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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의 신차발표회장은 현대기아차가 늘 그랬던 것처럼 ‘무대 앞에 소파’가 등장했더군요. 수 차례 언급했듯이 ‘소파에 앉아서 관람하는 신차발표회’는 세계에서 현대기아차가 유일합니다. 무대가 있고 그 앞에 약 100개의 소파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 자리마다 이름표가 붙어있었습니다. 개회가 임박해서는 소파를 들어 헐레벌떡 나르는 상황도 보이더군요. 누군가 중요한 사람의 자리를 빼먹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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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이 같은 형식의 발표회가 정몽구 회장의 개인적 취향인줄 알았습니다. 연세도 있으시고, 어쨌거나 현대기아차에서는 왕이나 다름없으니 이같은 권위적인 연출을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에게 전해듣기로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이날 발표회에 정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기아자동차의 정성은 부회장이 회사를 대표해 외빈들을 맞았습니다. 정회장이 참석하지도 않는데 이런 형태의 발표회를 했다는 데서 저는 또 한번의 절망을 느꼈습니다. 정 회장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이날 참석했던 한 동료기자는 ‘창피하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랬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커의 신차발표회장이 이처럼 권위적이고 관료적이라는 게 안타깝고 창피했습니다.
호스트인 정 부회장의 옆에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앉아 있었습니다. 국가 브랜드 위원회 어윤대 위원장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 두 분은 직접 무대 위에 올라가 축하한다는 ‘한 말씀’ 도 했습니다. 물론 두 사람 이외에도 몇 사람이 더 축사를 했습니다.
이 두 분이 왜 K7 발표회장에 왔는지, 또 무대 위에 올라가 축사까지 해야 했는지는 사실 이해하기 힘듭니다. 기아차는 이 두 사람을 왜 불렀을까요.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K7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정권의 핵심 실세들에게 잘보이려고 부른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그러고 보니 이날 노조 관계자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하비, 쏘렌토R 등을 발표할 때 노조 위원장이 나서서 “품질을 책임질테니 많이 사달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했었는데요. K7 발표회장에는 노조 관계자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보이지 않더군요.
기아차가 원했던 것은 ‘정권의 실세를 모셔놓고 소파에 앉아서 편안하게 관람하는 신차발표회’였던 같습니다. 그렇다면 성공한 발표회겠지요. 권력의 핵심 관계자와 기업의 최고위 관계자가 소파에 몸을 기대고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은 괜찮은 그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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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