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자동차 발전의 원동력이다.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더 힘있게 달리고 싶은 욕망을 차근차근 충족시켜 온 것이 바로 자동차 발전의 역사라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기 BMW의 M3가 있다. 달리고 싶은 이들에게 BMW가 제시하는 대안 중 하나다. M3, M5, M6로 이어지는 BMW의 M라인업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어떤 면에서는 슈퍼카와도 견줄만한 고성능 모델다. 오늘의 주인공은 BMW M3다.

4615mm의 길이는 아반떼보다 10cm정도 긴 사이즈다. 너비는 1,804mm, 높이는 1,416mm다. 휠베이스는 2761mm, 트레드는 앞이 1538mm, 뒤가 1539mm다. 트레드의 차이는 타이어 때문이다. 앞타이어는 245 40 R 18, 뒤가 265 40R18로 뒤에 더 큰 타이어를 끼웠다. V8엔진의 배기량은 3,999cc, 보어 스토로크가 92.0 75.2mm로 쇼트 스트로크 방식의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42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다. 공차중량이 1,680kg이니 마력당 무게비는 4.0kg에 불과하다. 엄청난 효율이다. 최고속도 250km, 제로백 타임은 4.6초다. 메이커 발표 연비는 리터당 6.8km. 요약하면 작은 크기에 엄청난 힘을 가진 차임을 말해주는 수치들이다.

작지만 야무진 모습이다. 보닛이 볼륨감 있게 튀어 올라오고 에어인테이크가 마련돼 있는 것은 V8 엔진때문이다. 숄더라인은 마치 종이를 접어 놓은 것 처럼 날선 모습이다.

휠하우스에는 타이어가 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주먹하나 들어갈 여유가 없다. 공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사이드 미러도 재미있다. 뒤로 가며 낮아지는 루프라인이 차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트렁크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없다. 대신 전자식 공기 주입기가 있다. 대부분의 BMW 모델에 적용되는 런플랫 타이어는 M3에 적용되지 않았다.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런플랫 타이어는 타이어 안에 철로 된 지지대를 삽입하는 것이어서 고속주행을 하게 되면 피로가 누적된다. 서스펜션의 스프링 아래로 무게가 늘어나면 연비는 물론 차의 주행안정성도 크게 해친다. 최고속도 250km를 기록하는 하이엔드급 고성능 차이니만큼 런플랫 타이어 대신 고성능 타이어를 적용했다. 하지만 스페어타이어는 생략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공기주입기를 대신 준비했다.

작은 차제에 420마력의 파워를 가진 몬스터급 차를 운전하는 재미는 짜릿함 그 자체다.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가슴이 벌렁거린다. 차 좋아하는 사내들의 어쩔 수 없는 고질병이다.

운전석에 오르면 변속레버가 눈에 딱 들어온다. 수동변속기같은 자동변속레버다. 왼쪽으로 레버를 밀어 후진한다. 이럴 땐 완전 수동변속기다.

짧고 뭉툭한 모습으로 손으로 덮으면 안보일 정도다. 레버 조작감도 우수하다. 변속 레버를 손으로 싸서 짧게 손목을 까닥거리면 변속이 이뤄진다.

가속페달을 툭툭 자극하면 차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페달을 깊게 밟으면 몸이 시트에 푹 파묻히며 앞으로 튀어나간다. 보통의 차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반응이다.

승차감은 거칠다. 당연한 얘기다. 이런 괴력을 가진 차가 얌전한 승차감을 보인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게다가 이 차는 작은 사이즈다. 야생마의 등 위에 올라탄 기분이다. 거칠지만 말은 잘 듣는다. 거친 성능을 운전자의 의도대로 조절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rpm 변속시점은 변속레버 아래에 위치한 버튼을 조정해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가속 페달에 대한 차체의 반응도 좀 더 빠르게 혹은 조금 느리게 조절할 수 있다. 야생의 맹수를 잡아다 잘 길들여 놓은 것처럼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이런 부분들을 조절할 수 있다. 때로 거칠게, 혹은 조금은 더 부드럽게 그때그때 기분에 맞춰 변화를 줄 수 있다. 같은 차지만 탈 때마다 다른 기분을 연출할 수 있다.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속도를 빠른 시간에 얻을 수 있다. 차고 넘치는 힘 덕분이다. 언제든지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는 옆차들을 제치고 앞으로 달려나간다. 순식간에 시속 200km를 한참 넘어가는 속도계를 무시로 만날 수 있다.

속도만이 아니다. 코너에서도 이 차는 매력 만점이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광폭타이어가 어지간한 코너에서는 비명소리조차 내지 않고 가뿐히 돌아나간다. 차는 여유 있지만 운전자가 지레 겁먹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게 된다. 코너에서는 운전자의 역량만큼 강한 성능을 보일 수 있다. 물론 운전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코너링을 해야한다.

스포츠카에서 전자식 주행안정장치 DSC는 매력을 반감시킨다는 이들이 있지만 이 차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이게 없다면 순간적으로 넘치는 힘을 제대로 제어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DSC가 있어도 개입시기가 조금 늦은 편이다. 가속 페달을 꾹 하고 깊게 밟으면 차가 잠깐씩 밀린다.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순간순간의 짜릿함을 얻는 것이다.

먹이를 사냥하는 맹수의 몸놀림이 이럴까. 가속페달을 밟으면 M3는 경쾌한 발놀림으로 대답한다. 날카로운 핸들링과 하드한 서스펜션, 고속으로 갈수록 더욱 빛나는 차체의 강성, 그리고 팽팽해지는 긴장감, 그러나 여유를 잃지않는 자세는 M3 특유의 맛을 보여준다. 달리는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차다.

벤츠의 AMG 버전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제원표 상의 수치로는 C 63 AMG가 M보다 조금 높지만 체감 성능은 조금 거친 듯한 M3가 더 높아 보인다. 벤츠 AMG에 비해 M3가 좀더 야성적이라 할 수 있다.

격투기 선수 표도르가 생각난다. 작은 체구지만 엄청난 괴력을 바탕으로 덩치큰 상대를 차근차근 때려 눕히는 모습이 꼭 M3와 닮았다.

차는 가볍다. 구석구석에 신소재를 대폭 적용한 결과다. V8 엔진은 V6 엔진에 비해 15kg이나 더 가벼워졌다. 지붕도 철판이 아니라 탄소섬유 재질 즉 카본파이버를 적용했다. 작은 차체에 가벼운 몸무게는 엔진의 힘을 극적으로 끌어올려 이 차를 몬스터 급으로 만들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작은 차인데 엄청난 성능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것. 독일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차가 아닌가 한다.

차는 조용하지 않다. 하지만 듣기 좋은 소리로 가득하다. 귀에 들리는 소리의 거의 전부가 엔진 소리다.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들리는 엔진 소리는 시종일관 귀를 심심치 않게 한다. 고급 가구로 꾸며진 응접식의 적막함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이 차는 구매리스트에서 빼야할 것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뒷좌석이 좁다. 4인승 쿠페인데 뒷좌석에 앉아보면 불편하다. 센터터널이 가운데를 지나가고 그 양옆의 좁은 공간에 앉아야 한다. 키가 큰 사람은 뒷좌석에 앉았을 때 고개를 비스듬히 젖혀야 할 정도다. 4인승이지만 그냥 편하게 2인승으로 타면 마음 편하겠다.

가격과 연비는 논외다. 작은 크기만 보고 “이 차가 1억이야?”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1억을 주고 이 차를 사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리터당 6.6km인 연비도 그렇다. 실제 체감 연비는 이보다 떨어지지만 작아도 슈퍼카급인 이 차에서 연비의 중요성은 아무래도 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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