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SUV 라인업이 한결 풍부해졌다. 포드에서 분리가 결정돼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도 볼보는 꿋꿋하게 새 모델을 내놨다. 분리 매각을 앞둔 험한 상황이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세상에 처음으로 스스로 알아서 서는 기능까지 탑재한 의미 깊은 모델을 발표한 것이다.바로 XC 60이다. 6월부터 한국에서도 시판에 나섰다. 70, 90으로 이어지는 XC 라인업에 60이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그만큼 넓어지게 됐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하늘은 이 차에 오르는 순간 마법처럼 깨끗한 모습을 드러냈다. 비온 뒤 깨끗해진 세상 속으로 XC 60을 타고 달렸다.
■ 디자인같은 듯 다르다. 이전 XC 모델들과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모습이다. 비슷해 보이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조금 더 크고 이를 둘러싼 라인은 조금 더 두꺼워졌다. 그 한 가운데 자리한 볼보 앰블램은 더 커졌다. 볼보의 강한 자존감, 존재감이 더 켜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 옆으로는 볼보의 DNA 램프가 자리했다. 전에는 없던 램프다. 살짝 기운 사선으로 배치된 이 램프가 앞 모습에 생명력을 주고 있다. 앞으로 새로 만들어지는 모든 볼보 모델에 이 DNA 램프가 적용된다고 한다.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 아이콘인 셈이다. 문제는 지금 볼보 스스로의 처지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측면에서는 3개의 은색선이 차의 상중하를 가로지르고 있다. 단조롭기 쉬운 모습에 포인트를 주며 생동감을 불어 넣는 요소다. 상대적으로 젊고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이런 부분은 소비층과도 일맥상통하는 요소다. 전통적인 세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볼보 XC와 거리가 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자유스러운, 비교적 젊은층이 XC와 맞는 컬러다.
타이어는 트레드가 비대칭이다. 제동력과 승차감 배수성능 등을 두루 고려해 요즘에는 비대칭 타이어를 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타이어 내외측에 서로 다른 패턴을 적용해 제동, 소음발생, 주행안정, 조향 등의 특성을 고루게 향상시켜 준다는 게 비대칭타이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리어램프를 포함한 엉덩이다. 구불거리며 넘어가는 산길을 보는 듯 휘어진 S 라인이 인상적인 리어램프가 아래 부분에 이르러서는 두툼한 엉덩이를 이룬다. 선이 살아있고 두툼한 볼륨감이 보고 만지는 맛을 느끼게 한다.
인테리어는 가볍고 경쾌하다. 투톤 가죽 시트가 분위기를 가볍게 만든다. 앉아보면 몸에 착 달라붙는 시트다. 센터 페시아 뒤로 수납공간을 마련하게 재미있다. 가구 디자인에서 가져왔다는 것으로 다른 차들과는 사뭇 다른 볼보만의 감각을 엿보게 하는 부분이다.
선루프는 버튼 한 번으로 열고 닫을 수 있어 편하다. 다 열릴 때까지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뒷좌석 좌우 시트는 어린이용 시트를 겸할 수 있다. 안전에 유난히 집착하는 볼보가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따뜻한 배려다.
내비게이션은 센터페시아에 내장됐다. 만도 지니맵을 사용했고 T팩을 이용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해졌다.
■ 주행성능시동 버튼을 눌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발은 가볍게 땠다. D5 디젤 터보 엔진은 많이 부드러워졌다. 소음도 진동도 거슬리지 않는다. 디젤에 많이 적응되기도 했고 디젤 엔진 기술도 적잖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발빠른 움직임은 아니다. 2500-3000rpm사이에서 디젤 엔진의 강한 토크를 느끼지만 rpm을 이 부분에 붙들어 매기가 수월치 않다. 중저속에서는 부족함 없는 달리기 성능을 보인다. 80-100km 사이에서는 최적의 주행감각이다. 적당한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달리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적막보다는 적당한 소리가 훨씬 낫다.
강한 펀치력을 가진 엔진은 아니다. 이 보다는 꾸준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돋보인다. 가속을 하면 시속 100km까지는 거침없이 150km까지는 힘있게, 170km까지는 꾸준히, 그리고 200km까지는 끈기로 달린다. 200km로 속도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제원표 상의 최고속도는 시속 210km, 0-100km/h 가속시간은 9.9초다. SUV인만큼 스포츠 세단과 같은 고속주행 성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역도 선수에게 100m를 빨리 달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2.5리터 디젤 터보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어울려 4000rpm에서 185마력의 힘을 낸다. 시속 100km일때 엔진은 분당 2,000 회전을 한다. 엔진 힘이 여유가 있는 편이다. 수동 모드로 변속기를 세팅하고 가속을 하면 시속 40, 80, 110,150km에서 각각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시속 100km일 때 알피엠은 6단 1900, 5단 2500, 4단 30000, 3단 4000을 각각 마크한다. 비슷한 다른 경우보다 rpm이 낮은 편이다. 낮은 알피엠에서 큰 힘을 내는 효율적인 구조임을 말해주고 있다.
사륜구동 방식에 힘입어 주행안정성과 코너링은 나무랄데가 없다. 구동방식의 안정성이 차체가 높은데서 오는 핸디캡을 상쇄기킨다. 조금 과하게 운전해도 안정적인 자세덕에 무난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전자식 풀타임 사륜구동 방식의 힘이다.오프로드에서는 사륜구동의 야성이 그대로 살아난다. 휠이 미끌리거나 헛바퀴 도는 일 없이 뚜벅뚜벅 움직인다. 조금 거칠게 다루면 용감하게 전진한다. 물론 오프로드 전용으로 이 차를 사용하는 것은 무리다. 도심에서 세단과 다르지 않게 타는게 어울린다. 가끔 도시를 떠나 자연에 다가설 때, 그럴 때에도 좋은 힘과 체격 조건을 갖췄다는 말이다.■ 안전장치볼보가 자랑하는 시티 세이프 기능은 차가 스스로 판단해 정지하는 기능이다. 시속 30km 미만으로 주행 중에 앞에 장애물이 나타났는데도 운전자가 반응을 하지 않으면 차가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멈추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룸미러 뒤에 위치한레이저 시스템이 초당 50회 씩 전방상태를 체크 한다. 차가 똑똑해 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기존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비교해 한 발짝 더 나간 기술이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간거리가 가까워질때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거리를 줄여주지만 스스로 멈추지는 않는다.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다가도 마무리는 운전자가 직접 해야 한다. 하지만 볼보의 시티 세이프 기능은 스스로 멈추기 까지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사륜구동의 용감함에 더해 스스로 판단하고 정지하는 똑똑함 까지 갖춘 차다.
차선 이탈 경보장치도 있다. 정해진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서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면 경고음을 내는 것이다. 운전자의 주의를 촉구하는 데 효과적이다. 현대차의 에쿠스에는 경고음과 더불어 안전띠가 반응한다. 차선을 이탈할 때 부르르 떨며 정신차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사각지대의 정보를 알려준다는 BLIS는 발전을 멈췄다. 처음 나왔던 수준에서 더 이상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이드 미러를 없애서 공기저항을 줄이고 디자인도 깔끔하게 만드는 데까지 진전이 돼야 BLIS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카메라와 경고램프를 이용하는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물론 다른 메이커들은 이 조차 없으니 볼보가 그중 나은 셈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SUV가 아니라 세단을 몰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차의 특성은 세단에 가깝다. 무게 중심이 높은데서 오는 불안감이 생각만큼 크지도 않았다.
■ 연비 & 가격직렬 5기통 디젤엔진으로 연비는11.6km/l로 3등급에 해당한다. 차 크기에 비해 연비가 좋게 게다가 디젤이니 아무래도 가솔린 엔진차보다 연비가 좋다. 디젤이라서 승차감이 안좋을 것이라는 걱정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 디젤엔진 기술은 유럽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끝을모르고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판매가격은 6290만원. 비싸다고 타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유럽산 SUV중에 이만한 가격에 이정도의 안전과 편의장치들을 한 차를 찾아보라고 하고 싶다.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 상황이 어려운 볼보가 내놓은 새 모델이 바로 볼보를 난세에서 구할 영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지붕과 윈드실드가 만나는 부분이 들떠 있다. 볼보를 만날 때마다 지적하는 부분이다. 안 보이는 곳까지 세심한 마무리를 기대해 본다.
우측 사이드 미러에 대시보드의 송풍구가 반사돼 시야를 가린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이드 미러를 보다보면 반사되는 것을 자주 느낄 수 있다. 대시보드 경사각과 사이드 미러의 각도를 조절해 반사를 없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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