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의 시대는 언제까지 계속될까.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었고 경유가격은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바야흐로 에너지 대란 시대다. 이런 고유가 시대에 기름 덜먹는 차는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여기 렉서스 RX400h가 있다. H는 하이브리드임을 말해주는 이니셜이다. 렉서스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 차가 바로 RX400h다. 세단이 아닌 SUV에 하이브리드를 처음 적용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하이브리드라는 말은 잡종이라는 뜻이다. 자동차에서는 두 개 이상의 동력원을 사용하는 차를 말한다. 휘발유 엔진에 전기모터를 다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이브리드의 선두주자는 일본 브랜드 들이다. 토요타와 혼다가 대표적이다. 토요타의 대표적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는 이미 판매 100만대를 넘겼다. 이미 대중차가 됐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만 하이브리드카에 대해 먼 미래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을 뿐 세상은 이미하이브릳 시대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선진국, 6대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RX 400h는 무난한 SUV의 모습이다. SUV의 모범답안 같은 디자인이라고 할까. 라디에이터와 리어 게이트에 자리한 렉서스 엠블럼이 파랑 바탕인 것은 이 차가 하이브리드 임을 말해주는 암호다.

리어게이트는 수동으로 열고 자동으로 닫힌다.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닫히는 것이다.

센터페시아의 송풍구는 세로로 배치됐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모습. 캐딜락 CTS, 쏘나타 트랜스폼 등이 이런 디자인을 차용했다. 누군가 따라 한다는 것은 어쨌든 오리지널 디자인이 잘됐다는 것이다.요즘 신형 모델에서는 보기힘든 카세트 테이프 데크가 있는게 눈길을 끈다. 최첨단이라는 하이브리드카에 이제는 좀처럼 보기힘든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라는 묘한 조합이 재미있다. 시트는 편하다. 넉넉한 시트가 몸 전체를 잘 받쳐준다 뒷좌석공간도 여유있는 편이다. 사륜구동차이지만 차체를 가로지르는 센터 터널이 없다. 바닥이 평평하다.

트렁크에는 110v 전기를 끌어쓸 수 있는 콘센트가 마련돼 있다. 나름대로 쓸모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왕이면 220v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차는 두 개의 모터와 한 개의 엔진으로 동력을 만들어 낸다. 엔진이 211마력, 두 개의 모터가 각각 167마력과 68마력의 힘을 낸다. 출력의 총량은 최고 272마력에 달한다. 만만치 않은 출력이다.시동을 걸어도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디리릭하는 배터리 작동 소리만 들린다. 그래도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움직인다. 엔진이 아니라 전기 모터로 구동하는 것. 때로 차가 너무 조용해 길가는 사람들이 차가 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일부러 소리를 내야할 정도다.킥다운을 해서 탄력을 주면 힘 있게 치고 나간다. 제로백 7.6초이니 스포츠 세단 저리가라할 수준이다. 달리는 힘은 넘치지만 소리는 크지 않아서 몽롱한 느낌을 준다. 꿈 속에서 달리는 듯한 기분. 참 묘하다. 렉서스의 조용함은 이 차에서 더 강조됐다. 원래 조용하던 차가 전기 모터를 추가하면서 더 조용해진 것이다. SUV이지만 편안한 럭셔리 세단에 가깝다. 편안하고 조용하고 안락하다. 고급 아파트의 거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서스펜션도 부드럽다. 부드럽다는 게 물렁하다는 말이 아니다. 딱딱한 다른 차들에 비해 조금 부드럽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전체적으로 차의 성격을 보면 고성능이기보다 편안한 럭셔리함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조향성능은 약한 언더스티어링을 보인다. 편안한 승차감을 위한 의도적인 세팅으로 보인다. 코너링에서는 매우 안정된 자세를 보인다. 사륜구동이어서 코너에서의 한계속도가 높아지는 탓이다. 흠이 있다면 미쉐린 타이어가 엄살이 심하다는 것. 그리 높지 않은 속도에서도 비명을 질러댄다.

변속기는 전자제어방식의 무단변속기다. 변속충격이 거의 없다. 팁트로닉이나 스텝트로닉 등의 수동변속기능은 없다. 심플해서 오히려 좋다.

판매가격이 딱 8000만원이다. RX350보다 약 700만원정도 비싸다. 하이브리드라는 첨단 기능의 차치고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하이브리드카지만 정부 보조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처럼 비싸지 않은 가격에 차를 선보이는데 주목해야 한다. 벌써 토요타가 하이브리드카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부러운 일이다. 현대차는 일단 북미시장은 미루고, LPG 하이브리드 엔진차로 내수시장에 먼저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해외시장에서는 아직 경쟁력이 없으니, 내수시장에서 내공을 쌓은 뒤 해외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안타깝다.

화석연료를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 하이브리드카는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을까. 다음 세대에는 어떤 형태의 차들이 도로 위를 달릴까. 전기차? 수소차나 연료전지차? 우리의 미래, 자동차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승이었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장점도 단점도 연비다. 이 차는 연비가 12.9km에 이른다. 차 무게가 2030kg에 달한다. 3.3리터 엔진에 2톤이 넘는 무게지만 리터당 12.9km를 달리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두배 정도 연비가 좋다고 보면 될 듯하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라면 이보다는 더 좋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친환경차라는 하이브리드카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이다. 소형차에 수동변속기를 달면 16-20km까지도 연비가 나오는데 적어도 이보다는 좋아야 하이브리드라 할 수 있는 것 아니냔 것이다. 실제로 과거 한 브랜드에서는 하이브리드카의 연비가 사람들의 기대치에 이르지 못한다며 수입을 포기했던 적이 있다. 연비가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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