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이 한국에 알티마를 출시했다.

한국 진출 모델로 로그와 무라노를 내놨던 닛산이 경쟁력있는 세단을 앞세워 본격적인 수입차 시장에 나선 것이다. 로그와 무라노가 척후병이라면 알티마는 본대인 셈이다. SUV를 앞세워 탐색전을 벌인 뒤 주력부대를 곧바로 투입하는 모양새다. 알티마는 미국 시장에서 닛산 중형 세단의 주력으로 시판중인 모델이다. 1993년 6월에 태어나 세 차례의 풀체인지를 거쳐 오늘에 이른다. 새로 개발된 D플랫폼을 적용한 첫 모델로 바뀌면서 좀 더 강해지고 정숙해졌다고 닛산측은 소개했다. 알티마를 들여온 후 닛산은 전투적으로 변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인 혼다 어코드와 비교시승에 나서는 등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수입차끼리의 비교시승은 좀처럼 흔치 않은 일이다.

닛산의 야심작 알티마를 시승했다. 2.5와 3.5 등 두 종류의 시판 모델중 3.5를 택했다.

휠 하우스 주변의 볼륨감이 눈에 띈다. 적당한 탄력과 볼륨을 갖춘 엉덩이를 닮았다. 괜시리 손이 한 번 더 간다. 종이를 접은 듯한 선이 숄더라인과 휠 하우스 주변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A, C 필러는 앞 뒤로 길게 뻗었고 오버행은 짧다. 넓은 공간을 가졌음을 말해주는 증거들이다. T자형 그릴, 기하학적 삼각형의 헤드램프가 깔끔한 앞모습을 완성시킨다. 리어램프는 제트기를 형상화했다는 설명이다. 둥글둥글 부드러우면서도 단순명쾌한 라인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간결한 계기판은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내비게이션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다. 인테리어에서는 무엇보다 손이 닿는 부분들의 질감이 좋다. 손끝이 느끼는 감각이 제법 좋은 편이다. 리어시트는 60대 40으로 간단히 접을 수 있다. 수납공간이 넘친다는 점도 이 차의 장점이다. 글로브 박스의 용량이 13리터라니 놀랍다. 콘솔박스도 꽤 깊고 넓다. 여기에 더해 선글래스 박스, 콘솔 컵홀더, 도어 패널의 컵홀더 등 손이 닿는 곳마다 수납 공간이 준비됐다.

알티마 3.5에는 DOHC 24밸브 6기통 VQ엔진이 탑재됐다. 여기에 무단변속기인 X 트로닉이 올라갔다. 무단변속기는 변속쇼크에서 자유롭고 연비면에서도 유리하다. 대신 중대형차에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닛산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로그와 무라노 등 중대형 SUV에까지 무단변속기를 무리없이 적용하고 있다.

알티마의 3.5 엔진은 닛산이 자랑하는 VQ35DE엔진이다. 바로 미국의 워즈로부터 ‘14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에 뽑힌 그 엔진이다. 최고출력 271마력에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낸다.

도로 위에 차를 올렸다. 속도를 올려 시속 100km에 맞췄다. rpm이 1800에 머문다. 차분한 반응. 힘이 세서 굳이 rpm을 많이 쓰지 않아도 충분한 속도를 낸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수동모드로 변속하면 2단 5,500, 3단 4,300, 4단 3,500, 5단 2,600, 6단 1,800rpm을 각각 유지한다. 수동 1단에서 시속 80km까지 물고 올라간다. 2단에서 시속 110km, 3단 140km, 4단에서 170km를 끊는다.

가속감은 가볍다. 1.5톤의 차가 마치 솜털처럼 가볍게 달렸다. 가속감이 꽤 강하다. 무심코 운전에 집중하다보면 꽤 빠른 속도에 빠져든다. 중독성이 있는 속도감이다. 60-80km/h 전후의 일상주행 영역 속도에서 슬라럼 주행을 시도했다. 차는 마치 왈츠를 추듯 부드럽게 스텝을 밟았다. 이 정도 속도에서는 횡가속도가 쌓이는 피로감은 거의 느끼기 힘들었다. 차는 편안하게 운전자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여유 있고 힘 있는 반응도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엔진 소리는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다. 꿈 속인 듯 아닌 듯 멀리서 들리는 아득한 소리에 가깝다. 시속 16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 엔진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바람소리도 잘 다듬어져 부드럽게 전해온다. 노면과 타이어를 타고 실내로 전해지는 잡소리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운전석에 들리는 이 소리들을 통해 알티마의 확실한 존재감을 느꼈다. 도심의 한 빌딩 앞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꾕가리를 치며 시위를 하고 있었지만 차 안에서는 아득하게 들렸다.

서스펜션은 대체로 하드했고 가끔은 부드러운 모습도 보였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잘 조화됐다. 강하게 차를 리드해도 힘들어하지 않고 잘 따라주는 것을 보면 부드럽게 보이지만 나름 야성의 DNA를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앞바퀴 굴림차다. 핸들에서 손을 놓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토크 스티어 현상이 일어난다. 구동바퀴의 좌우측 동력축 길이가 달라 순간적으로 힘이 불균형을 보이는 데서 일어나는 현상. 앞바퀴굴림에서는 피할 수 없다. 알티마는 안전장치도 충실하다. 고강도 캐빈 구조와 크로스 멤버 방식의 존 바디 구조는 충돌 사고에서 승객을 위한 안전공간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에너지 흡수형 스티어링 칼럼, 정면 충돌시 엔진 후드가 운전석을 향해 밀려오는 것을 방지하는 후드 버클링 크리즈 시스템도 탑재했다.

듀얼 스테이지 앞좌석 에어백, 프론트 사이드 에어백,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모두 6개의 에어백이 장착됐다.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운전자의 목을 보호한다.

알티마의 숙제는 차가 아니다. 묘한 시장상황이다. 제휴관계인 닛산과 르노삼성 겹치는 모델이 문제다. 따지고 보면 같은 집안인 르노삼성의 SM7, 인피니티 G37, 그리고 알티마가 비슷한 고객층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결국 각 모델들이확실하게 차별화해야할 필요성이 생긴다.알티마가 혼다 어코드를 경쟁 상대로 지목하고 ‘공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같은 동류집합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적 도발인지 모른다.

오종훈의 單刀直入놀랐다. 막 론칭한 신형차에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가 있다니. 센터페시아 아랫부분에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차에서 사라진 이 기기가 알티마에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세가 있으셔서 MP3나 CD보다 카세트 테이프가 더 친숙한 소비자들에겐 나쁘지 않을 일이겠지만 그럴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굳이 없어도 좋을 이 부분이 남아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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