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차 값을 할인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단일가격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서다. 단일정가제란 전국의 모든 전시장 영업소가 같은 자동차 모델에대해 같은 가격을 받는 것으로 영업사원이나 영업소 차원의 할인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4일, 정가판매를 다짐하는 ‘프라미스 투게더’ 캠페인에 나섰다. 현대차의 모든 지점, 대리점에서 같은 가격에 차를 팔겠다는 것.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 아티움에서 김충호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 및 회사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가판매제 ‘프라미스 투게더’ 캠페인 시행을 다짐하는 선포식을 대대적으로 열었다. 직원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현대측은 설명했다.
르노삼성차는 삼성자동차 출범 당시부터 ‘원 프라이스’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를 정가에 팔고 할인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정책. 르노삼성차는 이 정책을 강하게 시행했고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2회 이상 할인판매가 적발되면 회사를 나가야할 정도로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한때는 한 차례만 적발되도 문제가 됐는데 완화 시킨 게 ‘투 스트라이크 아웃’이다.한국지엠 역시 단일 가격제 시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지엠의 김성기 국내영업 마케팅 본부장은“영업사원들의 할인판매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며 “제살 깎아먹는 할인판매를 없애고 정가에 팔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보다는 교육을 통해” 정가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김 본부장은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단일가격제도는 가격담합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판매망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 가격담합의 여지는 낮지만 현대기아차의 경우 직영 판매망과 함께 자영업자들의 전시장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이들에게 단일 가격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영업소를 빼고 단일가격제를 운영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쨌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가격 흥정을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회사의 감시와 징계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격을 할인해주려는 영업사원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에서는 가격 할인이 소비자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차를 사고 싶어한다. 결국은 그 사이에 낀 영업사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할인판매를 결정하는 것은 영업사원이기 때문이다. 징계 위험을 감수하고 수당의 일부를 포기하고 싸게 팔아 실적을 올리느냐, 아니면 정가판매를 고수하며 수입과 실적을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다.
자동차 할인판매를 둘러싼 소비자와 영업사원, 그리고 자동차 회사들의 두뇌 게임이 점점 깊이를 더하는 형국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