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어맨 W가 새롭게 변했다. 2010년형 모델이다. 지난 여름 극심한 홍역을 치른 쌍용차다. 야윈 몸을 추스르며 다시 시장에 새 제품을 내놨다. 상품성과 완성도를 한층 더 높게 만들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본격 시승에 앞서 체어맨 W에 대한 쌍용차의 설명중 요점만 추려보자. 새 트림으로 ‘럭셔리 그레이 에디션’이 추가됐다. 가죽시트와 도어 트림, 우드 그레인을 최고급 수준으로 하고 스웨이드 트림을 적용한 모델이다. 승용형 풀타임 사륜구동방식인 4TRONIC을 별도 트림으로 구성한 점도 눈에 뜨인다.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에는 리바운드 코일 스프링을 적용했다. 19인치 스퍼터링 휠과 19인치 하이퍼 실버휠도 새로 추가됐고 룸미러 장착형 하이패스 시스템, 전동식 파워도어 시스템 기본 적용 등이2010년형 모델에 적용된 변화다.

시승차는 CW 700 럭셔리 그레이 에디션이다. 스마트키를 몸에 지니고만 있으면 굳이 차를 여는 동작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잠겨있는 차에 손을 갖다대고 문을 열면 된다. 간혹 문을 잠갔는데 확인해보면 열린다고 고장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크다. 길이가 5.1m를 넘긴다. 폭은 1895mm로 1.9m에 육박한다. 대형 세단으로서의 품위있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덩치다. 당당한 모습이다. 대형세단의 전형을 보여주는 비례와 디자인이다. 유난히 각이 지지도, 그렇다고 심하게 둥글둥글하지도 않은 디자인이다. 절제다. 과한 선, 부담스럽게 볼륨감을 강조하는 디자인 과잉이 아니다. 부드럽고 안점감이 있고, 무엇보다 섬세하다. 고급 신사복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다. 헤드램프와 그릴 등에서 언듯 벤츠의 이미지가 묻어 있기도 하지만 체어맨의 정체성은 확실하게 살아있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쇼퍼트리븐 카의 오너석인 2열 우측 좌석도 충분한 공간을 가졌다. 원한다면 조수석 시트 등받이를 세우고 더 앞으로 보내서 훨씬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인테리어는 최상급이다. 밝은 색 가죽이 마음에 든다. 짙은 색 가죽이 주는 무거운 느낌의 실내가 아니다. 그레이 계열의 밝은 색 가죽으로 시트를 만들어 화사한 실내를 연출한다. 짙은 색 가죽이 만드는 실내가 무겁고 권위적인 아버지의 서재 같은 분위기라면 이 차의 인테리어는 그보다 훨씬 밝고 편한 귀부인의 응접실같다. 밝은 컬러라 더러움과 때가 쉽게 드러나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조금 부지런히 차를 관리하고 밝은 분위기에 앉아 있는 게 정신 건강에는 훨씬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운전석에 앉으면 앞 창이 가깝게 다가온다. 룸미러도 가깝게 자리했다. 운전하는 동안 멀리 보다가 룸미러로 시선을 움직이면 거울이 가까워 부자연스럽다. A 필러를 조금 더 눕게하면 공기저항 면에서도 유리하고 앞창과의 거리를 조금 더 멀리 할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볍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움직임이 가볍고 경쾌하다. 테크노 댄스를 멋지게 추는 최홍만처럼 5미터 넘는 덩치가 스르르 미끄러지듯 가볍게 주차장을 빠져 나온다. 가벼움은 스티어링 휠을 통해 먼저 느껴진다. 연약한 (, 혹은 그런 것 처럼 가장하는 가증스러운) 여인네들이 핸들을 잡아도 전혀 부담이 없을 정도다.

가벼움은 초반 가속으로도 이어진다. 구름 위를 날아가듯 가볍고 경쾌한 발놀림은 꽤 높은 속도에 이르기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고속주행에서는 묵직함이 드러난다. 핸들고 그렇고 차의 반응도 그렇다. 특히 가속반응이 더뎌지는 것은 속도를 높일수록 드러난다. 그래프를 그려보면 그 기울기가 초반에 비해 확연히 차이난다. (*그래프 참조)

속도(km/h)

시간(초)

거리

0.00

0

0.00

10.00

0.48

0.76

20.00

1.05

3.21

30.00

1.77

8.22

40.00

2.47

15.00

50.00

3.28

25.14

60.00

4.13

38.17

70.00

5.07

55.17

80.00

6.22

79.28

90.00

7.57

111.12

100.00

8.98

148.33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한 0-100km/h 타임은 약 9.0초, 0-195km/h는 35.7초를 기록했다.(계기판을 이용해 0-200km/h를 측정했지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계기판의 200km/h가 실제로는 약 195km정로도 오차가 생겼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700 수준으로 아주 얌전한 편이다. 굳이 엔진 회전수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듯, 조용조용 움직인다. 수동 모드로 옮기고 속도를 시속 100km로 고정하면 3단에서 4300rpm, 4단에서 3000rpm, 5단에서 2400rpm, 6단에서 2000rpm, 7단에서 1700rpm을 각각 마크한다. 일반적으로 시속 100km에서 2000rpm 정도를 유지하는데 7단 변속기를 채택해 이를 300rpm 더 낮춘 셈이다. 그만큼 효율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용하다. 실내에서 느끼는 정숙성은 렉서스 LS에 견줄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방음재와 차음재를 아끼지 않고 사용한 덕이다.

수동모드로 옮겨 가속을 시도했다. 55km/h에서 2단으로, 95km/h에서 3단으로, 다시 14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된다. 5단 변속은 190km에서 일어난다. 변속감은 부드럽다. 변속 쇼크라고 몸이 느낄 만큼의 충격은 없다. 알피엠이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 정도로 변속 순간을 가늠할 수 있다.

시속 180km 즈음에 이르면 차가 고속모드로 변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차의 높이가 조금 더 낮아지고 서스펜션 등의 세팅이 좀 더 강해지면서 차가 고속주행 상황에 맞추는 것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변속을 위한 버튼이 좌우에 하나씩 있다. 왼쪽은 다운 시프트, 오른쪽은 업 시프트를 위한 버튼이다. 버튼식 패들시프트다. 하지만 패들 시프트는 변속레버를 수동(스포츠) 모드로 옮겨야 작동한다. 그냥 달리는 중에 D 모드인 채로 수동변속을 시도해도 작동하지 않는다.

변속레버에는 레버를 쥔 채 엄지 손가락을 이용해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레버 전체를 움직이는 큰 동작 대신, 엄지 손가락만을 이용해서 조용히, 티나지 않게 수동 변속을 즐길 수 있다. 7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게 엔진의 힘을 컨트롤한다. 넘침이 없게, 그리고 모자람도 없게 250마력 35.0kgm의 힘을 다루는 변속기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매유 유익할 뿐 아니라 작동하기도 쉽고 편하다. 레이저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를 정해진 거리로 유지하고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다른 차가 끼어들어 안전거리가 좁아지면 스스로 차의 속도를 줄여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적극적 안전 기술이다. 재미있을 뿐 아니라 안전에 큰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결국 도로 및 주변을 달리는 다른 차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충돌을 회피하는 안전기술로 발전돼 나갈 것이다.

승차감은 최고급 승용차 답게 최고 수준이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체를 안정감있게 유지해주는 한편 승객이 느끼는 푹신한 안락감은 다른 수입 최고급 세단에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CEO 들이 많이 탄다는 체어맨이다. 회사의 경영자, 고위 관료, 정치인, 지도급 인사, 저명 인사들이 많이 타는 차인만큼 수준에 어울리는 고급감과 승차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안정감있게, 그리고 확실하게 작동한다. 브레이크 초기 반응은 부드럽다. 하지만 밀리지는 않는다. 운전자의 의도에 맞게 정확하게 멈춘다. 오토 브레이크 기능은 도심에서 특히 유용한 장치다. 브레이크를 지긋히 밟으면 주차 브레이크가 함께 작동하는 것. 이 상태에서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시속 95km에서 급제동을 했다. 제동시간은 약 3.2초, 제동거리는 38.8m였다. 2톤이 넘는 거구가 정지하는 거리임을 봤을 때 매우 신뢰할 수 있는 브레이크 성능이다.

어떤 면에서 뒷좌석은 이 차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쌍용차가 VVIP 스페이스라고 말하는 공간이다. 후륜구동이라 센터터널이 높이 솟아서 좌우를 분명하게 가르고 있다. 굳이 세명이 뒤에 타는 경우가 아니면 센터터널이 불편하다고 느낄 일은 없겠다. 뒷좌석을 위한 별도의 모니터가 있고 시트는 틸팅이 가능하고 마사지 기능도 있다. 이동중에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체어맨 W는 3.2 엔진의 CW 600, 3.6 엔진의 CW700, 그리고 5.0 엔진의 V8 5000 등으로 트림이 구성됐다. 여기에 4 트로닉이 더해져 모델 라인업을 다양화 한다. 판매가격은 5215만원부터 1억290만원까지다. 고급 세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부분들을 거의 대부분 소화해낼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보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떤다. 변속레버 D에서 브레이크를 깊게 밟아 오토 브레이크를 작동시킨 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변속레버와 비어있는 조수석 시트가 가늘게 바르르 떤다. 쌍용차의 힘겨운 현실을 서러워하듯 가늘게 떠는 모습이 짠한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패들 시프트 버튼이 있음에도 변속레버가 반드시 수동모드에 있어야만 작동하는 게 아쉽다. 어떤 상태에서도 패들 시프트 버튼을 누르면 바로수동 변속을 할 수 있어야 좋을 듯 하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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