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처음 소개한 차는 로그와 무라노다. 공교롭게도 둘 모두 SUV다. 세단이 아닌 SUV를 앞세운 것은 연착륙을 위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오늘 시승할 차는 무라노다.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움직이는 스위트룸이라는 컨셉트를 가진 닛산의 중형 SUV다.

이 차를 보면서 진보적이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느꼈다면 그건 아마 앞모습 때문일 것이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일체화되면서 가늘게 배치됐고 크롬도금한 세로선을 짧고 강하게 구성했다. 그 가운데 자리한 닛산 앰블램은 히노마루,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닛산은 어떤면에서 가장 일본적인 차다. 닛산을 한자로 쓰면 ‘日産’이다. 메이드인 저팬, 혹은 일본의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옆모습은 부드럽고 볼륨감이 있다. 부드러운 면이 감싸고 있고 휠하우스와 보디 아래부분에 마치 종이를 접어 날을 세운 듯 강한 선이 배치됐다. 옆창이 이루는 마름모꼴 모양이 재미있다. 앞뒤 오버항이 거의 없는 점도 눈길을 끈다. 타이어가 앞뒤로 바짝 붙여 배치된 것이.

뒷모습은 단순 명료하다. 루프에 이어진 스포일러, 보디라인보다 튀어나오게 배치한 리어램프, 투톤 범퍼, 트윈머플러 등이 특징적인 요소를 이루고 있다.

실내는 시원하다. 공간이 넓기도 하거니와 탁트인 시야가 그런 느낌을 갖게 만든다. 무라노의 공간 배치는 최고의 찬사를 들을 만하다. 넓고 효율적이라서 그렇다. 뒷좌석에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다.

선루프도 넓은 하늘을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게 해준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 머리 위까지 유리로 만들어 개방감을 키웠다. 선루프가 열리는 것은 앞좌석 뿐이고 뒷좌석 지붕은 열리지 않는다. 그냥 유리 지붕일 뿐이다. 레버를 잡아당기는 것 만으로 뒷좌석을 접을 수 있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넓어져 화물적재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엔진은 낮게 배치해서 엔진룸 윗공간에 여유가 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 장치다. 사람이 차에 부딪혀 보닛과 2차 충돌할 때 빈공간이 충격흡수공간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DOHC V6 엔진은 3498cc에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34kg.m의 힘을 낸다, 보어 스트로크가 95.5 x 81.4mm로 잘 달리는 스프린터 타입인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다. X 트로닉 6단 CVT, 즉 무단변속기를 장착했다. 무단변속기는 효율성이 좋기는 하지만 소형차에 주요 사용되고 중대형차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풀사이즈 SUV에 무단변속기를 적용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변속기다. CVT를 적용한 이 차의 연비는 9.3km/L다.

이제 달려볼 차례다. 가볍다, 그리고 경쾌하다. 가속페달을 밟아 ‘이랴’하고 신호를 보내면 거침없이 내닫는다. 무겁고 굼뜬 suv가 아니다. 마력당 무게비 7.3kg으로 스포츠 세단 수준으로 가볍다. RPM을 높이면 날카로운 엔진소리가 도드라진다. 노면 잡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바람소리도 상대적으로 작다.

첫인상은 의외로 편안하다. 조용하고 아늑한, 그래서 편안한 느낌. 그것은 프리미엄, 럭셔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아 달리기 시작하면 뜻밖의 강인함이 전해진다. 260마력 34kg.m토크이 강한 힘이 차를 저속에서부터 꾸준히 끌어올린다. D 모드에서는 초반 가속이 더디지만 수동모드로 변속하면 초반가속도 거뜬하다. 속도를 올려도 차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것은 사륜구동차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너에서는 거의 절대적으로 사륜구동이 안정적이고 그만큼 안전하다. 시속 100km를 달릴 때 rpm은 최저 1600에 머문다. 놀라운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이 속도에서 대부분의 차들은 2000 낮아야 1800정도를 보인다. 1600 정도의 낮은 알피엠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를 보인다는 게 놀랍다. 힘이 세서 굳이 rpm을 올리지 않아도 필요한 속도를 낼 수 있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1단에서 시속 110km까지 달리는 점도 새롭다. 2단도 아닌 1단으로 이 속도까지 달릴 수 있다는 게 6단 엑스트로닉의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전해져 온다. 부드럽게 하지만 꾸준히 강한 힘을 보이는 엔진, 하드한 서스펜션이지만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1차 충격이 전해진 뒤 잔진동이 없게 잘 마무리하는 점도 돋보인다. 차의 각 부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키우고 있다 .

스티어링 휠은 조금 크다. 작은 휠이 운전하는 재미가 있고, 큰 휠은 부드럽고 승차감이 좋은 차에 어울린다. 휠이 커서 많이 움직여야 차가 조금 움직인다. 핸들을 완전히 감으면 3바퀴하고 4분의 1을 더 돌려야 완전히 감깁니다. 조금 많이 돌리는 편이다. 큰 스티어링 휠이지만 타이트한 코너를 공략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슬라럼 주행을 하면서 속도를 높였다. 속도를 높일수록 차의 불안감은 증폭되게 마련이지만 무라노는 사륜구동 덕에 큰 불안감이 없다. 안정적으로 몸을 흔들며 운전자의 의도를 따른다.

오프로드에 차를 올렸다. 사륜구동의 힘은 오프로드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타이트한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때 순간적으로 차의 힘이 쑥 빠지는 듯한 느낌이 전해온다. 각 바퀴간 마찰력과 회전력 차이로 DSC가 작동하면서 엔진파워를 줄인 것이다.이런 순간에는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는 반응하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꾹 밟았는데도 요지부동 반응하지 않는 차의 느낌은 참 묘하다. 기술의 힘으로 점점 똑똑해지는 차가 이제 서서히 운전자의 영역을 넘보는 것이다. 연비는 리터당 9.3km. 판매가격은 4890만원이다. 가격경쟁력도 있어보인다. 훨씬 비싼차들과 견줘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소비자들도 무라노를 많이 선택한다는 소식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D필러가 후방시야를 가린다. 전방을 보며 사이드 미러로 볼 때에는 상관없지만 고개를 직접돌려 후방시야를 확인하려할 때 D필러 주변이 막혀 시야가 답답하다. 인테리어도 그 부분이 복잡해서 거슬린다. 인테리어에서 지붕과 앞 유리창이 만나는 부분도 거칠다. 지붕 마감재의 단면이 드러나고 들떠있어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