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차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살아 있다. 할아버지의 차를 기억하며 손자가 같은 브랜드를 선택하거나, 어느 해 카 레이싱에서 우승을 했던 역사를 가진 차의 최신형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들의 기억 속에 그 차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재규어도 그런 차 중 하나다. 거슬러 올라가면 88년 전인 1922년부터 재규어의 역사는 시작된다. 재규어라는 이름을 사용한 건 75년 전인 1945년부터다. 시간이 녹아있는 자동차라고해도 좋을 차다.

오랜 역사를 가진 차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의 중압감은 또 다를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굳건히 자리한 차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건 분명 백지 위에 새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XJ는 1968년 처음 나온 모델이다. XJ는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이라는 장르에서 선두에 서는 모델이다. 벤츠 S 클래스는 70년에, BMW 7 시리즈는 72년에 첫 데뷔를 했다.

재규어 XJ를 만났다. 제주에서다. 재규어의 플래그십카로 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이 차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쿠페의 모습을 한 헤드램프, 길게 흘러내리는 눈물방울을 형상화 했다는 옆모습, 역동적으로 달려 나가는 XJ의 궤적을 표현하는 리어 램프 등 재규어의 디자인은 구석구석 섬세한 손길이 닿아있다.

하지만 어색했다. 처음 국내 데뷔했던 5월에도 그랬듯이 여전히 재규어 올 뉴 XJ는 낯선 모습으로 다가온다. ‘연미복’으로 표현되는 재규어 특유의 모습이 사라져 버린 탓이다. 둥근 헤드램프와 굴곡진 보닛, 낮고 길게 뻗은 보디라인으로 특징되는 XJ의 디자인은 이제 과거의 모습이 되어 버렸다. 연미복을 벗은 낯선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 XJ인 것이다.

인테리어는 최첨단이다. 12.3 인치 가상 모니터가 계기판의 소임을 맡았고, 변속레버는 레버가 아닌 다이얼로 변화했다. XF를 출시하면서 변화된 부분이다. 재규어를 아끼고 사랑했던 이들은 아마 이 부분, 즉 변속레버를 마주하며 당황하게 마련이다. XF에서부터 알파벳 J를 닮은 게이트 방식의 변속레버는 재규어의 상징이었는데 사라져 버린 것. 원형 헤드램프의 실종과 함께 변속레버의 변화는 ‘도대체 이 차가 재규어 맞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앞서 말했든 오랜 역사와 그 시간을 공유하며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이미지는 때로 이처럼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새 모델로 새 출발을 하려는 시간에 자꾸 옛날 얘기를 하게 돼서다.

차창은 좁은 편이다. 숄더 라인도 높은 편이고 룸미러를 통해 보이는 뒷 시야도 그리 넓지 않다. 물론 운전하는 데 필요한 시야는 확보했다. 확 트인 개방감보다 차에 파묻히는 포근함을 택한 디자인이다.

재규어 3.0 D SWB, 5.0 프리미엄 럭셔리 LWB, 5.0 수퍼차저 SWB를 차례로 탔다. 짧은 시간에 3대의 차를 교대로 타며 그룹 주행을 해야 하는 만큼 마음껏 차를 느끼고, 테스트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낮에 시작해서 야간 주행까지, 화창한 날씨는 물론 비와 바람, 안개를 모두 겪을 수 있었고, 시내와 고속화도로 등 매우 다양한 조건의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실내는 차분했다. 스마트폰의 소음측정 앱을 이용해 실내 소음을 체크했다. 3.0 D 모델을 기준으로 가장 조용할 때에는 50 dB까지도 떨어졌다. 시동을 거는 순간에는 79dB, 아이들 시에는 70dB을 유지했다.

V6 터보 디젤을 적용한 3.0 D 엔진의 출력은 275마력, 최대토크는 2,000 rpm에서 최대 61.2kgm에 이른다. 3.0 D의 토크는 5.0 가솔린 엔진 보다도 세다. 실제 주행하는 동안 3.0 D는 5.0 프리미엄 럭셔리 모델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터지는 가속감은 전혀 뒤지 않는다.

5.0 프리미엄 럭셔리는 부드러움과 폭발적인 파워를 함께 가졌다. 여유 있는 힘을 바탕으로 살짝 가속페달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몸이 시트로 파묻힌다.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63.8kgm를 자랑하는 5.0 수퍼차저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제로백 4.9초의 성능을 보면 수퍼카 기준을 충족시키는 최고의 재규어다.

가속과 감속, 그리고 브레이킹을 할 때 보디의 안정감은 최고수준이다. 노즈 다이브 같은 차의 롤링, 피칭이 매우 적극적으로 컨트롤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흔들림이 적다. 차 앞부분이 콱 처박혀야 할 정도로 거칠게 브레이킹을 해도 재규어 XJ는 보란 듯이 코를 쳐들고 여유 있게 달렸다. 과속방지턱을 달리는 속도 그대로 치고 나가도 탑승객에 전해지는 충격과 흔들림이 적다.

이 같은 안정감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여유 있게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고속주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차의 오디오는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다. 최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바우어스 & 윌킨스가 만드는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최고출력 1200와트에 4개의 우퍼를 포함 모두 20개의 스피커를 장착했다. 소리가 안 좋을 수 없다. 마치 코앞에서 연주하듯, 얼굴을 마주하고 부르는 노래를 듣는 듯 한 소리다. 대충 듣는 MP3에 익숙한 필자의 막귀에도 소리의 질감이 다르고 푹 빠져들게 하는 소리를 뱉어낸다.

놀라운 것은 철판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할 만큼 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재규어가 오디오 시스템에는 아낌없이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선택기준은 때로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선택들을 한다. 오디오를 줄이면 훨씬 더 고성능을 이룰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과감히 최고의 오디오를 택해 약간의 성능을 희생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선택을 소비자들이 만족해 한다는 것.

고성능을 추구하는 재규어의 특성은 차의 구석구석에 반영돼 있다.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변속이 가능한 것은 재미있는 운전을 위한 배려다. 수동 모드를 이용해도 rpm이 레드 존에 이르면 강제변속이 일어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운전자의 의지로 차를 컨트롤 할 수도 있다. 변속레버를 S로 하고, 다이내믹 모드를 택한 뒤 수동 변속, 혹은 패들 시프트로 변속을 하면 강제 변속이 일어나지 않는다. 끝까지 변속을 거부하며 강하게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높은 rpm을 유지하며 달리다보면 빨려 들어가는 듯 한 묘한 느낌을 맛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거칠지만 집중할 수 있는 주행을 선호한다.

판매가격은 1억 2,990만원부터 2억840만원까지다. 비싸다. 하지만 타박할 수 없다. 재규어가, 그것도 XJ가 너무 싸면 그것도 매력 없는 일이다. 아무나 탈 수 없는 차로 자리매김하는 게 재규어 XJ에는 어울린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쇼트 휠베이스 모델의 뒷공간이 아쉽다. 좁아서다. 쇼트 휠베이스라고는 하지만 길이가 5,122mm에 달하는 긴 차다. 하지만 뒷좌석에 직접 앉아 보면 넓다는 느낌은 없다. 특히 머리 윗공간이 좁아 심리적 압박감이 생긴다. 센터 터널도 무척 높게 솟아올라 뒷좌석에 3명이 앉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취향의 문제이지만 첨단 디자인보다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재규어에는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둥근 램프와 게이트 방식의 변속레버에 대한 향수가 너무 크다.

 

3.0D Premium Luxury (SWB)

3.0D Premium Luxury (LWB)

5.0P Premium Luxury (LWB)

5.0P

5.0SC

5.0SC

Portfolio

Supersport

Supersport

(LWB)

(SWB)

(LWB)

장(mm)

5,122

5,247

5,122

5,247

폭(mm)

1,894

고(mm)

1,448

축거(mm)

3,032

3,157

3,032

3,157

윤거

전(mm)

1,626

후(mm)

1,604

승차인원(명)

5

공차중량(kg)

1,910

1,940

1,900

1,995

TBD

TBD

형식

V6 Turbo Diesel

V6 Turbo Diesel

V8 DOHC

V8 DOHC S/C

기통수/

6/2,993

8/5,000

총배기량(cc)

최대 출력

275/4,000

385/6,500

510/6,000-6,500

(bhp/rpm)

최대 토크

61.2/2,000

52.6/3,500

63.8/2,500-5,500

(kg.m/rpm)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식

연료탱크용량

82

(리터)

형식

자동 6단

구동방식

FR

서스펜션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더블 위시본

스티어링 형식

파워랙&피니언식

브레이크

전륜

V. Disk

후륜

V. Disk

타이어규격

245/45R 19

245/40R 20

275/40R 19

275/35R 20

연비 (km/l)

12.7

7.6

연비 등급

3

5

CO2 배출량 (g/km)

212

309

안전최고속도(km/h)

250

0-100km/h 가속시간(sec)

6.4

5.7

4.9

가격(만원)

1,2990

1,3640

1,5240

1,5940

2,0240

2,0840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