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색을 풀어야 시장이 산다.

수입 자동차 시장이 아우성이다. 소비자가 계약서를 쓰고도 차를 살 수 없는 경우가 속출해서다. 할부, 리스사의 신용 기준을 맞추지 못해 출고가 거절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차를 사려고해도 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겠다는 소비자를 두고도 판매하지 못해 심각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업체들은 “패닉 상황이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할부금융회사 별로 등급 기준이 다르지만 10등급 기준일 때 3등급까지만 승인이 떨어진다. 두 달전만해도 6~7등급까지 승인이 났었다. 3등급이면 공무원 기준으로 20년 근속하고 자기 집이 있어야 가능한 수준이다. 의사로 치면 월 수입 1,500만원에 대출이 없어야 3등급 안에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할부나 리스로 차를 구입하기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수입차 회사의 고위 경영진조차 리스 승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차를 계약하고도 금융회사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차를 사지 못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고 있다. 한 수입차 회사 관계자는 “평소 할부 및 리스 판매 비율이 70%를 넘겼는데 지금은 20~30%에도 못미친다.현찰로 사거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부자 고객들만 차를 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실상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업계 스스로 이를 해결할 대책마련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업계는 은행권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이 자금 유동성을 확대해줘야 하는데 돈을 풀지 않는 것은 혼자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행태라는 것. 정부가 유동성 확대를 주문해도 은행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평이 터져 나온다. 은행들의 자금회수로50여개에 이르는 할부 및 리스 회사들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하고 대여섯개 업체만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의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다.

벤츠 , BMW, 렉서스 등 자체 할부금융사를 가지고 있는 업체들은 그나마 상황이 덜 어렵다. 예전 기준으로 심사해 할부 및 리스 판매를 할 수 있어서다. 이들 중 한 업체 관계자는 “아직은 그렇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심사를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정부와 은행이 나서야 문제가 풀린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은행이 자금을 풀고 정부가 이를 유도, 관리해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대통령이 건설업계만 챙기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은행이 유동성을 제공하고 제2, 제3금융권이 적절한 수준에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부 승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다. 그래야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