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리포트가 뽑은 최고의 중형차는 현대 쏘나타가 아니라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였다.

현대차는 2월 29일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쏘나타를 최고의 중형차(Affordable family sedan)로 뽑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많은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Affordable family sedan이라는 영문 표기를 생략했다. 현대차는 ‘저렴한(혹은 적정한) 가격의 중형차’ 부분에서 쏘나타가 최고로 평가 받았음에도 거두절미하고 ‘중형차 부문’ 최고의 차에 뽑혔다고 자랑했다. 아전인수식 억지 해석이다.

컨슈머리포트 발표에 따르면 최고의 중형차에 뽑힌 것은 토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우리의 중형차에 해당하는 패밀리세단 부문에서 쟁쟁한 경쟁차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차로 평가받았다. 토요타는 중형차 부문 이외에도 컨슈머리포트가 구분한 10개 부문중 5개 부문에서 최고의 차로 선정됐다.

따지고 보면 컨슈머리포트도 수상하다.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는 이 소비자잡지는 지금까지 분류기준에 없었던 ‘Affordable family sedan’을 올해에 새로 끼워 넣었다. 작년에는 Budget Car(저럼한 차)라는 구분을 두고 혼다의 소형차 피트를 선정했었다. 자동차의 분류기준이 지난해와 올해가 다른 것.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해마다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스스로의 권위를 깎아먹는 짓이다.

현대차가 해외 자동차 평가기관의 조사결과를 왜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JD파워의 내구품질 조사결과를 입맛대로 다시 해석해 발표한 바 있다. 당시 JD파워의 자동차 내구품질 조사결과 현대차는 브랜드 기준으로 10위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결과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뒤 ‘일반 브랜드 3위’로 평가받았다고 발표했다. 마치 JD파워가 일반 브랜드를 별도로 구분해 평가한 결과인 것처럼 왜곡한 것.

현대차의 이 같은 행위는 성적표를 자기 마음대로 고쳐서 집에 보여주는 학생과 다름없다. 10등한 것을 3등으로, 열반에서 1등한 것을 우등생반에서 1등한 것으로 고쳐서 집에 보여주는 셈이다. 잠시 속일 수는 있겠지만 오래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현대차의 이 같은 발표를 언론들이 아무런 검증 없이 받아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의 보도자료가 나온 날 국내의 주요 언론은 컨슈머리포트가 쏘나타를 최고의 중형차로 선정했다는 오보를 받아쓰기 바빴다. 인터넷을 통해 몇 번의 클릭으로 사실 확인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들은 현대차의 발표 그대로 기사를 쓰고 박수치기 바빴다. 성적표 고치는 현대차나 팩트 확인 없이 기사를 써대는 언론이나 오십보 백보다.난형난제다.

111.jpg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