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가 돌아왔습니다. 삼성전자 회장 자리에 컴백했습니다. 오비이락인가요. 이 회장의 복귀와 더불어 삼성이 자동차 엔지니어들을 뽑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자동차 엔지니어, 바이오 연구원, 특허 전문가…삼성전자는 요즘 경력사원 ‘블랙홀’”이라는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로도 스카우트를 확대하고 있다는군요. 삼성은 심지어 현대기아차 출신들을 뽑아달라고 헤드헌팅 회사에 요청했다고 이 기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4년 이상 경력자 100명 정도를 뽑는다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삼성이 전기차 사업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삼성 SDI가 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들고 있어 자동차 메이커 출신들을 확보한 뒤 전기차 사업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삼성 SDI는 보쉬와 합작해 ‘SB 리모티브’라는 배터리 업체를 만들었지요. 이 회사는 BMW 차세대 자동차의 배터리 공급업체입니다. 휴대폰 노트북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자동차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톱 브랜드로 명성이 자자한 BMW에 전기차의 가장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을 확보했다면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전기차의 핵심 기술인 배터리 기술을 확보한만큼 나머지 부분의 문제들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진짜로 삼성이 전기차 사업에 나설 것인가 입니다. 자동차 사업에서 쓴 잔을 한 차례 마셨던 삼성이 다시 전기차를 앞세워 자동차 사업에 나선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르노삼성’이 삼성 브랜드로 차를 만들어 팔고 있는 마당에 삼성이 따로 전기차를 만들기가 타당한 것인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아직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립니다. 하지만 삼성생명 상장 등으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삼성의 자동차 사업 재진출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엔진 자동차가 아닌 전기차라고 해도 삼성이 만든다면 매우 큰 반향을 불러올 것입니다. 전기차 대중화가 생각보다 일찍 다가올 수 있고,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한 전통적 자동차 산업 구조를 흔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핸드폰과 반도체로 호시절을 구가하는 삼성입니다만 “지금이 최대 위기다”라는 말로 돌아온 이 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입니다. 그런 이 회장에게 전기차 만큼 매력적인 아이템도 없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아니라는 게 삼성측의 답변입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엔지니어들을 뽑아오는 것은 다른 필요에 의한 것이지 자동차나 전기차 사업 때문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이 자동차 관련 인력들을 왜 뽑아가는지. 그 사람들을 어디에 쓰려는지는 두고보면 알겠지요.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이때라면 뭔가 큰 그림을 그리기에 좋은 시점이 아닌가하는 생각은 듭니다. 앞으로 삼성의 행보를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