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시장이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국산차 기준으로 보면 한국에서는 올해가 하이브리드 원년이다. 이제야 비로소 일반인들이 국산 하이브리드를 탈 수 있게 돼서다. 하지만 올해나온 준중형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간보기용’이다.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는 모두 LPG 엔진을 기본으로 만들어 해외에선 타기 힘든 내수용이기 때문이다. 출시하자마자 일부에서는 곧 단종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하이브리드카의 강자는 역시 일본차들이다.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하이브리드카를 양산판매해온 토요타와 혼다가 하이브리드 시장을 리드하고 있고 일부 미국 브랜드가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하이브리드카 만들기의 정상에 서 있는 토요타, 그중에서도 렉서스가 만든 하이브리드 SUV RX 450h를 탔다.

겉모습은 RX 350과 다르지 않다. 앞뒤에 자리한 앰블렘의 바탕색이 투명한 파랑색이라는 점, 모델명에 h가 붙어 있다는 점, 뒷도어 아래에 표기된 하이브리드라는 영문, 그 정도가 다르다.

차분한 모습. SUV라고는 SUV에 어울리는 야성이나, 거친 맛을 찾기 힘들다. 세단을 키워놓은 것처럼 얌전한 자태다. 같은 모습인 RX 350을 시승할 때에도 이런 얘기를 했었다. “토요타는 이 차를 ‘크로스오버 세단’이라는 표현으로 소개했다. 이 말이 바로 이 차의 지향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높은 차체만 빼면, 즉 차의 아랫 부분만 가리고 보면 세단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SUV 답지 않은 모습이다.” RX 450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이 차에는 3.5 리터 엔진이 올라갔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져 최고출력 299마력의 힘을 낸다. 3.5 엔진을 올렸으면서도 350h가 아닌 450h라고 이름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4.5리터급 엔진만큼의 힘을 낸다는 뜻에서 450h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같은 의미로 3.3 리터 엔진을 얹은 하이브리드 모델 RX 400h 모델도 있다.

마우스 처럼 생긴 리모트 터치가 있다. ‘햅틱’ 방식의 리모트 터치로 마우스 같은 기능을 한다. 비대칭으로 처리한 센터 페시아 역시 RX 350 그대로다. 모니터를 중심으로 한 윗부분은 디스플레이존, 그 아랫부분은 오퍼레이션 존으로 구분된다. 그냥 보기 좋으라고 위 아래를 나눈 것 같지만 따져보면 기능적으로 분류를 해놓은 숨은 뜻이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유용하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목적지를 정해놓으면 앞창에 가야할 방향이 안내된다. 운전자의 시선 처리가 수평이동으로 충분하다. 위 아래로 시선을 훑을 일은 거의 없다.

사이드 뷰 카메라도 있다. 변속레버를 후진하고 핸들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에 우측 아랫 부분을 보여준다. 후진할 때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한 곳을 카메라로 비춰주는 것이다. 편하다. 편하기는 한데 후진할 때 봐야 할 곳이 한 군데 더 늘어 번잡스럽기도 하다. 좌우측 사이드 미러, 룸미러,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후진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카에는 엔진회전수를 보여주는 타코미터가 없다. rpm을 보여주는 대신 에너지 상태를 보여주는 계기판이 자리했다. 블루존에서는 충전이 이뤄지고 그린 존에서는 경제 운전이 이뤄지는 구간이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파워풀한 주행이 이뤄지는 화이트존으로 옮겨간다.

뉴RX450h는 렉서스 최초로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탑재한하이브리드 모델로 ‘친환경성’과 ‘주행성능’을 겸비했다고 렉서스측은 설명했다.흡기 밸브의 밸브 개폐타이밍을 조절하여 열효율을 향상시킨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배기가스의 열을 엔진 냉각수 온도 상승에 활용한 배기가스 재순환 시스템 등이 경량화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결합하여 렉서스 하이브리드의 친환경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에너지모니터를 보며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배터리, 전기모터, 엔진 이 각각 작동하는 모습이 리얼타임으로 보여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에너지 흐름이 궁금해서자꾸 바라보게된다.

가속을 이어가다가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는 순간 실내는 익숙하지 않은 정숙함에 휩싸인다. 심장이 멎는 것 처럼 힘차게 움직이던 엔진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엔진은 운전하는 동안 수시로 멎었다 움직였다를 반복한다. 엔진이 멎을 때의 어색함은 색다른 경험이다. 엔진이 스톱된 상태에서도 차가 움직일 수 있는 것. 바로 풀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한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점이다. 이 차에는 EV 모드가 추가되어 시속 40km/h이하로 주행 시 1 km 정도의 거리를 연료소모 없이 전기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모터가 엔진의 보조동력이 아니라 별도의 독립된 동력원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조용해서 차에 탄 사람들이 편하다. 승차감이 그만큼 좋아진다. 속도를 높일 때 엔진 소리보다는 A 필러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린다.

얇은 스티어링 휠은 지름이 조금 크다. 음성인식 표시가 스티어링휠에 표시돼 있다. 음성인식은 전화에만 적용된다. 차에 적용된 전화가 없으면 음성인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약 3.1회전을 하는데 돌리는 마지만 순간에 턱하고 걸린다.

하이브리드 카에서는 브레이크를 자주 밟게 된다. 브레이크를 통해서 에너지가 재생돼 배터리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일반 엔진차를 운전할 때에는 자주 브레이크를 밟으면 연비가 나빠지지만 하이브리드카에서는 굳이 브레이크를 회피할 이유가 없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마지막 순간에 ‘윙’하는 소리가 난다. 지하철이 멈추거나 출발할 때나는 소리와 흡사하다.

하이브리드카를 운전하는 또 하나의 재미는 배터리의 에너지양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차를 운전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연료량이 줄어드는 게 맞지만 하이브리드카에서는 배터리에 저장되는 전기 에너지가 늘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배터리의 에너지량을 늘리기 위해 자연스레 경제운전을 하게 된다. 운전을 하다보면 전기뿐 아니라 휘발유 연료도 늘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하는 생각까지 든다.

차를 출발해서 잠깐, 그리고 주차장에 들어서면서 잠깐은 전기만으로 차가 움직이는 상태가 된다. 너무 조용해서 당황스럽다. 차 옆에서 걷는 사람도 차의 접근을 알지 못할 정도다. 이쯤돼면 안전을 위해 일부러 소리를 내야한다는 의견도 나올 법 하다.

전자제어식 무단변속기를 적용해 차가 움직이는 동안 변속 쇼크를 느낄 일은 거의 없었다. 저속에서 고속주행까지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간다.

렉서스 RX 450h를 타고 꽤 먼길을 달렸다. 왕복 500km가 넘는 길을 달리는 데 도로 상황이 좋아 정속주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속주행이 연비에 큰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하이브리드카는 장거리 정속주행이 꼭 연비에 유리하지는 않다. 짧은 시내 구간을 자주 움직일때 오히려 빛을 발한다.

렉서스 RX 450h는 파트타임 4WD다. 앞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사륜구동으로 변환한다. 차가 높아서 고속주행에서는 아무래도 세단보다 불안함이 크지만 그 불안의 상당 부분은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에너지 모니터 화면에 자꾸 시선을 빼앗긴다. 지금 어떤 상태로 차가 구동되는지 궁금하기 때문인데 재미는 있지만 운전에 집중하는데에는 방해가 된다. SUV에 하이브리드는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다. 렉서스는 세단같은 SUV를 만들어 하이브리드를 접목시켰다. SUV의 야성, 터프한 성능 등은 찾기 힘들다는 말이다. SUV에 굳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물론 SUV여서 오히려 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경제성의 모순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덕목이 바로 경제성인데 높은 가격이 연료 경제성의 상당부분을 갉아먹어 버린다. 특히 고급 하이브리드카에 해당되는 문제다. 하이브리드카가 왜 필요한지를 되묻게 되는 철학의 문제다.

크기/중량

길이(mm)

4,770

너비(mm)

1,885

높이(mm)

1,685

휠베이스(mm)

2,740

트레드(mm)전

1,630

트레드(mm)후

1,625

공차중량(kg)

2,060

차대,차체 형상

SUV

트렁크 용량

446 (VDA)

연료탱크 용량

72.5

승차정원

5

엔진

엔진형식

3.5L V6 24Valve Dual VVT-i

총배기량(cc)

3,456

최고출력(ps / rpm)

277/6,200

최고토크(kg.m / spm)

35.3/4,700

최고속도(km/h)

180

보어(mm)

94

스트로크(mm)

83

압축비

10.8:1

100km가속(초)

7.5(0 to 60 mph)

사용연료

Gasoline

표준연비(km/l)

9.1

변속기

변속기 종류

6-Speed A/T

굴림방식

4WD

기어비-1

3.300

기어비-2

1.900

기어비-3

1.420

기어비-4

1.000

기어비-5

0.713

기어비-6

0.608

기어비-7

기어비-8

기어비-r

4.418

최종감속비

4.398

섀시

서스펜션.전륜

MacPherson strut

서스펜션.후륜

Double wishbone

브레이크.전륜

Ventilated disc

브레이크.후륜

Disc

타이어싸이즈(전)

235/55R19

타이어싸이즈(후)

235/55R19

휠싸이즈(전)

19*7.5 JJ

휠싸이즈(후)

19*7.5 JJ

가격(천원)

77,700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