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사기에 앞서 시승을 해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최소 천 만원에 가깝고 비싸면 몇 천 만원하는 차를 사면서 한 번도 타보지 않는 다는 건 문제다.
사려는 차가 정해졌다면, 혹은 한 두 대로 압축이 됐다면 근처 영업소를 통해 시승을 요청한다. 원하는 시승차가 없을 수도 있다. 이럴 땐 원하는 차를 탈 수 있도록 협조 해줄 것을 영업사원이나 영업소 측에 요청한다.
차를 타 볼 때에는 몇 가지 체크 포인트가 있다. 먼저, 디자인. 디자인은 자동차를 이루는 구성요소 중 가장 감성적인 부분이다. 남들이 지적하는 부분도 내가 보기엔 괜찮거나 혹은 아주 좋을 수도 있는 게 바로 디자인이다. 전체적인 인상, 균형, 컬러 이런 부분도 좋겠지만 마음을 비우고 차를 바라볼 때의 내 느낌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바라보면서 내 감정의 흐름을 느껴보면 좋을 것이다.
성능을 평할 때 소음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무조건 조용한 걸 최고로 치는 사람도 있지만 적당한 소음을 즐기는 다른 취향의 사람들도 있다. 차의 성격에 맞게 판단할 일이다. 스포츠 세단이라면 적당한 엔진소리는 오히려 매력일 수 있다.
바람이 차체를 가르는 소리는 고속에서 크게 들린다. 어느 정도 속도에서부터 이 소리가 도드라지는 지 살펴보면 재미있다.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차의 순발력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즉, 얼마나 빨리 속도를 높일 수 있느냐, 얼마나 빠르게 추월할 수 있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엔진의 힘과 기어비, 차량무게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나타나는 성능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에 나타나는 차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면 순발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같은 조건일 때 자동변속기보다는 수동변속기가 순발력이 있게 마련이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에는 차체의 움직임을 느껴본다. 턱과 부딪히는 순간, 타고 넘는 순간, 지난 뒤의 잔진동 등으로 구분해서 전해오는 충격을 살피면 차가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하는지, 혹은 충격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차의 성능은 운전자의 감성이 먼저 느낀다. 고속으로 달리면서도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덜한 차가 있는가하면 별로 빠르지도 않은 속도인데 아주 불안한 차도 있다. 이같은 느낌 차이는 특히 코너에서 극단적으로 갈라진다. 빠르면서도 크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차야말로 잘만들어진 좋은 차라 할 수 있다.
구석구석 차를 잘 살펴보는 것도 시승할 때 중요하다. 차를 세워놓고 안팎을 꼼꼼하게 살펴 보는 것. 철판과 철판 사이의 틈새는 균일한지, 차창과 지붕 혹은 대시보드가 만나는 접점은 마무리가 깔끔한지 등을 살펴보자. 틈새가 균일하지 않으면 바람이 차체를 가르는 소리가 심하게 들린다.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이음새가 뜨거나 망가질 우려가 크다.
차를 타보고 눈으로 꼼꼼하게 살피고 마음으로 차의 반응을 느껴보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시승이 될 수 있다. 시승을 제대로 하고 나면 그 차의 성격과 가치 등에 대해 스스로의 판단이 서게 된다. 차를 사야하는 입장이라면 사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한 판단도 자연스럽게 내리게 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