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첫 사고는 주차장에서였다. 후진 주차는 영 자신이 없던 초보 시절, 겨우 주차할만한 좁은 공간을 보고 에라 모르겠다하고 머리부터 들어 주차한 게 화근이었다. 주차는 잘 됐지만 문제는 차를 빼는 일이었다. 핸들을 아무리 돌려도 도대체 차 꽁무니가 뜻대로 움직여 주지를 않는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낑낑댔지만 결국 보기 좋게 옆 차 옆구리를 받아버리고 난 뒤에서야 차를 뺄 수가 있었다.
그 사건 이후 주차할 때에는 꼭 ‘빠져나갈 퇴로’를 확보했다. 차 앞쪽이 출구 방향이 되게 차를 세우는 것. 이를 위해서는 꽁무니부터 주차 공간에 넣는 후진주차가 필수적이다. 물론 공간이 충분하면 대충 편한 대로 주차하지만 좁은 곳에서는 반드시 나갈 때를 생각해서 주차한다. 머리부터 들이미는 게 아니라 엉덩이를 먼저 넣는 것이다.
가끔 딜레마에 빠지는 때가 있다. 화초를 보호한다며 화단 쪽으로 머리를 두고 주차할 것을 유도하는 경우다. 공간은 좁은 데 화단 쪽으로 차 머리를 두면 후진할 때 곤란해질 수 있다. 이럴 땐 과감히 화단 쪽으로 엉덩이를 갖다 댈 수밖에 없다. 차가 빠져나갈 퇴로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화단의 꽃들에 미안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차는 반드시 안전한 곳에 해야 한다. 자기 차에 주차위반 딱지가 붙어있는 꼴을 보면 눈에 불이 난다. 아예 견인차가 업어가 버리고 난 뒤에 자기 차가 없음을 확인할 때에는 왜 차를 거기 세웠나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일 뿐이다.
조금 비싸도 낯선 곳에서는 꼭 주차장에 차를 세울 것. 몇 천 원 주차비로 지불하는 것이 벌금과 견인비용으로 10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원칙을 비켜가려는 악마의 속삭임에 약한 게 사실이다. 유혹이 올 때마다 단호해 지자. 주차는 주차장에.
주차를 잘하는 요령은 연습에 있다. 운전학원에서 말하는 주차 요령은 이렇다. 일자 주차를 예로 들면 옆 차와 나란히 차를 세운다음 백미러 위치가 옆 차의 중간쯤 올 때까지 왼쪽(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다가 이후에는 감은 핸들을 풀면서 후진하면 된다. 배우는 입장에서는 이런 요령도 알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감각이다. 운전은 감각이다. 벽에 차가 서서히 가까이 가는 데 어느 정도나 더 갈 수 있나, 후진하는 데 옆 차 혹은 뒷 차에 부딪히지는 않는가.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감각이다. 경험이 쌓이면 어떤 환경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주차에 자신이 없으면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종이 박스를 쌓아놓고 연습하면 제일 좋다. 박스를 자동차라고 생각하고 박스와 박스 사이에 자신의 차를 세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연습할 때에는 후진 주차로 연습하는 게 좋다. 사이드 미러를 보며 후진하는 연습을 많이 하면 감각이 살아난다.
안전한 주차를 위해서 부지런히 핸들을 움직이며 앞뒤로 왕복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말아야 한다. 왔다 갔다 하기 힘들다고 한 번에 주차하려다가 사고 난다. 욕심 부리지 말고 여러 번 앞뒤로 왕복하면서 안전하게 차를 주차시키는 게 잘하는 주차다.
겨울철, 밤에 주차할 때에는 빛이 드는 쪽으로 앞창을 두면 좋다. 밤새 눈이 내리거나 성애가 꼈을 때 아침 햇살이 이를 녹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온이 떨어지거나 눈이 내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주차하고 난 뒤 앞창을 신문지로 덮어두면 좋다.
내리막길에 차를 주차할 때에는 바퀴를 길 가장자리 벽 쪽으로 돌려놓고 차를 세우는 게 요령이다. 브레이크가 풀리거나 뒤에서 차가 와서 받아도 차가 도로중앙으로 튕겨 나가거나 언덕 아래로 스스로 흘려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