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드디어 국내에서도 디젤엔진 세단을투입하기 시작했다. 3과 5시리즈에 2.0과 3.0엔진을 얹은 320d, 520d, 535d 모델을 새로 투입했다. 수입 디젤 세단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출현한 셈이다.

BMW는 몇해 전에도 국내에서 디젤차를 판매하려고 했었지만 연기시켰던 적이 있다. 당시 OBD 문제 등 여러 가지 법과 제도문제로 디젤 세단 판매를 접고 말았다.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BMW가 주춤하는 사이 폭스바겐과 푸조가 시장을 장악했고 디젤 세단 시장은 점증하며 안정적인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디젤 세단 시장이 충분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BMW가 본격적으로 모델 출시에 나서게 된 것이다.
오늘 시승할 차종은 BMW 320d이다. 2.0 엔진을 얹은 디젤 엔진차로 판매가격은 4,820만원짜리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향해 리모컨으로 문을 열었다. 도어 손잡이에 불이 켜진다. 어서 오라고 따뜻하게 맞이한다. 차와 인간의 소통은 이 처럼 차들이 점점 스마트 해지면서 그 폭이 점점 늘어난다. 기계의 집합인 자동차가 아니라 인간의 감성까지 고려하는 자동차로 발전하는 것이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날카로운 라인’이 중심이다. 손대면 베일 것 같은 날선 라인이 보닛과 보디 측면으로 날렵하게 배치됐다. 컴팩트 세단이어서 작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데 강한 선들을 만들어 넣어 왜소한 이미지를 보완하고 있다. 보디의 면도 볼륨감이 있다. 트렁크는 스포일러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만들었다. 16인치 휠과 타이어는 조금 작아 보인다. 뉴 3시리즈는 이전 모델에 비해 조금 넓어졌다. 24mm가 넓어져 딱 벌어진 모습이다.롱노즈 숏 테일, 즉 보닛은 길로 트렁크는 짧은 스타일이다. 옆에서 보면 딱 알 수 있다. 보닛을 열어보면 엔진이 앞 차축에서 뒤로 배치됐다. 이른바 프런트 미드십 방식의 엔진 배치. 차의 무게 배분과 주행안정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레이아웃이다.

인테리어는 단단한 느낌이다. 적당한 굵기의 스티어링휠이 그렇고 야무지게 맞물리는 각 부분들이 빈틈없다는 인상을 준다. 갈색톤의 가죽 시트는 단조롭기 쉬운 실내에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대시보드의 날렵한 라인도 예사롭진 않다.
자, 이제 출발이다. 달리는 맛을 느껴볼 차례다. 스티어링 성능이 매우 민감하다. 유격이 없는 핸들이어서 살짝만 핸들을 돌려도 차체가 즉각 반응한다. 단단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반발력이 커 부담스럽기도 하다. 핸들이 무거운 편이다. 민첩한 핸들링은 단단한 서스펜션과 어울려 와인딩 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휘청거리지 않고 단단하게 노면을 붙들고 달린다.

2.0리터 177마력의 4기통 디젤엔진은 그리 조용한 편은 아니다. 디젤엔진은 2000바의 고압 커먼레일과 피에조인젝터 방식을 적용했다. 연료분사를 정밀하게 조절해 몇단계로 나눠 연료를 연소시켜 엔진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연소효율이 높아 유해 배기가스 배출도 적다.
제로백 타임이 8.0초. 배기량에 비해, 디젤엔진임에도 빠른 순발력이다. 굵고 강한 토크는 제법 빠르게 속도를 끌어 올린다. 시속 100km에서 rpm이1800을 가르킨다. 배기량에 비해 엔진 출력이 좋고 효율이 좋은 6단 변속기를 장착해 rpm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3단에서는 3800, 4단 2900, 5단은 2200, 6단 1800에서 각각 시속 100km를 보인다. 팁트로닉 기능을 가진 변속기는 수동모드에서도 rpm이 레드존으로 접어들면 자동으로 강제변속이 일어난다80km에서 3단으로, 120km에서 4단으로, 다시 160km에서 5단으로 변속된다.

엔진 소리는 조용한 편이 아니다. 디젤 특유의 엔진 소리가 거짓없이 솔직하게 들린다바람소리도 그렇다. 시속 80에서 점차 커지는 바람소리는 100km를 넘기면서 A 필러를 중심으로 꽤 커진다. 하지만 박력있다. 특히 굵고 낮게 울리는 엔진 소리는 남성미를 물씬 풍긴다.

런플랫 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150km를 더 달릴 수 있는 강한 타이어다. 타이어 내부에 금속 보강재를 쓰는 만큼 무게는 더 나간다. 이 때문에 스페어 타이어를 없앤 효과를 반감시킨다. 런플랫 타이어는 한 번 펑크가 나면 수리해서 쓰면 안된다. 그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편리한 점도, 불편한 점도 있다.

속도를 높여 200km/h 가까이 달리면 묘한 흥분, 짜릿함 등이 온몸을 휘감으며 운전에 집중하게 된다. 운전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는 것이다. 체감속도는 실제 속도보다 낮은 편이다.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차라는 것이다. 시트 포지션도 낮은 편이라 그만큼 고속주행이 부담없다.

연비는 15.9km/l. 1등급이다.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디젤의 강점이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에너지 효율이 월등히 좋다는 것이다.

판매가격은 4820만원. 컴팩트 세단이지만 값은 럭셔리다. BMW라는 브랜드 값이라고 할 수 있지않을까.

 

오종훈의 單刀直入

타이어가 아쉽다. 16인치 타이어는 아무래도 약해 보인다. 차의 크기와 비례를 고려하면 17인치 정도는 장착해야 어울릴 것 같다.
엔진 소리도 개선했으면 한다. 실내에서 들리는 디젤 엔진의 굵지만 확실한 소음은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나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에 길들여진 사람에겐 꽤나 신경 거슬리는 요소다. 요즘 시대라면 이 보다는 조금 더 조용한 디젤엔진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