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의 조건에 어떤 것이 있을까. 오랜 시간을 두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게 가능하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분명한 성격, 일관되고 우수한 품질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혜성처럼 나타났다 별똥처럼 사라지는 차는 자격미달이다.
현대 쏘나타는 그런 면에서 한국차를 대표하는 명차의 반열에 오를만한 차다. 거슬러 올라가면 80년대의 스텔라에서 비롯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싼타페는 아직 명차라 부르기에 연륜이 더 필요하다. 10년이 채 안된 모델이어서다. 하지만 그동안의 활약을 보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기대주’라 할만하다. 그 싼타페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이름하여 ‘싼타페 더 스타일’ 이다. 단순히 마이너체인지 모델이라하기엔 변화의 폭이 크다.

주요 변화는 디자인보다 엔진과 변속기 등에 있다. 친환경 디젤엔진인 e-VGT R엔진이 탑재됐고 6단 자동변속기를 올렸다. 저마찰 실리카 타이어, 음성인식 블루투스 핸즈프리, 버튼 시동장치, 하이패스 시스템 등이 싼타페 더 스타일에 적용된 주요 변화들이다.

전체적으로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기아차의 쏘렌토R과 차이를 발견하기 힘든 비슷한 상품 구성이다. 껍데기만 다르고 알맹이는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시승차는 싼타페 2.0 SLX 프리미엄 2WD모델이다.

언제부터인가 2WD SUV모델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SUV는 당연히 4WD여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낡은 생각일 뿐이다. 게다가 4WD가 뽐내며 달릴 수 있는 오프로드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골에 가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게 오프로드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오프로드를 만나기란 무척 힘든 세상이 됐다. 굳이 4WD가 아니어도 좋은 SUV 일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강인함이 미덕이던 SUV가 너무 말랑말랑해지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싼타페는 2000년 6월에 첫 모습을 선보인 뒤 2005년 11월 2세대 모델을 출시했고 다시 3년 7개월만에 마이너 체인지를 단행했다.

디자인익스테리어 디자인 변화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기존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싼타페의 디자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제되고 다듬어지면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잘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 전체의 디자인 역량이 높아졌음을 이 차에서도 느낄 수 있다. 기아차의 디자인이 의욕과잉으로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거슬린다면 현대차의 디자인은 물흐르듯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보닛, 측면 라인 등 디자인을 이루는 각 요소가 어느 한부분 두드러짐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테리어는 충분히 고급스럽고 짜임새 있다. 어지간한 중저가 수입차 수준을 넘는다. 구석구석이 야무지게 마무리됐다. 지붕과 윈드실드가 만나는 부분의 마무리는 수입차들도 허술하게 마무리하는 부분이다. 고급 럭셔리 브랜드나 돼야 제대로 처리하는 부분인데 싼타페는 똑 소리나게 이런 부분들을 마감했다.

운전석에 앉을 때 시선을 끄는 부분은 시트. 가죽시트인데 가운데 부분을 흔히 ‘세무’라 부르는 스웨이드 가죽으로 만들었다. 촉감이 좋다. 또한 가죽보다 덜 미끌려 시트와 몸의 일체감을 느끼게 해준다. 2, 3열 시트를 쉽게 접고 펼 수 있어 활용성이 좋다. 여자라도 힘 안들이고 조작할 수 있다.

성능힘이 세졌다. 2.0리터 엔진으로 최고출력이 184마력에 이른다. 최대토크는 무려 40.0kgm로 배기량에 비해 우수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렇게 센 힘은 제원표상의 숫자로만 보인다. 몸이 느끼는 힘은 세다기 보다는 부드럽다.맥 빠진 킥다운 반응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가속페달을 끝 까지 밟아도 마지막 순간에 느껴지는 가속페달의 저항감이 없다. 그냥 페달이 아무 저항없이 바닥에 닿을 뿐이다.
차의 반응도 그렇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기대되는 힘찬 반응이 없다. 그냥 부드럽게 속도를 높여갈 뿐이다. 터보가 장착됐지만 타임랙이 있어 즉각적인 힘찬 반응이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가속감이 살아난다.

이 차에는 곳곳에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한 배려가 숨어 있다. 심장격인 엔진부터 그렇다. 수동이 아닌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도 리터당 15.0km/l의 연비를 보이며 1등급을 받았다. 공차중량 1,830kg의 몸무게로 1등급 연비를 받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6단 자동변속기도 그렇다. 시프트업이 일어나는 속도 구간이 짧다. 바로 바로 시프트 업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시작하면 시속 40km, 60km, 90km, 120km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3단에서 시속 100km에 이르지 못할 정도로 기어비를 좁게 세팅했다. 덕분에 강한 힘을 느끼지는 못해도 좋은 연비는 보장되는 것이다. 기분 내다 지갑 털지 말고 알뜰하게 살라는 배려인 셈이다.

시속 100km 일 때 rpm은 1600~1700rpm을 보인다. 보통의 차들은 2,000rpm을 보이고 낮다해도 1800~1900rpm을 마크하는데 싼타페는 보기 드믈게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힘에 여유 있는 엔진과 이를 경제적으로 맞춰주는 변속기의 조화가 이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시속 100km일 때 수동변속을 하면 4단에서 3100rpm, 5단 2200rpm, 6단 1700rpm을 보인다.

저마찰 실리카 타이어도 연비를 겨냥한 선택이다. 노면 저항을 줄여 효율을 높여주는 타이어는 넥센이 만들었다. 하지만 넥센타이어를 보면서 소비자들이 ‘첨단, 고급, 신기술’이란 이미지를 떠올릴지는 의문이다. ‘저렴한, 보급형, 원가절감’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차의 경제성뿐 아니라 ‘차 만들기’에서도 경제성을 앞세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계기판에 보이는 에코 드라이브 표시등은 경제운전에 큰 효과를 줄 듯하다. 보이지 않으면 모를까 운전하는 동안 내내 계기판을 보게 되는데 빨간등으로 표시되면 무의식적으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게 된다. 운전자의 지갑을 생각해주는 ‘돈되는 표시등’인 셈이다.

차는 조용했다. 엔진음은 거슬리지 않았고 바람소리도 조용한 편이다. 풍절음은 시속 140km를 넘기면서 비로소 거칠어진다. 바깥소리는 잘 안들린다. 아파트 창호에 사용하는 섀시문을 단 듯 시속 100km 전후에서 조차 조용함이 실내를 지배한다.

엔진소리는 조용했고 속도를 높이면 듣기 좋게 실내로 파고 든다. 고속주행할 떄의 엔진소리는 듣는 귀를 즐겁게 해준다.
부드러운 건 서스펜션도 마찬가지다. 살짝 무른듯한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든다. 하지만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의 반응은 거칠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의외로 강한 충격을 남긴다. 순간적으로 강한 쇼크가 적지않게 불쾌한 여운을 남겼다.

코너에서는 약간의 부담이 전해진다. 차 높이에 대한 부담과 사륜구동이 아닌 앞바퀴 굴림이어서 코너링에서 한계가 빨리 온다. 한계라는 게 결국 일반인들의 운전에서는 운전자의 심리상태인데 시승차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노면을 물고 늘어지는 악착스러움이 부족했다. 아마도 사륜구동차였다면 이보다는 훨씬 더 안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매우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진동이 스티어링 휠로 전해진다. 크게 문제될 건 없겠지만 예민한 운전자라면 쉽게 눈치 챌 수 있을 듯 하다.

성능보다 인상 깊은 것은 편의장치다. 어지간한 수입차에서조차 만나기 힘든 고급 편의장치들이 많다. 음성인식 블루투스 핸즈프리를 비롯해 전후방주차보조시스템, 버튼시동장치, 하이패스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현대차는 싼타페 더 스타일의 동력계 보증수리기간을 기존 3년 6만km에서 5년 10만km로 확대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내놓기 힘든 카드다. 품질이 개선되고 소비자가 찾게되고 다시 소비자에게 보증기간을 늘려주고 더 많은 소비자가 선택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싼타페 더 스타일의 판매가격은 ▲2.0 2WD모델이 2,584만원~3,192만원 ▲2.2 2WD모델이 2,839만원~3,547만원 ▲2.2 4WD모델이 3,018만원~3,875만원이다. 이전 모델에 비해 가격이 150만원 안팎으로 비싸졌다. 이전 모델이 150만원 정도 할인판매했던 것에 비하면 체감되는 가격인상폭은 더 크다.

다행인 것은 싼타페에는 수동변속기가 남아 있게 됐다는 것.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쏘렌토 R에는 모델체인지를 하면서 은근슬쩍 수동변속기를 없애버렸다. 싼타페에는 4WD 모델에 6단 수동변속기를 기본적용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더딘 가속반응이 아쉽다. 다이내믹한 주행을 시도하면 가속페달과 차체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하다. 심지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가 바로 발을 떼면 차는 아무 반응도 없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냥 달린다. 경제성에 치중한 때문이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액티브하고 다이내믹한 반응을 자제하고 부드럽고 느린 가속반응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연비를 좋게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면에서 이해는 간다. 하지만 때로 강하고 예민한 엔진 파워를 느끼며 다이내믹한 주행을 하고 싶을 때에는 이런 특성이 무척 아쉽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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