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테스트 후 차량별 수리비를 산정한 보험개발원의 최근 발표는 자칫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충돌테스트 결과 발표로 언급되는 수리비가 저렴한 차가 ‘좋은 차’ 혹은 ‘안전한 차’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어서다. ‘충돌테스트는 안전을 위한 실험’이라는 인식이 이같은 오해를 일으키게 만든다.

하지만 아니다. 보험개발원의 이번 충돌테스트는 자동차의 수리비에 초점을 맞춘 실험이다. 충돌사고가 났을 때 비용 지출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를 계측하고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의 자료에 충돌테스트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안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이유다.보험개발원의 충돌테스트는 그 결과에 따라 소비자들이 차 수리비가 저렴한 차를 많이 구입하면 보험 수리비가 적게 지출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보험 수리비가 적게 지출되면 소비자도 어느 정도 이익이지만 보험회사들이 큰 이익을 보게 된다.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한 테스트인 것이다. 이번 충돌테스트를 진행한 보험개발원은 보험회사들이 공동출자해서 만든 기관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보험개발원의 이번 충돌테스트 결과를 좀 더 현명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리비가 조금 더 들어도 안전한 차를 선택하는 게 현명한 태도다. 보험료 몇푼 아끼는 것 보다는 약간의 비용이 더 지출되더라도 ‘안전한 차’를 선택하는 게 맞다는 것. 결국 보험개발원의 이번 연구결과는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신경 쓰지않아도 된다.

안전과 관련한 충돌테스트 결과는 국토부 산하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를 찾으면 된다. 이 곳에서는 해마다 주요차종에 대한 충돌테스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2009년도 10개 신차에 대한 충돌테스트 결과를 자세하게 발표했다. 이를 참고하면 안전한 차를 고르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리비가 비싸다고 안전한 차는 아니다. 수리비가 싸다고 덜 안전한 차라고 할 수도 없다. 수리비가 적게들면서 안전한 차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라세티 프리미어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이 차는 국토부에서 시행한 충돌테스트에서 모든 부분에서 별 다섯을 받았고 보험개발원 테스트에서는 경쟁 차종들에 비해 절반 이하의 수리비가 드는 것으로 나왔다.

보험개발원은 이왕 충돌테스트를 하는 거라면 안전에 관한 데이터도 함께 발표해야 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그렇게 한다. 해마다 부문별 최고 안전한 차를 선정해 시상도 한다. 올해 기아차 쏘울이 그 상을 받았다. 그렇게 하면 안전하면서도 수리비가 싼 차를 택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일까. 사람들이 안전한 차를 택하다보면 자신들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보험업계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의 안전’보다 ‘내가 지불해야할 수리비’인 것 같다.

다음은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국산 승용차량 모델별 수리비 평가결과’라는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 최근 5년간 출시된 주요 신차 17대에 대해 시속 15km의 저속충돌 시험결과 각 차의 손상성과 수리성을 평가한 결과를 요약 정리한 자료다. 이에 다르면 소형급에서는 신형 SM3의 수리비가 268만원으로 라세티 프리미어의 수리비 117만원보다 2.3배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중형급에서는 NF 쏘나타가 212만원, 뉴 SM5가 281만원으로 1.3배의 차이를 보인다. SUV에서는 윈스톰 맥스가 268만원, 투싼 ix 364만원으로 1.4배의 차이가 난다.

수리비가 가장 비싼 차는 에쿠스로 393만원이었고 가장 싼 차는 91만원이었다. 아반떼, 포르테, 신형 ,SM3 등 소형차군은 중형차인 NF 쏘나타, 로체 이노베이션보다 수리비가 더 비싸게 나왔다. 대체적으로 지엠대우 차들이 수리비가 저렴했고 르노삼성차들은 비싼 것으로 보험개발원은 정리했다. 충돌테스트를 마친 뉴 SM3. 사진제공 보험개발원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