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또 한 번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줬습니다. 곧 출시할 YF 쏘나타 발표를 앞두고 보인 갈지자 행보는 정 회장의 생각과 수준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현대차는 당초 YF 쏘나타 런칭 행사를 이달 10일, 한강변의 선상 카페인 ‘마리나 제페’에서 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곧 수정됩니다. 정몽구 회장이 참석키로 하면서 장소를 W호텔로 급하게 바꾸게 됩니다. 이조차도 이상한 일이기는 합니다. 회장이 참석한다고 다 결정된 장소를 뒤엎고 바꾸는 게 일반적인 회사에서라면 있기 힘든 일이겠지요. 하지만 현대차라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됩니다.

그런데 정 회장이 변덕을 부렸습니다.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정부의 개각으로 총리님, 장관님 모시기가 어렵게 되자 정 회장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군요. 정 회장에게 신차발표회는 힘센 정치인과 관료들을 만나는 기회일 뿐 새 차에 대한 의미부여는 크지 않은가 봅니다. 자동차 만드는 회사를 이끄는 그에게 새 차, 그것도 나오는 것보다 총리 장관 한 번 보는 게 더 큰 일인가 보지요.


정 회장의 변심에 W호텔 예약도 취소되고 장소는 다시 원래대로 한강변 ‘마리나 제페’로 다시 결정됩니다. 이쯤 되면 상황은 코미디가 됩니다. 이게 뭡니까.

정회장의 변덕에 이리저리 휘둘렸을 실무자들이 안스럽습니다. 힘들게 공부해 현대차 임직원이 됐으면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라 할 만한데그들이 이런 웃기는 상황에 진땀 흘리며 부산을 떨었을 생각을 하면 아무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드네요.

정 회장이 참석하는 런칭 행사, 즉 신차발표라는 것도 특이합니다. 무대를 앞에 크고 푹신한 소파를 갖다놓고 고위관료, 국회의원, 저명인사들을 불러 앉혀놓고 무슨 국가 기념식을 하듯 행사를 합니다. 힘 있는 사람들의 한 말씀이 줄을 이어 계속되는 이상한 신차발표회가 됩니다. 지난번 기아차 쏘울 발표때 그랬습니다. 그때도 정몽구 회장의 행사참석이 급하게 결정되는 바람에 장소를 구하다 못구해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에서 발표회를 엽니다. 무대가 꾸며지고 그 앞에 수십개의 소파가 놓여졌지요. 총리, 지경부장관, 국회 지경위원장, 지역구 국회의원, 전경련 회장 등의 한말씀이 지루하게 이어졌지요.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현대기아차에서나 볼 수 있는참으로 ‘독특한’ 신차발표회였습니다.

신나고 상상력이 넘치는, 그래서 새 차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게 되는 그런 행사가 아니라 힘센 사람들이 힘자랑하는 자리가 되어 버리지요. 정 회장 참석이 불발로 그치면서 신차 발표회 자체는 조금 더 재미있는 자리가 될 것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잔뜩 기대를 모으고 있는 YF 쏘나타 출시를 앞두고 정몽구 회장이 흙탕물을 튀겨버렸습니다. 임직원들이 기껏 만들어 놓은 잔칫상에 총수라는 사람이 코를 빠트린 것이지요. 현대기아차의 간판격인 쏘나타의 풀체인지 모델이 나오는 자리라면 회사 대표로 처음부터 참석을 결정하는 게 옳았습니다. 그게 회사 임직원들과 소비자들에 대한 예의 아니겠습니까?


자본금 14조, 상반기 세계 판매 4위, 미국과 유럽에서 승승장구하는 회사, 대한민국에서 점유율 85%를 넘나드는 현대기아차를 이끄는 총수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인가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정 회장의 ‘안하무인, 내 마음대로 행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겠습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