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바쁘게 2011년형 모델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가 쏘나타 2011년형이다. 6세대 쏘나타가 첫 모습을 선보인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다시 이어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모델 체인지는 이제 연중행사가 됐다. 수시로 시시때때로 필요에 의해서 변화된 모습을 선보인다.
현대차의 심기는 사실 요즘 편치가 않다. 기아차가 K5를 앞세워 승승장구 치고 올라오고 있고 수입차는 거꾸로 가격을 낮추며 현대차의 고급차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낄만한 상황이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현대차의 긴장감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적당한 긴장은 사실 필요한 요소다. 현대차에서 그동안 부족했던 요소일지 모른다. 85년 처음 시장에 나와 25년간을 한결같은 이름으로 만들었고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로 자리를 잡은 지도 오래됐다.
2011년형 모델의 가장 큰 변화는 조용해졌다는 것, 그리고 건강과 안전에도 신경 많이 썼다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쏘나타 2011년형의 앞 유리창은 더 두꺼워졌다. 엔진음과 부밍음의 실내 유입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앞뒤의 휠 가드에도 흡음재를 추가했고 플로어 카펫 설계를 변경해 실내로 들어오는 노이즈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중형세단에서 제법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는 르노삼성의 SM5 만큼 조용한 실내를 만들었다고 한다. 현대 측 데이터를 보면 아이들 소음과 플로어 진동, 고주파 로드 노이즈는 쏘나타가 우세하고 가속시 엔진 투과음과 부밍음, 저주파 로드노이즈는 SM5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형 쏘나타의 또 다른 특징은 건강하다는 것이다. A 필러를 구성하는 필러 트림에 항균 소재를 적용했다. 어시스트 핸들에도 마찬가지. 이들 부분에 은과 아연이 포함된 제올라이트 항균제를 첨가해 세균을 제거하는 효과를 낸다. 손이 닿는 부분에 항균처리를 해서 훨씬 건강한 자동차를 만든 셈이다.
헤드레스트는 컴포트 헤드레스트로 교체했다. 훨씬 부드러운 탄성 패드를 사용해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가 머리를 편안하게 기댈 수 있다. 게다가 슬로 리커버리 기능을 적용해 충격 흡수효과가 크다. 편안하고 안전한 헤드레스트로 변한 것이다. 헬스 케어 내장재와 컴포트 헤드레스트는 쏘나타에만 적용됐고 K5를 포함한 다른 중형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한 여름에 마음에 들 만한 요소는 통풍 시트다. 전동 팬을 내장해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 엉덩이와 등에 땀이 차지 않게 해준다. 여름에 운전할 때에는 가장 좋은 아이템이 아닌가 생각된다. 수입 럭셔리 대형세단에도 통풍시트는 없는 경우가 많은 데 국산 중형 세단에 이 같은 아이템을 적용한 것은 놀랍다.
액티브 에코 시스템도 적용돼 연비가 더 좋아졌다. 기존 12.8km/L였던 쏘나타 2.0 6단 변속기 차종의 연비가 13.0km/L로 좋아졌다. 단순히 주행 상태를 안내하는 기능에 더해 액티브 에코 시스템은 능동적으로 엔진을 제어해 효율을 높여준다.
쏘나타는 작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휠베이스다. 실내 공간과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수치여서다. SM5와 비교할 때 쏘나타는 길이가 65mm나 짧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35mm가 길다. 실내 공간 효율성은 SM5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바퀴 굴림이라 뒷바퀴로 힘을 전하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필요 없다. 결국 실내에 센터 터널이 없어서 뒷좌석 바닥이 평평해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저스트 파워다. 165마력의 힘은 1,415kg의 무게를 가진 쏘나타를 얌전하게 끌고 간다. 거칠지 않다. 시속 100km에서 알피엠은 2000이다. 적절한 수준. 6단 변속기는 무리 없이 동력을 받아들이고 바퀴로 내보낸다. 가벼운 핸들은 여성 운전자들이 좋아할 요소다. 처음 차를 받고 주차장을 나오는 핸들이 가벼워 차체의 움직임은 물론 운전자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핸들은 3.3 회전을 해야 완전히 감긴다. 3회전을 기준으로 넘어가면 부드럽고 여유 있는 조향감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3회전이 안되면 날카롭고 스포티한 조향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쏘나타는 부드럽고 가벼운 조향감이다. 엔진 소리도 거기에 맞췄다. 공기를 빨아들이고 배기파이브로 내뱉는 소리가 좁고 가볍다. 여성적이다.
거칠게 다루면 싫어했다. 가속페달을 꾹하고 끝까지 밟으면 엉덩이를 뒤로 빼며 앙탈을 부린다. 제대로 움직이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부드럽게 달래며 다루는 게 낫다. 어깨에 잔뜩 힘주고 부릅뜬 눈으로 “오빠 믿지?” 하며 손목 낚아 채봐야 여자는 제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살살 달래가며, 듣기 좋은 소리도 해서 마음을 열고 긴장을 풀게 해야 비로소 수줍은 듯 아닌 듯 발걸음을 뗀다. 쏘나타를 다룰 때에는 이처럼 부드럽게 살살 꼬여야 한다. 그렇게 첫발을 뗀 뒤 어느 정도 속도를 올린 뒤에는 조금 거칠어도 상관없다. 스포츠 세단처럼 팡팡 터지는 힘과 리얼타임 반응이야 기대하기 힘들지만 필요한 만큼의 힘과 속도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쏘나타 2.0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 많은 차다. 부드러운 반응, 여성적인 외모, 편안한 승차감 등이 이 차의 성격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강한 개성을 내세우기 보다 무난한 가운데 중용의 미덕을 지켜야 하는 게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 세단의 숙명이다.
점점 쏘나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K5나 SM5 등 경쟁자들이 치열하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2011년형이 단박에 이를 반전시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쏘나타가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던 중형차 시장은 이제 훨씬 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현대차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현대차가 예전과 달리 시장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에서 긴장감을 읽는다. 기자의 눈에는 실로 오랜만에 보는 현대차의 긴장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선루프 가림막만을 열려면 버튼을 누른 뒤 기다렸다가 가림막이 다 걷히면 다시 버튼을 눌러야 한다. 번거롭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가림막이 걷히고 다시 한 차례 누르면 선루프가 열리는 식이면 좋겠다. 선루프 유리와 가림막을 효율적으로 여닫을 수 있으면 좋겠다. 변속기 레버 위치와 글씨로 표시된 부분이 일치하지 않아 헷갈린다. R에 넣으면 P에 간 것 같고 D에 넣으면 N인 것 같아 보인다. 물론 해당 레인지에 램프가 켜지며 밝게 보이지만 언뜻언뜻 볼 때마다 변속기 위치가 헷갈린다. 조정이 필요하다.
사진 / 이승용www.cameraey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