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가 올해 F1 그랑프리 최대의 수혜자로 떠올랐다.
인피니티가 후원하는 레드불 레이싱팀이 1위를 독점하다시피하고 있어서다. 9일 일본 GP에서 세바스찬 베텔이 시즌 우승을 확정지은데 이어 16일 막을 내린 코리아 그랑프리에서는 베텔과 마크웨버가 1, 3위를 차지하며 팀 챔피언에까지 올랐다. 레드불의 거침없는 질주에 인피니티가 올라탄 셈이다.
인피니티가 더욱 빛나는 것은 토요타 때문이다. 2002년에 F1에 진출한 토요타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토요타는 F1 철수를 결정하고 지난 2010년부터 F1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인피니티는 F1 진출 첫해, 시즌 3전을 남겨둔 시점에 10승을 챙겼다.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 시즌 13승도 가능한 상황이다.인피니티로서는 입이 찢어질 수밖에 없는 놀라운 성적이다. 혼다, BMW 등 그동안 F1에 공들여왔던 메이커들이 토요타와 함께 F1에서 철수한 상태여서 인피니티로서는 훨씬 수월하게 브랜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 메이커가 F1에 참여하는 것은 홍보와 기술 때문이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시청하는 F1 경기중계를 통해 알려지는 브랜드 홍보효과는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 게다가 F1 머신 개발을 통해 쌓인 노하우는 양산차 제작에도 응용할 수 있어 제품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레드불 레이싱 머신과 드라이버 유니폼에는 인피니티 로고가붙어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시청한다는 경기에서 카메라를 가장 많이 받는 머신과 드라이버의 슈트에 붙어서 노출되는 로고은 엄청난 홍보효과를 가져왔다. 공교롭게도 인피니티는 ‘무한질주’의 의미를 담은 말로 이를 형상화해 로고를만들었다.인피니티와 레드불의 무한질주는 필연적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인피니티가 레드불과의 인연은 지난해 파리에서 시작됐다. 레드불 레이싱팀의 크리스찬 호너와 인피니티의 총괄 부사장인 앤디파너, 인피니티의 사이먼 스프라울 부사장의파리 회동에서였다. 레드불측의 제안을 받은 인피니티의 결정은 빨랐다. 2월 28일 인피니티의 F1 참여를 전격 발표하고 3월에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재차 이를 밝혔다.
인피니티가 참여한 레드불은 2011년 베텔이 코리아 그랑프리까지 10승을 챙겼고 시즌 최다승 기록까지 넘보고 있다. 팀 성적 역시 558점을 얻으면서 2위인 맥라렌 메르세데스와 무려 140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압도적 승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
<크리스찬 호너 레드불 레이싱 대표(왼쪽)와 앤디팔머 인피니티 수석 부사장>
인피니티는 코리아 그랑프리를 마친 직후 레드불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레드불 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머신에 붙어있는 엠블럼 크기도 더 키운다는 것. 머신 양 측면과 조종석 상단에 새겨진 브랜드 마크를 눈에 더 잘 띄게 키운다는 것. 드라이버를 포함한 선수단 유니폼과 장비에도 브랜드 네임과 로고가 추가된다. 레드불의 확실한 스폰서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방문한 앤디 팔머 인피니티 수석 부사장은 “지난 3월 양사의 제휴를 발표했을 때 목표는 인피니티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단 7개월 만에 이 같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인피니티는 포뮬러 원에서 가장 노출 효과가 높은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레드불 레이싱과의 파트너십 강화는 기술 및 제품의 영역까지 협업의 범위가 넓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F1 레이싱팀의 운영비는 팀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레드불, 맥라렌 등 선두권의 경우 연간 5,000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피니티는 레드불 스폰서 비용에 대해서 정확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팀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