초 페라리와 담판을 벌이고 “내가 원하는 차를 만들겠다”며 그 뜻을 관철시킨 람보르기니의 창시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