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QM5가 얼굴을 성형하고 완성도 높은 성능과 품질로 변신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QM5가 마이너체인지를 단행했다. 2007년 데뷔한 이후 첫 변화다. 디젤 모델로 첫 선을 보인 이듬해 가솔린 모델이 더해졌고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스페셜 에디션이 추가됐지만 모델 체인지 개념의변화는 이번이 처음이다.약간의 디자인 변화와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의 개선이 이번 마이너체인지의 요점. 강원도 평창에서 양양까지 대관령과 동해안을 왕복하는 코스에서 새 차 QM5를 타봤다. 시승차는 2.0 디젤 2WD 모델.
헤드램프 형상이 변했다. 바이제논 헤드램프는 코너링 램프 기능을 더해 훨씬 밝고 폭넓은 시야를 확보해준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3개의 선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범퍼도 약간의 변화를 거쳤다. 디자인 변화는 여기까지다. 큰 폭의 개편보다는 큰틀을 유지하고 프런트 마스크에 약간의 손질을 가해 새로운 인상을 주는데 포커스를 뒀다.보닛 주변에서는 언듯 현대차 디자인을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으로 치면 얼굴 성형을 한 셈인데, 얼굴이 달라진 것은 확실한데 더 예뻐졌는지는 사실 모르겠다.눈에 보이는 변화보다 내공이 높아진 느낌이다. 완성도가 제법 높아졌다. 변화는 2WD모델에 한정되고 4WD모델은 이전 엔진 그대로다.
단정한 인테리어 역시 큰 변화는 없다. 3 스포크 핸들, 7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와 센터페시아 하단부에 버튼들이 빽빽하게 배치됐다.파노라마 선루프, 보스 사운드 시스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헤드램프 에스코트 기능, 원 터치 트리플 턴 시그널, 인텔리전트 스마트카드 시스템, 조이스틱으로 조절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의 편의장비가 적용됐다.
눈길을 끄는 건 크루즈컨트롤 시스템과 스피드 리미터. 센터페시아 제일 아래쪽에 버튼을 만들어 놓았다. 이 버튼을 켠 뒤 핸들에 붙은 버튼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실내 수납공간은 많다. 센터콘솔, 대시보드 글러브 박스에는 구분된 별도 공간이 있다. 도어포켓도 넓고 센터 콘솔에는 카메라가 쏙 들어간다. 여기저기 손닿는데 마다 수납함을 이용할 수 있어 자잘한 소품들을 넣어둘 수 있다.
조개껍질처럼 열리는 테일 게이트는 이 차의 또 다른 매력이다. 테일 게이트를 완전히 열면 범퍼 위로 걸터 앉을 수 있는 데크가 마련된다.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때, 짐을 수납할 때 매우 편리한 요소다.
기존 150마력의 엔진출력이 173마력으로, 토크 역시 32.6kgm에서 36.7kgm로 개선됐다. 4WD 모델은 예전 그대로 150마력이다. 이전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향후 시간을 두고 개선된 엔진을 사용한다는 설명이다.르노삼성차는 신형 QM5에 저마찰 타이어를 적용했고 변속기의 마찰저항을 줄이는 한편 ESM(Energy Smart Management)를 도입해 연비를 끌어올렸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켰다. 첫 느낌이 좋다. 밀폐된 느낌이 강한 실내에서 듣는 엔진 소리는 “이제 디젤 엔진 맞나” 하는 의심이 들만큼 조용하고 안정적이다. 공회전에서 디젤답지 않은 정숙성을 보였다.엔진은 차가 달리는 중에도 정숙함을 잃지 않는다. 잘 만지고 다듬어서 만들어낸 소리다. 시끄럽지 않게 절제된 수준으로 주행 중에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브레이크 역시 평균 이상의 반응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 감각이 대단히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제동 반응도 정확했다. 부드럽지만 강한 제동력은 정확하게 작동한다.
173마력의 힘은 차의 크기에 적절한 수준이다. 2.0 dCi 엔진은 커먼레일에 피에조 인젝터 방식을 조합했다. 커먼레일의 분사압력은 1600바. 피에조 인젝터는 연료분사량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출력향상, 연비와 소음개선에 효과가 있다. QM5의 연비는 15.1km/L로 1등급 기준을 정확하게 만족시키고 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힘찬 가속을 시도했다.걸림 없이 시원하게 뻗어 나가며빗속을 시원하게 달렸다. 여유롭고 풍족한 힘은 아니지만 원하는 속도를 내는데 부족하지 않다.놀라운 것은 운전석에서 느끼는 힘의 질감이다. 거친 느낌이 없다. 부드럽고 추진력 있는 파워는 프리미엄 세단에 견줘도 될 정도다. 잘 밀폐된 실내, 그리고 튜닝 과정을 거쳐 숙성된 엔진과 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전체적인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
비가 잠깐 개인 틈을 타 직선로에서 고속주행을 시도했다. 시속 160km, 180km까지 속도를 높였지만 불안감은 덜하다. 윈드실드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엔진소리는 바람소리에 묻힌다. 노면 잡소리도 의외로 작다. 다만 뒤쪽 휠 하우스에서 튀는 소리가 간간이 제법 크게 들린다.시속 100km에 크루즈 컨트롤을 세팅하고 각 단에서의 rpm을 체크했다. D에서 1900, 4단3,200, 5단 2,300, 6단 1,900 rpm을 각각 마크한다. 무난하고 일반적인 수준이다. 변속은 쇼크를 느끼기 힘들만큼 부드럽게 이뤄진다. 계기판을 보고 있지 않으면 인식하기 힘들다.
안개가 진하게 깔린 대관령 옛길. 심한 경사와 굽이치는 길에 안개까지 짙게 깔려 운전하기에는 최악에 가까웠다. 길은 미끄럽고 시야는 제한 된데다 좌우 경사가 계속 이어지는 난코스. 그 길을 달리는 데 기대 이상의 코너링 성능을 보였다. 시승차는 앞바퀴가 구동하는 2륜구동이지만 ESC를 기본 장착하고 있어 코너에서의 불안감이 덜했다. 심한 코너에서 타이어가 미끄러질 조짐을 보이면 ESC가 개입해 엔진 출력을 낮추고 타이어의 밀림을 잡아준다. 사륜구동만큼의 안정감은 아니지만 ESC 덕분에 코너에서의 불안감은 크게 덜 수 있다. 전자식 자제제어장치인 ESC는 QM5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된다.시내 도로에서 과속방지턱을 넘는데 부드럽게 넘어가고 잔 진동도 없다. 승차감을 해치는 것은 쇼크보다 잔진동인데 턱을 넘고 난 후 잔 진동을 확실하게 잡아 불쾌한 흔들림을 없애준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이어가면 시속 30, 60, 100, 140km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2단이 70~80까지 커버하고 3단이면 100km/h를 훨씬 뛰어 넘는 경우가 많은 데 QM5는 낮은 속도 구간에서 빠른 변속 타이밍을 도입했다. 빠른 변속으로 연비와 효율적인 가속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변속 타이밍이 늦어지면 강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지만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연비는 나빠지고 엔진 소리만 커질 뿐 가속도 효과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QM5는 추진력을 잘 살리면서 연비 손해도 줄이는 변속비 설정을 시도했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의 짱짱한 음질은 수준 이상이다. 소리의 질감이 확실히 다르다. 빗속을 달리며 입체적으로 들리는 오디오 소리를 즐기는 맛도 색다르다. 소리가 좋다.
때마침 시작된 장마로 시승하는 동안 잠깐을 제외하고는 비와 함께 했다. 일반 세단이라면 악천후에 시승이 어울리지 않지만 QM5는 궂은 날씨가 나름대로 의미 있다. 험한 환경에서도 제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SUV 여서다. 험로에서도 탈 수 있는 차여야 한다면 비 오는 날시에서도 차의 기본 성능을 잃어서는 안된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우중 시승이다.
최저 지상고는 디젤 모델이 185mm로 가솔린 엔진 205mm보다 조금 낮다. 같은 차체지만 디젤엔진에 적용되는 DPF가 밑으로 쳐진 탓이다. 지상에서 DPF까지의 높이가 185mm라는 얘기다. 험로에선 불리한 조건이 된다.
신형 QM5이 판매가격은 2,300만원부터 최고 3,200만원에 이른다. 모델에 따라 20~30만 원 정도 가격이 올랐고 일부 모델은 그대로인 경우도 있다.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리는 현대기아차에 비하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QM5는 시장에서 폭넓은 경쟁을 해야 한다. 이 모델 하나로 싼타페, 쏘렌토, 투싼,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차의 SUV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 완성도 높은 수준으로 잘 만들어진 QM5 이지만 경쟁 모델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르노삼성은 30대 중후반의 남성, 30~40대의 여성을 QM5의 주요 타깃 고객군으로 겨냥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눈을 맞추고 있다. 높은 품질 수준을 확보했고 딱 좋은 크기의 QM5를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것. QM5 수요의 약 30% 정도를 여성들이 차지한다고 르노삼성측은 설명했다.내수시장에서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QM5는 르노그룹의 유일한 SUV다. QM5가 르노 꼴레오스로 해외 시장에서 팔리는 만큼 물 밖에서의 선전도 함께 기대해 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시트가 약점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가 높고 좁다. 시트 포지션을 최대한 낮춰도 높게 느껴진다. 덕분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시야를 즐길 수는 있지만 코너에서나 급제동할 때 상대적으로 큰 불안감을 피할 수 없다. 시트 포지션을 조금 더 낮추면 코너에서의 안정감은 훨씬 더 좋아지겠다.
핸들 아래에 붙어있는 오디오 조절 스위치도 어색하다. 왜 여기 이런 스위치를 만들었을까. 핸들을 조작할 때 거추장스럽고, 이 스위치를 조작하려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야 한다. 핸들에 가려 잘 안보이기 때문이다. 스위치를 핸들에 만들어 넣거나 아예 없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승 /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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